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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완짹슨 Jun 13. 2021

'니하오 你好'와'씨에씨에 謝謝'

나도 처음에는 이거두 개밖에못 했다.

중국어는 내 삶에서 1%의 연관성도 없을 것이라며 살아가던 시절에도 유일하게 아는 중국어 단어가 있었는데 제목에서 언급한 대로 '니하오'와 '씨에씨에'이다. 영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헬로 Hello와 땡큐 thank you'를 아는 것처럼 말이다.  


'니하오'는 오래전 tv 광고(어떤 여성분이 스님에게 인사하는 내용이었는데 자료를 찾다 포기)를 통해서 처음으로 접했었고, '씨에씨에'는 예전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중국인 친구가 다른 중국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마지막에 하는 한마디가 왠지 영어 대화 사이에서 멍 하게 있으면서도 마지막 단어 'Thank you'는 알아듣는 것처럼 '씨에씨에가 직감적으로 '감사합니다'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지만 그 이후로도 중국어는 나에게 늘 외계어 같은 존재였다. 대만이라는 나라에 가기 전까지는. 



누구나 처음은 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시작하면서 마음이 급해지고는 하는데 특히, 언어를 공부할 때 마음이 급해지는 듯하다.

(그래서 입문자들에게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 바로 '몇 개월 공부하면 HSK 5급 딸 수 있어요? 몇 개월 공부하면 대화가 가능한가요?라는 질문이다. 이건 얼마나 운동을 해야 근육이 생기나요? 와 같은 질문과 비슷한 느낌인데 나는 나의 경험을 사례로 적자면 '처음에 3개월은 학교에서 정한 1일 3시간 수업을 듣고 수업 내용을 하루에 5 ~ 6시간 복습했다고 말이다. 결과적으로 하루에 약 10시간 정도를 중국어 공부에 투자한 셈이었다. 근데 근육 운동은 하루에 10시간 하면 오히려 몸을 해치는 행위이니 조금은 다른 듯하다) 정리하자면 나는 처음에는 하루에 정말 10시간 가까이 중국어를 공부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나중에는 시간을 줄이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늘리면서 중국어 공부를 했다. 어쩌면 생활 자체가 공부였던 것이었다. 

 


언어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언어는 시험처럼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이 더 중요하다. 시험은 특정한 날짜에 응시를 해야 하지만 언어는 그렇지 않다. (물론 외국어 시험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나는 언어라는 범주에서 이야기를 하고자 하자면) 언어는 특정한 날짜를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기에 시간에 쫓길 이유가 없다. 좀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평생 공부해야 하는 것이 언어이다. 어느 시점에서 나는 중국어 공부는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동안의 노력조차도 물거품이 될 것이다. 이는 불혹을 향해가는 내가 MZ 세대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서 신조어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면서 융화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문화와 흐름의 변화 속에 언어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보자. 지금이야 유학생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예전에는 영어 실력을 토익 점수로 평가하던 시절이 있었다. '토익 950점짜리를 뽑았더니 영어를 한마디도 못 하더라' 이야기가 떠 돌던 시절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인도에서 근무하던 시절 한국외대 인턴 친구가 토익이 900점을 넘음에도 회화는 거의? 못 하는 버벅거리는 상황을 옆에서 본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사실이구나 믿게 되었다)



언어 공부는 '머리를 기르는 것처럼'

대만 살면서 좋았던 이유를 하나 꼽으라면 자유롭고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였는데 그런 분위기가 나를 대만에 줄곧 머물게 만들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그래서 나는 머리와 수염을 마음껏 길렀었는데 머리카락이 하루아침에 그렇게 빨리 자랄 리가 없었다. 때로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고 때로는 지저분해 보이는 과정을 매일 거울을 보면서 참아내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지저분했던 머리는 손에 잡힐 정도로 자라 있었고 손으로 잡아보니 이제 조금 묶어도 될 듯했다. 그리고 그제야 미용실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다듬고 나니 내가 원했던 모습이 연출되었다. 그리고 이것을 시작으로 좀 더 다양한 헤어 스타일 연출이 가능할 터였다. 그 순간 느꼈던 설렘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웅녀가 사람이 되기 위해서 100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고 101일째 되는 날에 갑자기 사람이 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머리를 기르는 것처럼 아주 조금씩이지만 달라지는 것을 느끼지만 큰 변화는 없는 시간을 거쳐야만 하는 것이다. 그럼 정해진 100일이 아니라 91일째 되는 날 아침에도, 내 입은 내 의지와 다르게 말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에 나도 모를 희열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시점까지 도달을 하면 그 이후에 속도는 이전과는 달라진다. 


상모는 한 바퀴를 돌리기 위해서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연습의 과정을 거친다. 나도 어릴 적 사물놀이를 하면서 상모까지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스승님은 내게 이렇게 말해 주셨다. 한 바퀴만 돌릴 수 있으면 그다음부터 두 바퀴, 세 바퀴는 쉽다고. 그런데 그 한 번이 그렇게 어렵다고 말이다. 

<처음 한번이 어렵지만 그 과정이 지나면 열번, 백번은 금방이다> 

언어도 상모 한 바퀴를 돌리는 과정처럼 그 시기가 쉽지는 않다. 나도 처음에는 그 한 바퀴를 돌리기 위해서 하루에 10시간 가까이 공부를 했지만 한 바퀴가 되기 시작한 이후부터 공부하는 시간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목표가 있었고 목표를 달성한 이후의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이겨낼 수 있었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과정을 벗어나 대화가 되기 시작하니 언어 공부가 즐겁기 시작했다. 피해 갈 수 없는 과정을 피하고 결과만 얻을 수는 없는 것이 언어 공부이다. 결국 간절히 노력한 만큼 결과가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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