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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공간 Dec 27. 2021

다꾸의 유행에서 소품샵의 유행으로

부평 평리단길의 소품샵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다꾸는 다이어리 꾸미기의 줄임말이다. 다꾸를 색연필이나 스티커로 다이어리를 이쁘게 꾸미는 것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요즘의 다꾸는 단순한 문구 놀이가 아니다.


 요즘 사람들의 다꾸는 다이어리를 꾸미는 보조적인 목적이 아닌 다꾸로 하여금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다이어리 빈 곳을 어떠한 제약이나 틀 없이 나만의 방법으로, 내 취향대로, 내가 좋아하는 색으로 꾸미면서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마음껏 뽐내는 것이다. 자기가 만든 결과물을 보며 성취감을 얻기도 하고 과거 힘들었던 일을 해결했던 기록들을 보며 위안을 얻기도 한다.


 다꾸가 유행하는 덕분에 문구와 인쇄업체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다이어리를 꾸미는 데 사용되는 색연필, 마스킹 테이프, 스탬프, 스티커들을 판매하는 소품샵들이 생겨났다. 대표적으로 평리단길에 있는 소품샵 세 곳을 소개하려고 한다. 각 소품샵마다 어떤 멋과 개성이 있는지 살펴보자.







채즈칩스스토어


 힙하면서도 시크한 간판, <채즈칩스스토어>는 부평 평리단길의 '모트커피'와 같은 건물로, 2층에 자리 잡고 있다. 보통 소품샵이라하면 직관적으로 진열할 수 있고 접근성도 좋은 1층에 있는데, 채즈칩스스토어는 특이하게 2층에 있다. 그래서 이곳에 멋진 소품샵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위치와 간판을 잘 기억하기를!


 2층으로 올라가면 가게 입구 앞에는 힙하고 멋스럽게 꾸며놓은 포토존이 있다. 바버샵 의자를 소품으로 활용했는데, 보랏빛 네온 조명과 함께 있으니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내부로 들어가면 채즈칩스스토어의 내부 분위기를 바로 알 수 있다. 단어로 표현하자면 '힙', '키치' 그 자체. 빈티지한 소품과 컬러풀한 조명들 덕분에 소품샵이 아니라 요즘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 놀러 온 듯한 느낌도 든다. 



 내부 진열대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은 CD가 하나하나 붙어있는 냉장고다. 안에는 미니피규어, 곱창 머리끈, 집게 등 각종 귀여운 소품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는데, 예상치 못한 선물 상자를 열어본 느낌이라,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공간과 찰떡으로 어울리는 침대 위에는 강아지 목도리와 귀여운 인형들이 올려져 있다. 침대 바로 옆 테이블 위엔 여러 종류의 캔들이 있는데, 실내장식 소품으로도 활용이 가능할 만큼 예쁘다.

 

 포토존이 곳곳에 있어서 기념사진 남기기에 더없이 좋았던 채즈칩스스토어, 힙하고 하이틴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공간에 매료될 것이다.



한톨상점


 이곳은 바로 다꾸러들을 위한 소품샵 <한톨상점>이다. 평리단길 한톨상점은 10만 팔로워를 보유한 한톨작가가 운영하는 곳으로, 총 3곳의 가게가 있는데 인천 부평점이 2호점이라고 한다. 한톨상점의 입구는 이 골목을 지나는 모든 이들의 이목을 끌 만큼 귀여운 외관과 간판을 가졌다. 그래서인지 한톨상점에 들린 많은 사람들이 곰돌이 간판 밑에서 사진을 찍는다. 


 한톨상점의 내부는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느낌이다. 비록 매장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다양한 소품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어 눈이 즐거워진다. 한톨상점에는 직접 디자인한 귀여운 스티커와 메모지가 많다. 내부 곳곳 귀여운 피규어와 인형들이 촘촘히 진열되어 있고, 문구용품뿐만 아니라 피규어, 컵, 접시, 핀, 양말, 케이스 등의 개성 있고 귀여운 소품도 많다. 평소 아기자기한 감성을 좋아하거나, 혹은 예비, 현 다꾸러라면 한톨상점에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멜로우피치


 이곳은 분홍색 외관과 복숭아 네온사인이 시선을 끄는 평리단길 <멜로우피치>다. 멜로우 피치는 골목이 아닌 대로변에 있어서 쉽게 찾아올 수 있다. 쇼윈도에는 크리스마스 가랜드가 걸려 있는데,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내부로 들어오면 쇼윈도 뒤편으로 크리스마스 오르골들이 줄지어 있고, 그곳에서 소리가 '뽀로롱~' 들려오는 데 기분이 몽글몽글해진다. 잊고 살았던 어릴 적 동심을 떠올리게 해주는 공간이다. 오르골 코너 옆엔 파티용품들 진열대가 있었는데, 얼마나 재밌고 기발한 상품들이 많던지. 모여서 파티를 할 수 없는 시국인데도, 구매 욕구가 솟구쳐 올라왔다.



 포토존인가 생각하게 되는 공주풍 거울도 있었는데, 사랑스러운 내부와 함께 사진을 찍으면 상당히 잘 어울린다. 멜로우피치 내부에서 디즈니 OST가 많이 흘러나왔는데, 공주 거울이 가득한 공간에서 들리는 음악 덕분에 동화 속 공주가 된(?) 기분도 든다. 멜로우피치엔 팬시용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피규어, 인형, 가방, 파우치, 양말 및 귀여운 잠옷들도 있으니, 평소 귀엽고 러블리한 것을 선호한다면 들러보기 좋은 소품샵이다.






 다꾸가 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을까?

다꾸를 1차원적으로 보자면, 글을 쓰고 스티커로 다이어리를 꾸미는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일상과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해주고, 자기 만족감과 성취감을 선사하는 고마운 수단이다. 높은 비용이 요구되지 않는 취미라는 점 또한 바람직하다.


 '오늘이 내생에 최고 젊은 날'이라는 말이 있다. 하루가 끝나기 전, 제 생각과 마음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나만의 다이어리를 펴 하루를 정리하고 마무리하다 보면, 아무리 버거운 하루였어도 오늘 하루는 썩 나쁘지 않았다 착각할지 모른다. 일종의 자가치유인 것이다. 보통 다이어리엔 오늘 하루의 글만 적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계획도 많이 작성하기에, 계획과 목표를 향한 열정과 마음가짐 또한 덤으로 가질 수 있다.


 이제 다이어리 꾸미기는 단순히 일기장 꾸미기를 넘어 누군가의 하루, 누군가의 인생을 담은 포트폴리오가 되고 있다. 그리고 그 포트폴리오를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의 취향과 개성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다꾸의 매력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로컬스트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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