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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Oct 21. 2019

제47화:'할많하않' 하지 말고, 제대로 피드백 해보자

위기의 꼰대 구출작전, 꼰대탈출 넘버원

기분 좋은 금요일 저녁, 족발 한 점에 소주 한잔이 땡기는 밤이다. 매일 시켜먹던 단골집이 있었는데, 가끔은 새로운 곳에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그래! 도전이다. 장장 한 시간에 걸쳐 꼼꼼하게 메뉴와 사용자 리뷰를 보고 결정을 한다. 소중한 한 끼를 허투루 날릴 수는 없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한 곳을 결정한다. 배달의 민족 어플을 열고, 설레는 마음으로 주문을 한다. 족발이 온다. 광대가 승천한다. 한점 맛을 본다.


'아...'


한 시간의 시간 투자와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퍽퍽함은 기본이요, 잡내도 나고, 리뷰에 그렇게 맛있다고 극찬을 했던 막국수는 정말 최악이었다. 같이 먹는 와이프도, 족발 킬러 딸아이도 몇 점 먹고 젓가락을 놓는다. 반 이상을 남기고 살짝 기분이 상해서 와이프에게 묻는다.


"이거 솔직한 후기 남겨야 할 것 같아"

"아니야 그냥 둬. 장사하시는 분인데, 괜히 피해 끼치지는 말자"

"그래. 좀 그렇지? 다음부터 안 시켜 먹으면 되지. 굳이…"


그렇게 상황을 정리하기는 했지만 못내 찜찜했다. 분명 나 같은 피해자(?)가 또 발생할 텐데, 내가 말을 아끼는 것이 과연 사장님께는 득일까 실일까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그 생각은 자연스레 리더가 후배를 대하는 상황으로 옮겨갔다.


나도 그랬고, 선후배들도 그랬지만 사실 부정적인 피드백이나 개선을 요하는 피드백을 한다는 것이 쉽지 만은 않다. 한두 번 볼 사이도 아니고, 매번 볼 사이인데 굳이 기분을 건드리고 싶지 않다. 되도록 말을 아끼고 숨기게 된다. 물론 성질대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막말을 쏟아내는 분들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말을 아낀다.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꼭 그렇게 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더 망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잠깐 힘들어도, 민망하고 불편해도 그 순간을 넘기지 말고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 좋다. 다만 앞뒤 상황 가리지 않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일명 오3 법칙을 적용해 보자.


1. '이리, 너라' 하고 시작한다.   


부정적인 피드백은 가급적 따로 불러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인간은 누구나 존중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매슬로우 욕구 위계론에 따르면 최상의 욕구에 해당한다. 그만큼 만족시키기 어렵지만, 충족되면 행복감이 최고조에 오른다. 하지만 반대로 존중의 욕구가 무너지는 순간은 최고 괴로운 순간이 된다. 그리고 회사에서 이런 일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순간은 내 실수나 잘못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순간이다. 좀 따로 불러서 얘기하면 좋으련만, 꼭 사무실 한복판에서 모두 들으라는 듯이 공개처형을 감행한다. 당사자는 만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단두대에 오르는 비참한 기분을 맛보게 된다. 꼭 그렇게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게 권위이고 리더로서 가지는 특권은 아니다. 사장님이 직원들 앞에서 리더인 당신을 비판하는 말들을 한다면, 어떨 것 같은가? 당신은 안되고 직원들은 되는 일은 없다. 최소한의 자존심만큼은 지켜주자.


여기에 한 가지 스킬이 추가되어야 한다. 피드백의 순간, 절대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안 그래도 어렸을 적부터 '엄친아'와 비교되는 스트레스를 겪어온 세대이다. 피드백을 하는 순간까지 그 경험을 꺼내게 만들 필요는 없다. 피드백 시간만큼은 온전히 그 사람의 문제로 돌아와서, 그 사람의 문제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다.  


2. '답 일수도 있어' 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내가 살아온 경험에 비춰서 '이게 정답이니까 이렇게 해'가 아니다. 피드백은 사실과 근거에 기반해서 구체적으로 하되, 결론은 열어두는 것이 좋다. '나는 이런 방법을 시도했었어. 이런 방법도 있어. 선택은 네가 하렴' 이 더 좋은 방식이다. 살아온 시대가 다르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데, 한 가지 방법만이 정답일 수 없다. 정답은 스스로 찾게 해주자. 마침표나 느낌표로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물음표로 열어두자. '너는 이렇게 해, 저렇게 해야 해, 너는 이게 문제야'라고 상대방을 향해 손가락을 겨누기 전에 내 생각이나 경험을 이야기하고, 상대방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나는 이렇게 하니까 효과가 있었어. 어떻게 생각하니?"

"나라면 이렇게 했을 것 같아. 좀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떨까?”


같은 말이라도 '!'를 받아들이는 마음과 '?'를 받아들이는 마음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남이 정해준 답이 아니라 스스로 정한 답은 개선 의지나 실행력을 높여줄 수 있다.


3. '~~ 하는 날이 올 거야' 하며 마무리 한다.


피드백을 할 때는 기대사항을 같이 표명한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할 수 있지만, '기대'는 고래를 날게 만들 수 있다. '리더가 나에게 기대하고 있구나', '내가 잘되기를 바라는구나'라는 생각은 더 자발적으로 일하게 만들 수 있다. '넌 뭘 해도 안돼', '네가 하는 게 그렇지'가 아니라 '지금 부족해도 이것만 고치면', '이런 방법도 시도해 보면 너는 잘될 거야'라는 따뜻한 위로와 진정성 있는 기대가 B급 사원을 A급으로 바꿔 놓을 수도 있다.


이런 저런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조언한 뒤, 마지막에는 피드백 대상자의 장점을 곁들여 기대사항을 표명해 보자. 피드백의 마지막은 이렇게 장식하는 것이다.


"너는 잠재력이 있어. 할 수 있어. 나는 그 가능성을 믿어"   

"너는 창의력이 있잖아. 꼼꼼함만 갖추면 멋지게 해낼 수 있을 거야"


다시 족발의 상황으로 돌아가 본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이 고민을 친구에게 이야기했다. 반갑게도 친구 또한 같은 고민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주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할 것인지, 사장님의 살 권리를 보장할 것인지 고민에 빠진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기가 막힌 팁을 준다.


“야! 댓글 기능 잘 보면 사장님에게만 보이기 기능이 있어"


"아하? 그래?"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배달의 민족 어플을 연다. 사장님 혼자 보기 박스에 체크를 하고, 댓글을 단다. 사장님께만 따로, 사람마다 입맛이 다를 수는 있지만, 진정성을 담아 그 족발집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드럽게 이야기했다. 물론 사장님께서 받아들일지는 논외다. 어쨌든 나는 그저 한 명의 고객으로서 좀 더 좋은 족발이 세상에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꼭 해야 할 말을 했다는 것에 만족했다.


'할많하않'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 내가 생각할 때 피드백의 상황에서는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는다' 보다, '할 말이 많으면 제대로 한다'가 좋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리더인 나도 살고, 후배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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