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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완짹슨 Jan 19. 2019

'외국어 능력' 과 '외국 거주 기간'은 반비례한다.

독서실에 오래 앉아 있다고 해서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한국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빠지지 않는 질문들이 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예상하셨겠지만 “대만에 거주한 지 얼마나 되었냐?” 또 “대만은 대만어가 따로 있냐? (참고로 대만은 대만어가 존재하지만 대부분 중국어를 사용한다.) 등의 질문들이다. 늘 같은 질문을 받고는 하지만 내 답변은 늘 같을 수 없다. 왜냐하면 시간은 계속 흐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 답변과는 다르게 사람들의 반응은 늘 한결같다. 


“와, 그래? 그럼 중국어 잘하겠네? “


예전에는 다소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이고는 했지만 반복되는 질문에 요즘은 그냥 웃어넘기고 만다. 사실, 내가 중국어를 잘하는지 못 하는지는 내가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평가는 공인 시험 성적 혹은 나와 중국어로 대화하는 친구들이 정확하게 해 줄 것이다.


그래도 중국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4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왔으니 지인들이 놀러 왔을 때 식당을 예약하고 관광지로 안내를 해 주고 현지에서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도는 된다. (굳이 자랑을 하자면 대만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외국인 패널로 초대받아서 녹화를 진행한 경험도 있다) 굳이 나의 중국어 수준을 이야기하자면 중급은 되는 듯하다. 


그런데 나는 이 말부터 해야겠다. 내가 중국어로 대화가 가능한 이유는 '내가 대만에 4년 넘게 살아서가 아니라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노력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의 나는 지각 결석 없이 열심히 학원을 다니고 시험 기간에는 독서실에서 오랜 시간을 앉아 있었지만 성적은 늘 신통치 않았고 부모님이 기대하던 인문계 진학도 하지 못했다. 다른 친구들이 평균 80점을 못 넘었네. 평균 90점 넘었네. 할 때 나는 60점 한번 넘어보는 것이 목표인 그런 학생이었다. 그런 나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면 ‘독서실에 오래 앉아 있다고 해서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고 학원을 많이 다닌다고 해서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외국에 오래 살았다고 해서 외국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사람들이 언어 능력 향상을 위해서 어학연수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어권 어학연수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나의 경험담을 적자면 한국에서 영어 학원 다니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확실히 영어를 많이 쓸 수 있는 환경은 갖춰져 있다는 말이다’ 독서실이 집보다는 공부하기 좋은 환경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위에 언급했듯이 독서실에 오래 앉아 있었다고 해서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독서실은 그저 환경을 제공할 뿐 성적 향상은 결국 본인의 노력이다. 아무리 좋은 환경이 갖춰져 있어도 본인의 노력 없이는 성장 또한 없다. 특히나 언어는 자연스럽게 습득이 가능한 유년기를 벗어날수록 학습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절박한 마음 가짐으로 남들보다 배로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먹고살기 위해서 즉 생존을 위해서 대만에 왔다. 그런데 먹고살려고 보니 중국어를 해야만 했다. 물론 못 해도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했다. 첫 번째는 일 안 해도 될 만큼 돈이 많아서 하루하루를 여행자처럼 살거나 중국어를 못 해서 한국어가 가능한 사람을 필요로 하는 사장님 밑에서 일자리를 얻어서 살아가는 것. 하지만 그 정도의 목표를 위해서 타 국가로 이주를 결정하는 사람을 적어도 나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중국어를 못 하면 현지 사람들과 소통하며 누리는 재미도 없다.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출근해서 만나는 한국인 사장님뿐!이다. TV를 켜고 예능을 봐도 재미가 없고 뉴스를 봐도 무슨 소리인지 도통 알 수가 없어서 대만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다. 흐름의 변화를 인지 못 하고 있다가 자기에게 불똥이 튀었을 때는 늦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이기적인 면이 있어서 남들의 위기를 자기의 기회로 삼는다. 그때서야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너 그거 몰랐어? 우린 다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언어를 배우고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의 경험담을 풀어가면서 자신감을 채워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첫 번째는 “저 중국어 그렇게 잘하지 않아요. 조금 틀려도 괜찮아요. 우리도 외국 친구들이 조금 틀려도 다 이해하잖아요” 

그리고 두 번째는 외국어로 이야기할 때 항상 자기 최면을 걸어 보라고 말한다. “나는 영어를 잘해. 너무 잘해. 중국어도 잘해. 그러니까 긴장하지 마” 어차피,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다 잘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남의 시선을 걱정할 필요 없다. 고 말이다.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회사를 퇴사한 이후에 창업을 하겠다고 대만에 나 홀로 온 이후에 제일 먼저 한 일은 어학당에 다니는 일이었다. 어학당 등록 당시 내 나이는 만 30세를 지나서 워킹 홀리데이 비자 발급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내 나이를 언급한 이유는 “배움에 있어서 나이는 핑계가 될 수 없다” 는 것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본 많은 한국 사람들은 유독 나이에 민감했다. 늦은 나이에 무언가 배우는 것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에 대해서 무척이나 고민이 많다. 누군가는 “이 나이에 무슨 공부입니까”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외국에 살려고 하는 사람에게 외국어 공부는 단순히 자기 계발 학습 차원이 아님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 외국에서 먹고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먹고사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문제를 나이 핑계로 혹은 부끄럽다는 이유로 포기하고 살 것인가? 어떻게 살든 나와 상관은 없다. 단, 그 결과 또한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지난 4년 동안 그 책임이 얼마나 혹독한 결과로 돌아오는지 수 차례 봐 왔기에 나는 지금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중국어로 대화를 시도한다. 우리는 잠시 머물다 떠나는 여행객들과 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언어의 범위를 설정하지 마라.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충 밥 사 먹고 잠자고 하는데 문제없으면 되지.

다시 말해 “생활 언어만 대충 할 줄 알면 되는 거 아냐?” (문제는 이것마저 못 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 문제)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어떤 사고에 휘말려서 변호사와 상담을 해야 한다면? 혹은 병원에서 수술 상담을 해야 하는데 생활 언어만 해서 가능할까? 물론 변호사와 상담을 하고 수술을 해야 하는 일들은 인생에서 그리 많지는 않겠지만 군대가 매일매일 전쟁이 있어서 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생활 중국어만 할 줄 아는 사람이 변호사와 법률적인 상담을 해야 하고 자기 몸에 이상이 있어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말도 못 한다면? 한번 상상해 보라. 나는 지금도 병원에 가끔 갈 일이 생기면 의사 선생님에게 나의 증상을 어떻게 설명할지 충분히 학습을 하고 간다. 외국어란 아무리 학습을 해도 그런 것이다. 


그렇게 대만이라는 국가에 정착하여 버틴 시간이 어느덧 4년을 훌쩍 뛰어넘었다. 운동선수들이 올림픽 하나만 보고 땀 흘린 시간만큼이나 나 또한 대만에서 땀을 흘렸다. 물론 그 땀의 숨은 의미와 깊이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대만에서 생존을 위한 언어 습득을 위해서 제일 오랜 시간 땀을 흘려왔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과정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미 땀의 결실을 맛봤기에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가혹한 편이다.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영광을 맛을 본 선수들이 또다시 올림픽을 위해서 지옥 같은 훈련을 버터 내는 것과 같은 마음일까?


누구나 처음은 있다. 나도 처음에 중국어가 능숙하지 못하던 시절. 내 성격과 어울리지 않게 대인 기피증까지 생겼었지만 언어가 자유로워질수록 자신감을 회복했고 더욱 많은 현지 친구들을 알게 되다 보니 대만에서의 생활도 재미나고 더욱 다양한 기회들로 연결되었다. 무엇보다 어떠한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법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해당 국가의 언어를 모르는 자는 그저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걷는 것 밖에 못 하는 덩치만 큰 아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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