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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때로는 우동 한 그릇이면 충분해

찬 바람 '쌩쌩' 부는 겨울, 일본에서

by 타이완짹슨

여행 한 줄, 사진 한 움큼 EP 9.


뜨거운 국물이 속을 데워주는 순간

2월의 일본은 제법 추웠다. 속된 말로 뼛속까지 시릴 정도로 추웠다. 마치 추위라는 녀석이 내 신체 기관 통로를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뼈와 뼈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것만 같았다.

당시 가오슝의 2월은 영상 20도를 웃도는 날씨였는데, 하필 오사카의 날씨는 영하 10도 이상 내려간 날이었다. 무방비로 노출된 채 겨울 코트라고 하기엔 얇게만 느껴졌던 그날의 옷을 여민 채 목적지도 없이 걸었던 어느 날.

그렇게 어딘지도 모를 굴다리 아래. 불빛이 보이는 곳으로 향했다. 마치, 길 잃은 산꾼들이 빈집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가게 문 앞, 옆으로 밀어야 열리는 다다미 문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렸다. 순간 안경에 습기가 차 버려 앞은 보이지 않았지만 일본 특유의 활기찬 인사가 들려왔다.

"이라시 아이 마세 ~~~"
우동 면을 연상시키는 하얀 옷과 머리띠를 하고 있는 한 사내가 희미하게 보였다. 왠지 모를 반가움이 교차하는 순간 그곳의 열기가 내 몸을 녹여주는 것만 같았다.

메뉴판을 받아 들었지만, 나는 옆 사람이 먹고 있는 우동을 조심히 가리켰다. 곧이어 내 앞에 놓인 우동 한 그릇. 그때의 나는 아마도, 허겁지겁 면발을 한입 크게 베어 물고 국물을 들이켰을 것이다.

이 순간만큼은 입천장이 데어도 괜찮을 만큼, 내 인생에서 가장 맛있었던, 그날의 거친 피로와 마음까지 데워주었던 우동 한 그릇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가끔 생각나곤 한다. 유독 잔인할 만큼 추웠던 그날에 먹었던 우동 한 그릇 말이다.

그리고... 어느새, 그때 먹었던 우동이 다시금 생각날 계절이 다가온다.


- 9월이 시작된 어느 날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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