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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Aug 14. 2019

제17화: 스펙만 쌓지 말고, 센스도 좀 키워볼까?

꼰대라서 할 말은 좀 할게

최근 창원의 어느 호텔에서 모대학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가 있었다. 강의는 2시부터 시작이었다. 여유 있게 도착해서 근처 커피숍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1시쯤 인가 앳댄 목소리의 교육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잘 도착했는지 확인하는 전화였다.  


“강사님, 혹시 도착하셨나요? 도착하셨으면 1층 로비 식당에서 식사하실래요?”


여기까지는 좋았다. 의례적인 통화였다. 그런데 뒤에 이어진 말이 조금 재미(?) 있었다.


“밥이 좀 남아서요.”


“(ㅋㅋㅋ) 네? 밥이 남았다고요?”


나도 모르게 실소가 뿜어져 나왔다. 장난기가 발동해서


"식수인원 빵구 나셨나 봐요? 근데 저는 잔반 처리반이 아닙니다."


라고 받아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강의장으로 갔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나에게 전화를 한 담당자가 악의적인 의도가 있어서 그렇게 말했던 것은 아니다. 윗사람이 왜 이렇게 밥이 많이 남냐고 핀잔을 줘서, 한 명이라도 더 채우기 위해 전화한 것도 아닐 것이다. 강의를 하러 멀리까지 온 나를 챙기는 마음에 식사를 권유했을 것이다. 그 마음은 좋다. 하지만 마지막 말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 마지막 말만 넣어두었다면, 좀 더 센스 있는 담당자가 될 수 있었는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


‘센스 있다’라는 말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센스는 000이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센스 있는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특징 3가지를 내가 좋아하는 커피 T.O.P 에 맞춰서 정리해 본다.  


1. Timing, 센스는 타이밍이다.

위의 상황에서 말도 말이지만,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타이밍이다. 담당자가 나에게 전화를 한 시간은 1시가 조금 넘은 시각, 이미 밥을 먹어도 두 그릇은 먹었을 텐데, 1시에 전화해서 '식사하실래요?'는 좀 아니지 않나 싶다. 좀 더 센스 있는 담당자였다면 11시쯤이나, 아니면 적어도 하루 전에 식사 여부를 체크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 꼭 1시에 전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식사가 아닌 커피를 권유하는 편이 나았을 수도 있다. 아무리 좋은 말도 때를 놓치면 TMI나 무용지물이 된다. 적절한 순간 적절한 말을 하는 것, 그게 센스이다.


2. Occasion :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말과 행동을 하는 것

서울에서 창원까지 4시간을 달려 내려간 강사의 심신은 지쳐있을 것이다. 밥도 밥인데 더 필요한 것은 휴식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때 만약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죠, 3층에 강사 대기실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간단한 다과와 음료 있으니 편히 쉬고 계세요'는 어땠을까? 내 입장에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입장과 상황을 고려해서 말하는 것, 그게 센스다.


3. People, 내가 한 말의 결과값이나 상대방의 반응을 예상하고 행동하는 것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고 같은 말이라도 이쁘게 하는 사람이 있고,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이 있다. 만약 그 담당자에게 '내가 오다가 1+1 음료수를 샀는데, 한 병이 남아서 드립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듣기 좋을까 아니면 '음료수가 맛이 있어서 한 병 더 샀습니다. 같이 드시죠.'가 좋을까? 같은 말처럼 들릴 수 있고, 말 한마디가 뭐 대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같은 말이라도 분명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르게 들릴 수 있다. 내가 한 말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들릴지 생각하고 그 반응을 예상하고 말하는 것, 그게 센스다. 


센스라는 말은 순발력이나 재치, 눈치 등과 유의어로도 쓰이는데, 나는 그보다 센스는 '배려'이자 '예의'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 보고 말과 행동을 하는 것, 그래서 나는 센스라 쓰고 배려라 읽으며, 예의라고 새겨본다. 그래서 만약 '너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말할래?'라고 묻는 다면, '밥이 남아서'라는 표현보다는 '여기 밥이 맛있는데, 혹시 일찍 도착하시면 식사라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는 '멀리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는데, 식사 준비해 두었습니다.' 정도로 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흔히 센스는 타고나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주변에 무릎을 탁 칠만한 센스를 타고 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세상 그 어떤 능력이라도 노력하면 개발되지 않는 것이 없다. 아래 세 가지 방법을 통해 센스쟁이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센스를 밥말아 먹었다는 소리 듣는 것은 피하기를 바란다.  


(1)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나 편한 상황은 무엇일까?'라고 고민하는 습관을 가지고 행동한다면, 센스 있게 행동할 수 있다.


(2) 평소 상대방의 관심사와 특성을 잘 관찰하고 기억한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특이 행동이나 관심사를 잘 알고 대응하면, 센스 있게 행동할 수 있다.


(3) 입에 필터를 달자.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을 가진다.

말이 먼저가 아니라, 생각하면서 말하거나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생각하고 난 후에 말하는 습관을 키운다면, 센스 있게 행동할 수 있다.  


1년 전인가 어느 신혼부부의 집들이에 갔던 기억이 난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정말 보기 드문 경험이었기에 그날의 경험이 또렷이 기억이 난다. 그중에 특히 또렷이 기억나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의례적인 집들이 순서에 따라 안방을 제외한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거하게 차려진 상 앞에 둘러앉았다. 의례적인 소감 한 마디씩 해야 할 차례다. 그때 어느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생각보다 집이 작네.”


순간 집주인의 동공이 흔들린다. 마음이 소리가 들린다.


'얘는 농담을 한 걸까? 센스가 없는 걸까?', '내 집이 작은데 보태준 거 있나?'


이때 다행히 타이밍 좋게 부장님께서 이렇게 받아치신다.


“집이 아담해서 신혼부부가 살기 딱 좋겠네.”


같은 말과 행동을 하더라도 그냥 하면 1이고, 센스 없게 하면 -1, 센스 있게 하면 2의 가치를 만들어 낸다. 대입 준비, 학점 관리, 취업 준비로 눈코 뜰세 없이 바빴고, 이런저런 경험보다 스펙을 쌓기 바빴지만, 이제부터는 센스를 좀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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