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이완짹슨 Jan 07. 2022

대만 사람들의 '아침' 시간

아침으로 보는 문화의 재발견

여행, 봉사 활동, 어학연수, 주재원 생활 등 다양한 이유로 여러 국가에서 그들의 방식으로 아침을 맞이했었다. 인도네시아 어느 산속 마을에서 봉사 활동을 할 때는 새벽 4시만 되면 닭이 우는 소리에 기상을 해서 아침을 준비했었고 여행으로 갔던 베트남 호찌민에서는 이른 아침 부릉부릉 오토바이 소리에 잠이 깨면 그 분위기에 취해서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길바닥에서 아침으로 쌀국수를 먹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게다가 유럽에서 어학연수 시절에는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밤새도록 클럽에서 놀면서 아침을 맞이했는데 한국처럼 해장국을 먹을 상황이 안 되어서 식어 버린 피자로 해장을 했던 기억들이 있다.  


대만의 경우는 보통 7시 전후로 하루가 시작된다. 우선 학생들의 등교 시간이 무척이나 빨라서 아침 7시에 이미 정문으로 들어가는 학생들을 볼 수도 있다. 하루는 아침 8시 대리 수업이 잡혀서 늦을까 봐 7시 30분에 도착한 적이 있었는데 그 시간에 이미 도착해서 아침으로 무언가를 먹고 있는 학생들을 본 적이 있다.


대만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먹는 거에 진심인 편이다. '역설적으로 먹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해 본다면 조금 우습게 느껴지는 제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대만 사람들을 잡고 저렇게 물어보면 배시시 웃고 만다. 그만큼 먹는 거에 진심이고 매사에 솔직한 편이다.



대만의 아침을 여는 아침 식당들

대만에는 아침만 전문으로 영업하는 가게들이 정말 많다. 일찍 여는 곳은 아침 6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편인데 대표적인 아침 메뉴 하면 입을 모아서 '단빙'과 '두장'을 꼽을 것이다. 단빙은 한자어로 '계란 단'과 '떡 병' 해석을 하면 '계란 떡'이라는 의미인데 정확히는 밀가루 반죽이니 절반 정도 맞는 말이다. 단빙만 먹으면 조금 아쉬운데 마실 것으로 두장 혹은 홍차를 곁들인 것이 대만에서 일반적인 아침 식사이다. 그 외에도 한 때 한국에서 대만 샌드위치 열풍이 불었는데 그 또한 대만에서는 인기 있는 아침 메뉴이다. 단빙이 조금 부족하면 미리 속을 채운 샌드위치를 보통 한화로 800원 ~ 1,200원 정도에 먹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컵보다 그릇에 담아주는 걸 좋아한다. - 사진 출처 : 구글 >

하루는 아침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새벽부터 집 밖을 나섰다. 밖은 여전히 어둡고 약간은 쌀쌀함이 감 돌았다. 감성이 넘치지만 어두우면 무섭게 돌변하는 대만 특유의 골목을 벗어나니 어디선가 하얀 불빛과 차가운 공기 사이로 김이 모락모락 새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두장(두유)을 끓이면서 생기는 수증기였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고소한 냄새에 나도 모르게 안으로 향했다. 두유를 워낙 좋아해서 솥처럼 큰 냄비에 한가득 두장을 끓이고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른 시간부터 군침이 흘렀다.


아직 정리가 덜 된 입구가 조금 지저분하기는 했지만 착한 가격 앞에서 용서가 되었다. 무엇보다 동이 트기 전 바깥 풍경을 보며 먹는 뜨끈한 두장 한 그릇과 단빙 한 조각을 먹으니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대만 사람들이 아침을 그토록 챙겨 먹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일찍 열고 일찍 닫는 곳

한국은 회사원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들도 보면 정말 죽어라 일한다. (요즘 나도 그렇게 살지만)

그에 반해 대만은 회사원은 물론 식당들도 정해진 시간만 일하는 느낌이다. 아침 식당들은 대게는 12시면 문을 닫을 준비를 한다. (어차피 같은 임대료 나가는데 1 ~ 2시간 더하면 점심 장사도 할 수 있지 않나?라는 이방인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고는 하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덮어둔다)



대만인들이 즐겨 먹는 아침 식사는

앞서 단빙과 두장 이야기를 했었는데 마지막으로 '반투안'이라고 하는 '대만식 주먹밥'을 이야기하고 싶다. 아마도 대만에서 제일 많이 먹었던 아침이 아닐까? 싶은데 아무래도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밥' 이기 때문일 것이다. '반투안'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쌀로 만든 밥에 속을 채워주는 음식이다. 한국과 조금 다른 점은 대부분 즉석에서 주문을 받아서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흰쌀, 자주 쌀 혹은 반반 선택이 가능하다. 그리고 한국식 콩자반부터 대만식 재료까지 약 20개 정도 되는 재료 중에 원하는 토핑을 고를 수 있다. 간혹 김치가 있는 곳도 있어서 김치를 넣어서 먹으면 한국인 입맛에 쏙이다. 선택권만 놓고 보면 배스킨라빈스 31보다 많은 선택권이 달려 있는 것이다.

<주먹밥을 만들 때 너무 뜨거워서 장갑을 꼭 껴야만 한다>


이렇게 주문을 하고 계산을 마치면 어느덧 쌀에 토핑을 넣고 열심히 주먹 형태로 만들고 있는 분주한 손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아침 식당들이 그렇지만 반투안만 판매하는 가게들은 TAKE OUT 형태로 운영이 되며 2평 남짓 공간에서 2명 ~ 3명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같이 먹을 음료수(여기서도 장과 홍차는 늘 있고 섞어서 팔기도 한다)도 판매를 해서 SET로 구매를 할 수 있다. 갓 만들어져 나온 반투안은 뜨겁기 때문에 차가운 음료수는 꼭 필요하다.

 

이렇게 해서 보통 2,500원 정도에 한 끼가 가능하니 맛에서도 가격에서도 그리울 수밖에 없는 듯하다


그 외에도 소개하고 싶은 대만식 아침 종류가 너무 많지만 제일 먹고 싶고 아침으로 제일 많이 먹었던 음식 위주로 정리를 해 보았다.


부드러우면서도 바삭한 단빙과 시원하고 달달한 홍차 혹은 갓 만들어서 고소함이 더욱 넘쳤던 따끈했던 두장. 그리고 하나 먹으면 하루가 든든했던 반투안은 가끔 한국 음식의 그리움을 잊게끔 만들어주는 음식이었다. 그리고 2년 가까이 그 곳을 가지 못 하는 지금은 그때가 많이 그립다. 그날 대만 어딘가에 앉아서 느긋하게 한입 베어 물며 잠시나마 일상 속 여유를 가지던 그 시간 그리고 그곳의 습했던 날씨까지도.



PS. 아침 먹을 곳이 없어요.

한 번은 대만에서 한국으로 돌아간 어느 한국분이 쓴 글을 보고 피식 웃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분의 이야기인 즉 "아침 먹을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아침을 먹을 곳이 없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단지, 그분은 대만스러운 아침이 그리워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