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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완짹슨 Dec 25. 2020

크리스마스에 출근하는 대만 사람들

모든 나라가 공휴일은 아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뉴스에서는 연일 크리스마스 관련된 소식 (주요 관광지 숙박 시설에 대한 예약률과 일기 예보에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해도 좋다 등) 들을 보도하고 거리에서는 신나는 '캐럴' 음악으로 분위기에 한껏 끌어올려주니 종교가 없는 나로서도 신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올해는 그렇지 못 한 채로 지날 듯하다.



- 커플이냐 싱글이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크리스마스 계획 -

사실 크리스마스의 유래를 살펴보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기념일' 즉 非기독교인에게는 굳이? 신경 써야 할 이유가 없다. 커플이라고 해서 어딘가를 놀러 가고 추억해야 할 이유도 없고 싱글이라고 좌절하고 낙담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말이다. 우리가 석가탄신일에도 싱글 탈출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지도 않고 특별한 계획을 잡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 메시지가 대한민국 싱글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 물론 필자인 나를 포함해서 - )


나 또한 어릴 적에는 사회가 꾸며놓은 분위기에 휩쓸려서 피 터지는 티켓팅을 해서 영화라고 한편 보고 집에 들어와서 정신 승리를 하고는 했다. 그런데 기독교도 아닌 내가 굳이? 왜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대만의 크리스마스는 그런 면에서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크리스마스였다. 내가 경험했던 '한국과는 조금은 달랐던 대만의 크리스마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휴일이 아닌 대만의 크리스마스>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한국과 가까운 나라 대만은 크리스마스에 정상 출근을 한다. (이는 중국도 마찬 가지인데) 대만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대만도 1963년부터 2000년까지는 12월 25일을 휴일로 지정했었다.


다만 그 이유에는 크리스마스가 아닌 행 헌 기념일(헌법을 시행한 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함이었는데, 이는 당시 장제스가 헌법 시행을 선포하는 라디오 연설에서 예수처럼 신중국 건설의 첫걸음을 향하기 위해 헌법을 시행하노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나는 대만이 크리스마스가 휴일이 아닌 이유가 도교와 불교 인구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암튼 중요한 사실은 현재 대만의 젊은이들은 크리스마스가 한국처럼 공휴일이 되기를 원한다고 한다.

도교와 불교 인구가 80%인 대만에서도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싶어 하고 쉬고 싶어 하는 것(쉬는 날은 많을수록 옳다)은 모든 이들이 한마음으로 원하나 보다.



- 크리스마스에 출근을 하던 날의 기억 -

2014년 11일에 처음 대만을 가서 12월부터 본격적으로 현지에서 출근을 했으니 대만이라는 곳에 적응하기 전부터 크리스마스 출근에 적응해야만 했던 그때가 생각이 난다. 한국에서 10, 20대를 보낸 나에게 대만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크리스마스에 사무실로 들어서 던 그날의 기억은 지우려야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다. 특히나 여전히 반팔을 입어도 될 만큼 따뜻했던 12월의 크리스마스. 를 보낼려니 더더욱 그러했다.

대만에서 맞이한 첫 번째 크리스마스는 텁텁한 공기로 가득 한 사무실이었다면 두 번째 크리스마스는 어학당이었다. 직장도 학교도 정상 출근 정상 등교이니 당연한 것.


당시 수업을 담당하던 선생님은 나를 포함한 수업 동료들에게 대만에서 처음 보내는 크리스마스에 특별한 계획이 있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같은 반 친구였던 덴마크 친구가 했던 말이 그 표정과 함께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데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족들과 떨어져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어서 너무 슬프다.'라고 했었다. 북유럽 특유의 골격과 짙은 인상은 내게 항상 어른스러운 이미지를 심어주었는데 나는 처음으로 아이 같은 순수함을 느낌과 동시에 간접적으로나마 북유럽 사람들이 평소에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는지 알 수 있었다.



<선물을 교환하는 대만의 크리스마스>

대만에서는 크리스마스 때 선물 교환하는 것이 오래된 문화라고 한다. 물론 이는 자연스럽게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일 뿐이기에 그렇게 안 하는 곳도 있었다. 그것이 내가 가오슝에서 3번의 크리스마스를 보내면서도 몰랐던 이유였다. 선물을 교환하는 크리스마스는 이후에 타이베이에서 근무를 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경험할 기회가 찾아왔는데 그룹장의 역할이 중요한 듯하다.

 

선물 교환은 각자 그룹(학교, 직장 등등) 내에서 자체적으로 규정을 정하는데 중요한 것은 '선물 가격의 한도를 정하는 것'이다. 과정 자체를 즐기는 위함이기에 너무 비쌀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날(출근은 하니까) 보통은 오후 혹은 저녁에 회식을 겸해서 진행을 하는데 우선 각자 번호표를 하나씩 뽑은 후에 우선 한 명이 번호를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번호의 번호의 연결이 되는 형태이다. 번호를 지명하면 서로 아닌 척하고 있는 모습이나 선물을 받은 후에 그것을 곧바로 뜯으면서 부러움이 나오기도 때로는 탄식? 이 나오기도 하는데 사람들이 그 과정을 즐기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각자 준비한 선물에 번호를 적는데, 안이 안 보이도록 꼼꼼하게 포장을 해야 한다>


- 크리스마스가 8월이었다면? -

'뉴스에서는 올해 크리스마스는 따뜻한 날씨의 영향으로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보기 힘들 전망입니다'

눈이 안 오면 아쉬워하고 이성 친구가 없으면 왠지 세상의 낙오자가 된 것 같고(형 24일에 잘 거니까 26일 아침에 깨워라)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그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 단 한 번의 행사 이후 역사적으로 사라지기는 했지만 2012년 12월 24일에는 '솔로대첩'이라는 행사가 전국 15개 도시에서 개최된 적도 있었다.

 

만약에 크리스마스가 8월(혹은 석가탄신일처럼 5월)에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한국에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며, 전 세계인들에게 아직도 사랑받는 '나 홀로 집에라는 영화는 여름을 배경으로 촬영'을 했을 것이며 숙박 업소는 한여름 성수기와 맞물려 크리스마스 대목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연말과 동 떨어진 시기였기에 그저 수많은 연휴 중 하나로 인식되지 않았을까?


나는 대만에서 처음으로 선물 교환을 했던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될 것만 같은 이유에는 한국에서는 해 본 적이 없는 색다른 문화였고 무엇보다 그 문화가 '소소했기 때문'이다. 작은 선물 안에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주고 받는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기에 나는 지난 크리스마스의 기억이 두고두고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2019년 대만에서의 크리스마스.

그리고 한국 또한 가족 혹은 가까운 친구들과 이렇게 작은 선물 교환을 해 보는건 어떨까?  

꼭 크리스마스라서가 아니라 '한해의 마지막과 가까운 오늘 하루' 를 기념하고 마무리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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