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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에서 만난, 아이스크림 소녀

꼭, 배스킨라빈스가 아니어도, 아이스크림이니까

by 타이완짹슨

여행 한 줄, 사진 한 움큼 EP 5.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어느 거리에서

항상 업무 혹은 경유로 지나쳤던 쿠알라룸푸르를 처음으로 온전히 여행했던 시간. 여행 마지막 날 아침 우연히 발견한 벼룩시장 (요즘에는'플리 마켓'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을 발견했다. 내심 "이런 건 도대체, 누가 살까?" 싶은 것들이 더 많았던 곳이었지만, 여행자에게는 이 조차도 흥미로운 볼거리였기에 천천히 거닐기 시작했다.


그러다, 신팔을 파는 할아버지의 손녀로 보이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제 막 아이스크림 하나를 받아 든 아이는 겉 포장지를 뜯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스치 듯, 오래전 배스킨 라빈스 광고에 등장하는 아역 배우가 떠 올랐다.

"설마, 아이스크림을 처음 먹어보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설렘과 호기심 가득한 아이의 표정은 나를 잠시 머물게 만들었고, 할아버지 또한 먼발치에서 손녀의 행동을 지켜보는 듯했다. 나는 그런 할아버지의 눈치를 보며 슬며시 카메라를 들었다.

다행히, 할아버지는 그런 나를 조용히 지켜보고만 계셨다.

그렇게 부랴 부랴 사진을 찍다가,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당황한 듯한 아이의 모습도 잠시. 아이는 곧이어 먹는 일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아이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스크림을 사 주신 할아버지도, 자신을 찍고 있는 신기하게 생긴 외국인도 아닌 '한입 가득 베어 문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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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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