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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석양' 코타키나발루, 한 번은 와야 하는 이유

동네 뒷산에서도 석양을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by 타이완짹슨

여행 한 줄, 사진 한 움큼 EP 6.


가끔씩은 누려도 괜찮아, 인생은 그런 거야

여행에 미쳐사는 나에게도 한때 '여행을 사치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나는 두려워서 멈추기보다는 예측 불가능한 결말을 즐기기로 했다.

그리고 '혼자 떠나는 여행'이 바로 그 시작점이었다.

그러던 중 번은 남자 둘이서 여행을 작당한 적이 있었다. 게다가, 하루 정도는 바다가 보이는 리조트로 예약을 하기로 했다. 나머지 일정은 창문도 없는 3만원짜리 숙소에서 자야 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으면서까지 말이다.

유명 관광지에서 차로 1시간을 이동해 도착한 한적한 어딘가. 도시에서 멀어진 만큼 사람의 흔적보다는 자연의 소리에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시설 곳곳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긴 했지만, 드 넓은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에 앉으니 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코타키나발루에서 가장 기대했던 첫날에 바라보는 석양은 '가만히 있으면 좀이 쑤시는 두 얼간이들'의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하늘과 바다에 온전히 몰입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나는 숨을 죽인 채 렌즈 속 풍경에만 집중했다.

석양은 사라지기까지의 시간은 불과 5분 남짓이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루를 담아내기엔 충분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면, '함께하는 여행'은 앞만 보고 달리느라 정신없던 나에게 "잠시, 멈춰봐!"라고 말하며, 숨을 고르고 뒤돌아 볼 수 있게 하는 시간이었고 선물이었다.

어쩌면, 나는 이 날 석양만 본 것이 아니었다. 함께하면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발견했고, 내게 이 날이 없었다면 아무리 돌아도 같은 길만 반복해서 나오는 둘레길 속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사진 속 풍경의 아름다움만큼 이 순간을 소중하게 기억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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