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수많은 직장인들은 오늘도 꿈을 꾸며 퇴근을 한다. 언젠가는 이 곳을 떠나 나만의 사업장을 가질 거라는 그런 꿈 말이다. 나 또한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다. 첫 번째 직장이 슬슬 지루해질 때부터 느껴오던 감정이었다. 그리고 나의 창업은 보통의 그것들과는 조금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막연하기는 했지만 꽤나 크고 화려하고 눈 부셨다. 그렇게 나는 드디어 생애 첫 창업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회오리 감자!
한국에 있을 때 친구들과 번화가를 걸으면 간혹 눈에 띄던 그 길거리 음식의 대명사 '회오리 감자'가 내 생애 첫 창업 아이템이라니? 그 많고 많은 메뉴 중에 나는 왜 회오리 감자를 택해야 했을까? 말로는 책 한 권도 당장 쓸 수 있을 것 같은 분량의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거대한 창업의 꿈은 어디로 가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의 이야기는 제목처럼 대만 야시장에서 그냥 '회오리 감자'를 팔게 된 이유부터 그게 얽힌 다양하 에피소드들이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할 이야기가 무척이나 많아서 1,2편으로 나누었다.
가성비 좋은 야시장 창업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큰 꿈도 신박한 아이템도 돈이 없으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청춘들에게 당장 큰 규모의 창업을 하기에는 자금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한국에서도 스낵카 창업 열풍이 불었던 시절이 있었다. 스낵카 창업의 장점은 큰돈을 들이지 않고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어서 그랬을까 청년들의 창업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대만의 야시장 창업 또한 한국의 스낵카 창업과 비슷하였다. 특히나 대만에는 전국적으로 야시장이 없는 지역이 없을 정도로 야시장 자체가 큰 외식과 문화의 한 산업을 구축하고 있다 보니 이 곳 또한 지역에 따라서 목 좋은 자리는 입점하기도 쉽지 않았고 임대료도 만만치 않았다. 내가 입점하게 된 야시장을 기준으로 이야기하자면 기본적으로 고정식(한번 자리를 임대하면 그 기간 동안 움직일 일이 없는)이었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옵션들이 존재했다. 예를 들면 주말 장사만 하고 싶을 경우에는 평일 장사만 희망하는 상인들과 자리를 주선해서 한 자리를 같이 사용하는 식이다. 이럴 경우에는 이동식으로 준비를 해야 했기에 나는 보증금 없이 3개월치 임대료를 한 번에 내고 혼자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자리를 구했다.
<창업 비용> , 얼마나 필요할까?
1. 임대료
제일 중요한 임대료는 3개월에 한화 약 220만 원, 월평균으로 계산하면 약 70만 원 초반 정도였는데 지금 환율로 계산하면 월 80만 원선이다. 대만에서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는 친구들 월급이 100만 원 이하인 경우가 많음을 고려하면 월 80만 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수 없었다. 조금 외진 지역으로 이동을 하면 60만 원 이하로 내려가기는 했지만 나는 조금이라도 좋은 위치에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임대료 납부는 100% 현금이었다. 현금이고 야시장이다 보니 전자 영수증도 당연히 없다. 그냥 손에 잡히는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주고는 영수증이라고 준다. 나중에 딴 소리 하는 거 아닐까..? 라는 걱정이 들기는 그런 불상사 같은 건 발생하지 않았다.
계약이 마무리되고 드디어 주차장 반칸 정도 되는 크기의 공간을 얻었다. 이제부터 3개월간은 이 곳에서 회오리 감자를 팔든 아니면 음악을 틀고 춤을 춰서 구걸을 하든 아니면 힘도 없는 어린아이와 팔씨름 대결을 해서 돈을 벌든 상관없다. 말 그대로 이 구역의 주인은 나였다. 다만 고정식이라서 나의 공간은 페인트로 선이 나뉘어 있었고 선을 넘으면 옆 집에서 좋아할 리가 없었다. 전기료는 임대료에 포함이지만 대형 냉장고 같은 것을 놓을 경우에는 약간의 추가 비용이 발생이 발생을 한다.
2. 매대와 장비 구매
야시장 하면 대게는 음식을 떠 올린다. 대부분의 손님들도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오는 곳으로 야시장을 찾고는 한다. 그래서 야시장의 대부분 메뉴 또한 음식이다. 그리고 이 음식의 종류는 천차만별이다. 그렇다면 음식 장사를 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매대'라고 하는 것인데 물론 본인이 괜찮다면 튼튼한 탁자를 하나 깔고 그 위에 이쁜 색감의 보를 하나 깐 후에 프라이팬을 가져와서 파전을 구워서 팔아도 맛만 있으면 장사는 잘 된다. 다만 야시장에서는 음식의 퍼포먼스나 비주얼 또한 무시 못 하기 때문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나 같은 경우는 회오리 감자를 만들기 위한 공간과 장비가 필수였다. 감자를 회오리 모양으로 만들어 줄 회오리 감자 기계와 그것을 튀겨 줄 튀김기가 필요했다.
<감자 깎기 기계와 튀김기 가격만 해도 1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사실 나 같은 경우는 기존에 영업을 하던 분이 사용하던 장비 전체를 일괄 구매했다. 그렇다, 실은 내가 대만에서 회오리 감자 개척자는 아니었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야시장에서 창업을 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일괄 구매 비용은 한화로 약 180만 원 (그리고 나중에 인수인계할 때 150만 원에 팔 수 있었다)
그렇게 생애 첫 창업에 들어간 초기 자본은 단 돈 400만 원. 중고였기에 100만 원 정도는 절감할 수 있었고 인수인계를 해 주시던 분의 도움으로 늘 손님으로만 방문을 하던 야시장에서 큰 어려움 없이 출발을 할 수 있었다. 400만 원이라는 돈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보통의 창업 비용을 고려했을 때 또한 해외에서 도전이라는 이름 하에 시작할 수 있는 비용임을 감안하면 혹시 망하더라도? 괜찮은 수업료라고 생각했다.
왜 야시장이고, 왜 회오리 감자였을까?
한국인들에게 대표적으로 알려진 야시장은 타이베이의 스린 야시장이지만 나는 대만에서 처음으로 갔던 야시장이 가오슝에 있는 야시장이었다. 가오슝에는 크게 3개의 야시장이 있는데 1개는 매주 월요일만 열리고 다른 하나는 매일 열리지만 해산물 위주의 그렇게 큰 야시장은 아니었다. 내가 갔던 야시장은 가오슝에서 제일 큰 뤠이펑 야시장이었는데 나는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아무리 걷고 코너를 돌아도 또 나오는 다음 새로운 공간과 사람들의 행렬 속에서 이상한 것?(오리주둥이 등)을 섭취하기도 했지만 나는 그 특별함이 주는 분위기에 푹 빠져버렸다. 지나가는 나에게 알 수 없는 말을 던지는 그들의 모습이 정겨웠고 어두운 밤 그곳만은 무척이나 밝았다. 스쳐 지나가듯 언젠가 나도 이 곳에서 장사 한번 해보고 싶다.라는 강한 욕구를 느꼈다.
하지만 당시에는 실제로 그렇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제약이 많았다. 첫 대만 생활은 한국 회사에서 주재원으로 즉 회사 일 때문에 간 것이기 때문에 장사는 그저 꿈이었다. 그리고 회사 문제가 아니더라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외국인이 할 수 있는 건가?라는 궁금증부터 하게 되더라도 무엇을 팔 것인가? 등등의 문제였다. 게다가 야시장의 경우는 100% 현금 장사이기 때문에 외국인 입장에서는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런 것들이 사실 겁이 나기도 했다. 더 군다가 지금은 조금 달라졌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야시장에서 외국인이 장사하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기 시기였다. 그렇게 야시장에 대한 꿈은 잊히고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 나는 대만 주재원 근무를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복귀를 하게 되었고 또다시 대만을 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퇴사를 했다. 그렇게 현지 대학교 어학원에서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던 시기에 야시장에서 회오리 감자를 인수할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게 된 것이다. 1년 전 잊고 지냈던 작은 꿈이 떠 올랐다.
그렇게 나는 가오슝에서 기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타이난에 가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분이 타이난 야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가서 만드는 과정도 지켜보고 장사가 잘 되는지도 궁금했던 터였다. 그리고 그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회오리 감자를 먹어 봤다. 사실 한국에서는 길거리 음식을 잘 안 먹는 편이기도 했지만 회오리 감자를 보면서 단 한 번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나는 그때 알았다. 이거 생각보다 맛있는데?라고 말이다. 야시장에서 딱 어울리는 상품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회오리 같은 비주얼은 이미 우리에게는 식상할지 몰라도 외국인들 입장에서 신기했었나 보다. 손님들은 회오리 감자를 좀 더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동안 나는 사람들의 관점이 아닌 내 기준에서만 생각하다 보니 회오리 감자의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타이난 야시장의 경우는 고정식이 아니라 이동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차가 없는 경우 장사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게다가 음식에 따라 다르지만 기름을 써야 하는 음식은 기름통 등 무거운 것들이 꽤 많기 때문에 이동식 업종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렇게 또다시 시간이 지나고 나는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한 달가량 유럽 여행을 한 후에 가오슝으로 돌아왔는데 바로 그때 타이난에서 회오리 감자를 팔던 분을 가오슝에 자주 가는 야시장에서 다시 마주쳤다. 그분 말씀으로는 인수자가 없어서 가오슝에서 3개월 정도 장사를 하면서 인수자를 찾아볼 계획이라고 하셨다. 그분 말씀으로는 누군가가 이 사업을 꼭 이어받아서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타이난에서 가오슝까지 장사를 하러 오시는 것이었다. 게다가 매일 올 수가 없어서 1주일에 3일 정도는 대만 아르바이트생이 대신 장사를 한다고 했다. 나는 더 이상 늦기 전에 결정을 하기로 했다. 그래, 망하더라도 좋아. 그때 이 곳에 처음 왔을 때 느꼈던 그 감정이 끌리는 대로 해 보기로 했다. 재미있을 것 같았다. 해외에서 창업이라? 그것이 크든 작은 상관없었다. 하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