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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완짹슨 Dec 09. 2021

대만 예능 프로그램, 두 번째 출연 이야기.

무려 1년 만이었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첫 방송 (주변에서는 "처음에는 다 그런 거야"라고 말 하지만 기대가 컸던지라 실망과 아쉬움이 배로 컸던 것 같다) 이후에 첫 녹화 그리고 본방송이 나온 것도 안 보고 지내며 평온한 대만 생활에 살짝 무력해질 때쯤 방송국 다른 작가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약 1년 만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번에도 'OK부터 했다' 첫 방송에서 자신감이 떨어지긴 했지만 다시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포기가 아닌 도전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게다가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작가들도 나의 폭발하지 못 한 가능성을 기대해서 연락하지 않았을까?라는 긍정적인 착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1년 만에 본방송을 '모니터링' 하다>

다들 이런 경험이 한 번쯤을 있을 것이다. 녹음된 자기 목소리를 본인 귀로 들었을 때 느껴지는 어색함 말이다. 아, 내 목소리가 이랬어? 내가 이렇게 말했다고? TV 화면 속 나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그보다 5배 정도는 더 어색하고 낯선 경험이다. 덕분에 1년만에 방송을 보게 되었고 다행히 방송에서 나의 실수를 덮어주는 탁월한 편집 실력 덕분에  나쁘지 않았다. 그들의 센스에 감탄하며 이걸 다시 보기까지 기다려 왔던 시간들과 집에서 이불 킥을 하던 지난날들이 떠 올랐다.


무엇보다 인위적인 요소가 배제된 REAL 그 자체였던 야시장에서 회오리 감자를 팔면서 손님들과 소통하는 영상 또한 이쁘게 편집을 해줘서 전국으로 방영이 되어서 안도가 되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주문을 걸었다. '나는 외국인이라고 그래서 말이 조금 서툴러도 오히려 그런 모습이 친화적이고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어쩌면 이게 내 콘셉트로 어울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첫 녹화 날,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웃고 있었다>


<녹화를 위해 또다시 방송국으로>

작가님과 사전 인터뷰를 마친 후 역시나 녹화 3일 전? 대본을 받아 든 후에, 녹화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전과 조금 달라진 점이 있었다면 대본이 있었지만 대본에 너무 얽매이지 않기로 한 것이었다. 큰 틀에서 흐름을 익히기 위한 정도로 생각해야지. 대본에 너무 집중해서 말이 엉키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지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오랜 시간 방송을 하셨던, 소위 고정 게스트들의 경우는 대본 자체가 없었다. (오히려, 중국어 보면 머리 아프다고 안 보시는 내공의 소유자들)


두 번째 방송은 녹화를 시작한 지 정확히 60분 만에 끝이 나 버렸다. 실제 방송 분량이 45분인 것을 생각하면 녹화 시간이 꽤나 짧았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내공 있는 고정 게스트들이 잘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 녹화를 마친 MC들의 눈에 피곤함이 역력해 보였다.


오늘의 녹화를 자평하자면 예전보다 더 많은 분량을 받았고 최대한 즐기면서 촬영했는데 그래도 100% 보여 주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으면서도, 계속 기회가 주어지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딱 오는 그런 하루였다.

<방송국에서 준비해 준 한복까지 입고, 나름 선방했던 두 번째 방송>


<녹화 후, 집으로 가는 길>

오후 늦게 시작한 녹화를 끝내고 나오니 어느덧 어두운 밤 아래 몇몇 조명만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거리에는 중간중간 환하게 불이 켜진 식당들이 보였고 그 안에는 화기애애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이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 거리는 적막함만이 감돌았다. 그 순간 알 수 없는 공허함이 나의 마음속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누가 괜찮아?라고 물으면 "응 괜찮아"라고 말하면서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조금 과장하자면 연예인들의 심정? 을 조금을 알 것 같았다.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대중들의 사랑으로 행복할 것만 같지만 그 이면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로움을 필연적으로 감추고 살아가야 하는 그들 또한 현실에서는 평범한 우리와 다를 것이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였음을.

<대만의 국민 MC 샤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서 배려심과 평소 심성이 느껴졌다>



<PS. 예능 프로그램에서 외국인이 살아 남기!>

- 아무래도 제일 중요한 것은 유창한 중국어 능력이다. 일단 대본을 이해하고 녹화의 흐름을 따라가고 중간에 끼어들기를 하려면 뭘 제대로 알아듣고 말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어만 잘한다고 해서 방송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예능은 결국 예능이다. 즉, 한 마디로 웃기는 능력? 이 더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예능감이 좋아도 언어가 부족하면 녹화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힘들기 때문에 수많은 카메라와 대만 연예인들과 다른 게스트들 사이에서 위축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두 가지 모두를 잘해야 한다'라는 것이 내가 경험해 보고 내린 결론이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방송인들의 한국어가 웬만한 한국인보다 낫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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