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한국으로 돌아와서 5월부터 사전에 조율된 스타트업(외식 및 카페 업)에 합류를 했지만 이듬해 4월 퇴사를 선택했다. 며칠 더 버티면 1년을 채워서 퇴직금을 요구할 수도 있었지만 마음을 정하고 나니 하루하루가 가시방석 같아서 버틸 수가 없었다. 게다가 '경영도 어려운데'라는 마지막 잔정이 남아 있었다.
<5월 입사 후 9월, 두 번째 퇴사>
퇴사 후에는 잠시 숨을 고르며 부족한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지내던 와중에 교수님 추천으로 짧은 휴식기를 가진 후 곧바로 밀키트 브랜드로 합류해서 오픈과 매장 관리 업무를 맡았다. '프랜차이즈 경력 15년' + '多 브랜드 운영 경험' 이 있는 회사라서 '배울 것이 많겠구나'라는 큰 기대를 품고 입사했지만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 배워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대만에서 칼 하고 웍 좀 잡아본 덕에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예측 불가한 오픈 일정들 덕분에 다음날 어디로 출근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항상 퇴근을 하는 일은 늘 힘들었다.
회사에서는 업무 편의를 위한 차량까지 제공을 해 주었는데 그때는 몰랐다. 그것이 내 삶을 옥죄는 역할을 할 줄은 말이다. 결국 이번에는 4개월 만에 퇴사를 선택했다. 퇴사를 선택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고 추천이었기에 어쩌면 관계까지 불편해질 수 있었지만 결정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한 해 두 번이나 퇴사 한 이유>
'이 회사를 다녀야 할 이유를 더 이상 모르겠다'라는 것과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었다'라는 생각이 들자 확신이 들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라는 신조로 살아가는 나에게 '더 배울 것이 없었다'라는 표현은 '이제는 독립을 하자' 독립해서 배우자! 배운 것을 쏟아붓자!라는 생각이었다.
'더 배울 것이 없었다'라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이지만 그것을 결정하는 기준이 생긴 데에는 올해 초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면서이다. 나는 현재 세종대학교에서 프랜차이즈 MBA 과정을 듣고 있는데 사실 조직행동론, 재무 관리, 회계 원리 등은 학부생들이 듣는 수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같은 수업일지라도 20살의 신입생과, 이제 곧 39살 내년 이맘때는 불혹을 앞둔 현재 38살의 사내가 수업을 대하는 태도였다. 수업을 들으면서 미래를 위한 좀 더 뚜렷한 기준들이 생겼다. 그 기준들을 하나씩 대입하다 보니 결론은 딱 하나였다.
<야생화의 삶처럼>
예전에는 퇴사 전 고민과 기준이 '이직할 곳' 이 있는지 없는지였다. 퇴사한다고 하면 으레 받는 질문들 십중팔구는 '갈 데 있어?'였다. 다들 이런 질문을 하고 나 또한 이런 질문에서 못 빠져나오는 이유는 일을 쉬면 통장이 메말라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지금껏 내 청춘과 시간을 팔면서 통장이 마르지 않게 계속 물을 주었다. 그런데 계속 이렇게 물만 주면서 생존할 수는 없었다. 지금 잠시 단수가 되어서 불편하더라도 마르지 않는 샘물을 찾기로 한 것이다.
즉, 나도 이제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로 목표를 정했다. 이전까지는 물을 주고 어느 정도 넉넉해지면 어디론가 떠나고 돌아와서 목이 마르면 다시금 물을 주는 삶을 반복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삶에 나름 만족하며 살아왔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이는 망치처럼 내 뒤통수를 때린 한마디 때문이었는데 그 내용은 오늘 제목에 이야기한 책 겉표지에 적혀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일단 돈을 진짜 많이 벌어봐라' 세상이 달라진다!'
책의 첫 장을 넘기기 전부터 명치를 세게 맞은 것처럼 숨이 막혔다.
어떤 꽃들은 잠깐이라도 물을 주지 않으면 금세 죽어버린다. 그런데 콘크리트 땅 위에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밟히기도 하고 낮에는 땡볕을, 겨울에는 차가운 바람을 버티면서도 죽지 않고 살아가는 존재가 있는데 그건 바로 '야생화'이다. 어쩌면 나는 지금껏 '야생화' 같은 삶을 스스로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지나간 시간에 대해서 후회는 없다. 아쉬움은 남지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환상적인 청춘을 보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추상적인 과거에 젖어있기보다는 현실적인 결과물로 증명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것을 쏟아부을 때가 되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고 어쩌면 내가 원하는 결과가 아닌 또 다른 실패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러 가지 계산 끝에 남은 선택은 퇴사였던 것처럼 지금 내게도 주어진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지금 내가 준비하는 '브랜드를 성공시키는 것'이다.
<'나는 장사의 신이다'를 처음 봤을 때>
사실 처음에는 채널명을 보고 콧웃음을 쳤다. 왜냐하면 예전에 읽었던 우노 다카시 '장사의 신'을 읽었던 기억 때문에 묘하게 COPY 한 거 아냐? 누군데 신이라는 수식어를 함부로 갖다 붙이는 거야?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게다가 영상 속 그분은 사람들에게 반말에 '존나'라는 단어를 남발했었다. (내가 은근히 보수적이라 초반에 이미지만 보고 오해를 했었다) 그런데, 조금씩이나마 이분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나 또한 이분을 신으로 모실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 분은 지금껏 내가 알고 있던 신들과 다르게 푸근하고 인간미도 넘쳤다. 신처럼 보이지만 그냥 인간미 넘치는 동네형이다.
PS. 유튜브 채널 '나는 장사의 신이다' - 은현장 -
'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 前대표 '은현장' 님이 운영하는 채널이기도 하다. 최근에 자영업 혹은 창업 관련 채널을 대부분 구독하면서도 이 채널은 20년째 평택에서 대를 이어 곱창 가게를 운영하는 대학원 동기분에게 추천을 받아서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