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여행이 좋아서.
2020년 타이베이에서만 김밥 매장이 연달아 3개가 OPEN을 했는데 알고 보니 대만에서 인바운드 여행업을 하던 사장님들이 여행사를 접고 차린 것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항공업도 큰 타격을 입었지만 자영업에 가까운 현지 인바운드 여행사들은 대기업과 다르게 업종 전환이 현명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로 인해 여행사로부터 단체 여행객을 받아 가이드를 하던 이들 또한 대부분 한국으로 돌아온 상황이다. 대만에서 여행 가이드는 꽤 쏠쏠한 수입을 자랑하는 직업군이기도 하고 성수기에는 가이드가 부족해서 중국어를 못 하는 한국인들을 단기 채용을 할 정도이다.
그 시기에 나는 가오슝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가이드를 하기 위해서 거주지(패키지 여행객 97%가 타이베이로 입국)까지 옮길 생각은 없어서 어쩌면 좋은 기회를 한번 날린 셈이었다.
그럼에도 미련이 남아서였을까? 가오슝 생활을 정리하고 타이베이에 거주하게 되면서 알바라도 해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면접을 보러 갔었는데 여행사에서는 현재 회사를 퇴사하고 이곳에 합류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비자는 줄 수 없지만 현재 일하는 회사보다는 돈은 많이 벌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특급 가이드들은 월 1,000만 원은 쉽게 벌었다) 하지만 나는 회사를 그만두면서까지 가이드를 하고 싶지 않았다. 현지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과 회사에서 근무하는 조건으로 발급이 되는 비자도 말소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대만 내 가이들은 무비자로 체류하면서 90일이 넘지 않도록 관리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여행과 관련된 직업을 꿈꾸고는 한다. 대표적으로 '여행 작가'가 있는데 현실은 유명한 소수의 작가를 제외하면 먹고살기 힘든 직업이다. 물론 개인 경비로 여행을 다니고 그것을 기록하고 알리는 것 또한 여행 작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어쨌든 직업이라는 것은 돈을 벌 수 있어야 하니까 여행 작가라고는 할 수 있어도 그것을 직업이라고 말할 순 없을 듯하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기고하는 작가이기는 하지만 이것을 직업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에 반해 진입 장벽도 낮고 잘만 하면 돈도 제법 벌 수 있는 '여행 가이드'는 도전해 볼만했다.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었다.
타이베이로 이사 와서 머물게 된 셰어 하우스 옆방 한국분이 여행 가이드여서 '그들의 삶?'에 대해서 가까이서 지켜볼 기회가 생겼는데 막상 한 집에 살면서도 얼굴 볼 일이 1주일에 한번 될까 말까였다. 가이드라는 직업이 바쁠 때는 개인 시간은 전혀 없는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단체 패키지여행의 경우는 공항 마중을 시작으로 3박 4일간 손님들과 동행해야 한다. 즉 같이 다니는 것은 물론 같은 숙소에서 기사님과 한방에서 먹고 자며 동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항을 바래다주는 것으로 일정이 마무리되는데 정말 바쁘고 인력이 부족할 때는 여행객들을 공항에 바래다주고 그 자리에서 곧장 대만으로 입국하는 새로운 단체 여행객을 기다렸다가 똑같은 3박 4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1주일에 한번 보기도 어려웠던 것이었다. 물론 고생한 만큼 돈은 많이 버는 직업이다. 그는 2월 한 달 동안 거의 못 쉬고 일 하면서 500 정도를 벌었는데 업계에서는 성수기 때 500은 적게 버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대만은 다른 국가들과 다르게 일급이라는 것이 있기에 3박 4일 패키지를 다녀오면 약 30 ~ 40만 원 정도가 보장이 되고, 그 외에 팁을 받기도 하고 패키지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쇼핑에서 주로 판매하는 제품들이 상당히 고가의 상품들인데 여기서 가이드 몫이 측정이 되는 것이다. 일급은 정해져 있기에 실제로 더 돈은 벌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쇼핑 수수료이다.
그게 이유였다. 그러니까 나는 그게 싫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데 '여행 가이드'라는 직업은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곳을 반복해서 가야만 하고 사람을 좋아하지만 그 사람들을 ATM 기계로 생각하고 쇼핑을 유도해야만 내 수입이 늘어나는 것이 나와는 맞지 않겠구나 싶었다. "그럼 일급만 받으면 되지 않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가이드의 쇼핑 매출이 적으면 여행사는 비성수기에 쇼핑 매출을 많이 올리는 가이드에게 일을 우선적으로 줄 수밖에 없다. 여행사도 돈은 벌어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가이드는 여행과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직업이 아닌 듯 했다.
위에 가이드가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대부분의 국가는 가이드 자격증이 있어야 정식 가이드로 활동을 할 수가 있다. 대만의 경우도 외국인이 응시할 수 있는 가이드 자격증이 있는데 필기시험은 중국어로 응시를 해야 하고 면접에서는 본인이 선택한 언어(한국어 가능)로 면접을 볼 수 있다. 최종적으로 합격을 하면 면접 때 사용했던 언어로 가이드 활동이 가능한 것인데 문제는 이 자격증 소지자가 턱 없이 부족한 것이다. 하지만 돈이 되는 여행 산업을 국가에서도 또 여행사에서도 놓칠 수 없기에 서로 조심하면서 눈을 감아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힘들게 공부해서 취득 한 자격증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요즘이다.
한국이 아직은 해외여행이 활성화된 지 오래되지 않았고 여전히 해외에 나가면 김치와 라면을 찾는 민족이기 때문에 패키지여행을 선호하지만, 현재 MZ 세대들은 패키지 여행보다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여행을 선호 할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이들이 언젠가 소비의 중심이 되면 가이드라는 직업에 대해서 수요가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더불어 '여행 가이드'는 같이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함께 하는 일이기 때문에 다양한 성향까지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감정 노동자에 가까운 편이다. 그렇기에 소위 말하는 '진상 고객' 때문에 힘들어하는 분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 외에 대형 여행사과 국가별 현지 인바운드 여행사의 갑을 관계 그리고 그보다 아래에 있는 여행 가이드와의 복잡한 이해관계는 관련 기사와 인터뷰를 찾아보는 것이 더 좋을 듯해서 생략을 하고 순수하게 '내가 본 대만 내 여행 가이드'라는 직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 보았다.
언젠가는 하늘길이 자유롭게 열리면, 좋아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대만부터 갈려고 한다.
어쩌면 그때야 말로 내가 원했던 '여행 가이드의 꿈'을 이루는 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