미국에서 만난 나

by 왕구리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래봤자 미국에 온 지 일주일 남짓인데, 내 집에 온 것 마냥 마음이 편해졌다.
다시 추워졌다. 이곳의 겨울은 우리나라의 초겨울 정도의 날씨인데,
크루즈 내내 반팔, 반바지로 생활했으니 다시 느낀 서배너의 겨울은 쌀랑했다.
그 쌀랑함으로, 집에 돌아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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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왔다.
시시각각 변하는 예보는 결국 조카들의 학교를 하루 더 쉬게 만들어줬고,
새벽 소복하게 쌓인 눈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서배너에서 이 정도의 눈은 거의 5년 만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부정확한 예보의 설레발에도 도시가 긴장했구나.

그러니까 5살 아래의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 눈을 보는 것이다.
단어로, 만화로 알고 있던 눈과 실제로 체험한 눈이 어떻게 달랐을까?
반짝거리는 아이들의 눈을 상상해 보면 내 마음 또한 하얗게 빛나는 것 같다.

창 밖을 내다보니, 벌써 난리(?)가 났다.
수상스키를 꺼내와 자동차에 연결하여 동네를 돌아다니는 청년들,
평생의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진심을 담은 화려한 눈사람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에 신기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 만으로 즐거웠다.

점심을 든든히 먹고,
아이들이 가지고 있던 스티로폼 서핑도구를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집에 마당이 있으니, 집과 집 사이가 넓으니, 동네가 한적하고 안전하니 무얼 해도 여유로웠다.
눈이 왔는데 햇살이 따뜻하니, 눈이 좀 사랑스러웠다.

미국 여행은 '눈'의 경험이기도 하다.

내가 태어나 경험했던 눈과
많은 부분에서 달랐던 눈.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눈'을 만나듯 느껴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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