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이완짹슨 Dec 26. 2021

'살아보니, 대만'을 읽은 후에

살아보면 알 수 있는 것들

<살아 보니, 대만을 읽은 후에>

오랜만에 대만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었다. 여행도 못 가는 이 시국에 내게는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할 수 있는 대만을 책으로나마 나의 메마른 입술이 다치지 않게 살짝 적셔주는 시간이었다. 책 자체도 어렵지 않고 쉽게 읽혔다. 아무래도 얽히고설킨 역사 이야기나 이해관계 복잡한 정치 이야기가 배제된 저자가 경험한 대만의 모습 담백하게 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들 상당수는 나 또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글을 읽으면서 머릿속에는 내가 기억하는 대만 아니 가오슝의 기억들이 회자되었다. 나 또한 매년 5월이 되면 세금 신고를 하러 가야만 했고 처음에는 생각지도 못 한 환급금에 횡재구나 하면서 이듬해에는 오히려 돈을 더 내면서 아... 쉬움을 토한 적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그때는 중국어를 잘 몰라서 또 대만을 여전히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외국인이라는 사실까지도 말이다.


저자의 직업은 '한국어 선생님'이다. 그래서 책 후반부에 저자의 본업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는데 나 또한 본업은 아니었지만 대만 내 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을 했던 사람으로서 공감되는 내용들이 상당히 많았다. 특히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국어 가르치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 인식에 대해서는 나 또한 나름 할 말이 많지만 감히 저자 앞에서는 병아리 선생이기에 아껴두려 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 번째는 나 또한 대만에 거주했던 한국인으로서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 한 부분들도 있었다. '도마뱀'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자.  저자는 도마뱀을 너무나 무서워하지만 나는 나름 귀엽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족처럼 키우는 사람들도 있는 것처럼 우리는 같은 것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은 다른데 그것은 각자의 자아와 가치관을 각기 다른 인격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 내용이 꼭 대만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건지 모르겠다.


두 번째는 저자는 대만이 아니라 '정확히는 가오슝'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4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대만 곳곳이 아니라 한 지역에서만 거주한 경험으로 대만을 이야기하기에는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부산 사람이 서울 가면 '서울은 다르네'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고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등 지역별로 각기 다른 사투리를 쓰며 살아가며 살아가는 것처럼 대만 안에서도 지역별로 다른 점들이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2014년 12월부터 2018 2월까지 약 3년 넘는 시간을 가오슝에서 생활했고 이후에는 타이베이와 신베이 지역에서 약 2년을 생활하면서 가오슝과 타이베이가 얼마나 많이 다른지 몸소 체험했다. 그리고 현재는 한국으로 돌아와서 고향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현재는 경기도 내 파주와 김포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사업을 벌이는 중인데 일단 파주는 부산에서 경험해 보지 못 한 추위 덕분에 대만이 더욱 간절해지는 요즘이다.



<살아 보니, 대만 출간 소식을 접하면서>

이 책이 반가웠던 이유 중 하나는 한국에서 수 없이 출간되는 책 사이에서 대만 서적을 만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여태껏 읽었던 대만 관련 서적들은 최창근 작가(역시나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님이 출판하신 ‘대만 거대한 역사를 품은 작은 행복의 나라’와 '타이베이 소박하고 느긋한 행복의 도시' 그리고 박건우 여행 작가의 ‘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 총 3권뿐이었다.


최창근 작가님의 책은 대만의 역사와 한국 와의 외교 문제 등 현재 객원 기자로도 활동하는 분의 시선에서 대만을 분석하는 내용이었다면, 박건우 작가님의 책은 일본인 아내와 대만의 끝과 끝을 오로지 도보로만 이동하면서 경험들을 책에 유연하게 풀어내었다. 그리고 이번 책은 어쩌면, 나와 조금은 결이 비슷했던 내용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위에 언급한 것처럼 절반 정도는 같은 것을 보면서도 각자의 가치관과 살아온 성향에 따라서 다르게 보는 부분들이 있었고 후반부에 한국어 선생님 시선에서는 공감을 넘어서 엄지 척! 그리고 필요하다면 멀리서나마 응원으로나마 힘을 보태고 싶었다.


더불어 대만 관련 서적이 시중에서 베스트셀러까지는 아니어도 꽤나 화제가 되었다는 사실은 또 하나의 반가움이었다. 이는 내가 지난 3년간 브런치에 남겨놓은 대만의 흔적들이 언젠가는 또 다른 대만 이야기로 또 하나의 책으로 세상 앞에 나갈 수 있는 적은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먹어 봤니? 대만에서 파는 '돼지피로 만든 케이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