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갓기획 Nov 18. 2019

제57화: 회사에서 인정 받는 사람이 갖춘 3가지 조건

꼰대라서 할 말은 좀 할게

부제 : 골프는 드라이버, 아이언, 퍼터 3박자가 잘 맞아야 좋은 스코어를 만들 수 있다.  


세상에는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참 많이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최근에 내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들은 돈, 자식, 골프이다. 열심히 번다고 벌고 있는데 통장 잔고는 늘 0을 향해 치닫기 일쑤고, 초등학교 2학년이 된 딸은 열에 아홉은 아빠 생각과 다른 말과 행동으로 아빠를 당황시키고는 한다. 특히 골프의 황금 시즌으로 불리는 요즘, 골프를 칠 때마다 매번 좌절하며 '골프만큼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 것이 또 있을까?'를 느끼며 좌절하고는 한다.  


피지컬만 놓고 보면 프로골퍼 버금가는 조건인데, 필드에만 나가면 공대신 땅을 치고, 핀 대신 나무를 향해 공을 날리며 *백돌이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동안 투자한 돈과 노력에 비해 실력이 형편없다. 심지어 최근에는 골프를 시작한 지 1년도 안된 후배에게 분패하며


“형.ㅋㅋㅋ 이제 그만 은퇴해라. 형 골프채는 내가 대신 팔아줄게. 이따 내 차에 실어놔”


라는 굴욕적인 말까지 들어야 했다.


골프는 골프채를 이용해서 공을 홀 컵에 집어넣는 게임이다. 가장 적은 횟수로 공을 집어넣는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인데, 이때 세 가지 채를 이용해서 게임을 한다. 가장 긴 채인 드라이버는 공을 멀리 보내기 위함이고, 그 중간 거리는 아이언이라는 채를 이용하고, 마지막에 퍼터라는 채를 이용해서 공을 홀 컵에 집어넣는다.



어느 날 인가 유독 드라이버가 잘 맞는 날이 있었다. 쳤다 하면 프로선수 못지않은 거리를 날아가며 주변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그런데 스코어는 그 사람들을  따라가지 못한다. 뒤에서 허덕인다. 치열하게 꼴찌 전쟁 중이다. 답답해 죽겠다.


“아.. 드라이버가 이렇게 잘 맞는데, 스코어가 왜 이모양이야”


이때, 골프 좀 친다는 형이 한마디 건네 온다.


“야. 드라이버만 잘 치려고 하지 말고, 딴 거도 신경 좀 써봐.”


너무 한 가지만 생각했다. 결국 홀컵에 최단 타수로 공을 집어넣기 위해서는 '드라이버', '아이언', '퍼터'가 균형 있게 잘 돼야 하는데, 드라이버에만 치중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일 잘하는 사람이나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의 조건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세 가지로 정리해 본다.   



1. 드라이버: 호쾌한 장타, 나만의 강점이 명확하다.


'너는 강점이 뭐냐?'라고 물었을 때 한 번에 시원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적어도 내 주위에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대부분이 '없다' 또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거나, '이것도 저것도 다 강점이다'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이 없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반대로 '너는 약점이 뭐냐?'라고 물으면 십중팔구 한 두 개씩은 대답한다. 평소에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나 남들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단점에 대해서는 생각 해보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점을 강화하는 노력하는 대신, 약점을 보완하는데 집중한다.


내가 가진 시간과 자원의 한계로 인해 내 노력의 크기는 정해져 있다. 그래서 노력의 양뿐만이 아니라 노력의 질도 중요하다. 어디에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지를 고민한 후 노력의 양을 결정해야 하는데, 리더십 전문가 존 맥스웰은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강점을 강화하는데 75%의 시간을 쓰고, 약점을 보완하는 것에는 5%의 시간만 쓴다고 한다. 나머지 25%의 시간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쓴다"

 

이미 남들이 잘하고 앞서가는 영역에 비해서 부족한 것을 채우는 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나를 던질 칼을 날카롭게 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평범함 속에 내가 빛날 방법은 없다. 다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내가 잘하는 것이나 상대적인 강점을 찾아서 그 실력을 날카롭게 다듬고 더 강력하게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사람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일명 강점 강화 전략이다. 탁월한 말솜씨. 기획력, 영상편집, 문서작성과 같은 지식이나 기술도 좋고, 책임감이나 열정 등과 같은 태도 적인 부분도 좋다.


너의 강점 위에 너를 구축하라
-피터 드러커-


내 이름 앞에 가져다 붙였을 때 가장 어울리고, 남들보다 앞설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나'라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컨셉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 아이언: 목적에 따라 다양한 활용, 쓰임이 많은 사람이 되자.


남자들끼리 모여서 놀다 보면 가끔 이런 이야기들이 오갈 때가 있다.


“야 오늘은 당구 치러 가자”

“아 나 당구 안치잖아”

“그럼 게임하러 가자”

“나 게임 한 번도 안 해봤어”


이런 한 명 때문에 결론은 결국 '노래방이나 가자'로 끝난다. 때로는 노래방도 안돼서, 술, 술, 술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이때 이것저것 다양하게 잘하는 친구나 하기 싫더라도 따라와서 같이 즐기는 친구들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많다. 소위 신변잡기에 능한 친구들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고 자주 찾는 친구가 된다.  


회사는 좋아하는 일만 하는 곳도 아니고, 잘하는 일만 하는 곳도 아니다. 해야만 하는 일, 하기 싫은 일, 못하는 일도 주어진다. 이때 하기 싫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내가 가진 업무 범위는 넓어지지 않고, 내 실력도 한 곳에만 머무르게 된다. 더 이상 나를 찾는 사람도 없어지게 되면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이 된다.


일이란 결국 연결되고 연결된다.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일도 지나고 보면 연결되어 있고, A라는 것을 잘하면 결국 B라는 일에서도 도움이 된다. 이런 경험이 연결되고 연결되면서 실력이 된다. 해보기도 전에 '뭐 좀 해봐', '할 수 있겠어?'라는 질문을 피하고 거절하면, 이런 경험은 쌓이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 졸업식 축사에서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명언을 남겼지만, 나에게 있어 좀 더 의미 있게 다가온 이야기는 '점'에 관한 이야기였다.


"인생의 점은 연결된다. 다만, 미래를 내다보며 점을 잇는 것은 불가능하다. 점이 이어진 모습은 과거를 돌아볼 때야 비로소 가능하다."


현재를 기준으로 일의 경중이나 가치를 판단하지 말고, 지금은 모든 일이든 도움이 되고, 배울 것이 있다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 좋다. 그 경험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언젠가 그렇게 쌓아 올린 벽돌이 모이고 모여서 만리장성이나 피라미드라는 거대한 건축물이라는 실력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맞지 않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해야 할 것만 하고, 주어진 일만 잘하자'가 대세인 시대에 이것저것 다 잘하면 좋고, 경험을 넓히라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꼰대 소리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그때는 그렇게 하기 싫고 의미 없어 보이던 일들이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내 실력의 어딘가에쯤 탄탄한 나사 하나쯤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3. 퍼터 – 1cm만 빗나가도 공은 들어가지 않는다, 디테일을 놓치지 말자.


예전 직장에서 제품 단가 하나를 잘 못 입력해서 수억의 손해를 끼친 것을 봤고, 사소한 메일 하나를 보내지 않아서 행사 준비가 일주일이나 늦어진 경험, 메일에 첨부 파일 하나를 잘못 보내서 회사가 발칵 뒤집힌 일을 겪으면서, 회사 생활을 하면서 디테일은 정말 중요하다고 느낀 적이 많다. 조금 잘한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조금만 실수에도 크게 드러난다. 첨부파일 하나 잘 보낸 것은 이야깃거리가 안 되지만, 첨부 파일 하나 잘못 보낸 것은 사건이 되고, 두고두고 회자된다. 그 사람의 실력이 된다. 이런 소소한 실수가 누적되면 소위 찍히게 된다.


여기에는 한 가지 논리가 숨겨져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는 옛말이다. 물론 하나를 보고 열을 판단하는 것은 과장된 논리이지만, 많은 일을 하고 많은 사람을 관리하고 평가하는 상사의 입장에서는 보이는 것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내 입장에서는 소소한 실수이지만, 상사의 입장에서는 그게 그 사람의 전부이고 실력으로 비칠 수 있다. 그 사람을 많이 겪고 경험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에서 많은 일을 하다 보면 소소한 것을 놓칠 수 있다. 주변 정보가 끼어들기도 하고, 지치고 힘들어서 딱 그 순간 마무리하고 싶어 진다. 이때 어김없이 디테일을 놓치게 된다. 딱 포기하고 싶은 순간, 여기까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실수가 일어난다. 그래서 디테일은 꼼꼼함 이기도 하지만, 고도의 집중력이자 치열함이라고 본다. 보고 또 본 것, 점검하고 점검한 것에서도 오류를 발견해 낼 수 있는 집중력과 정신적, 체력적으로 지치고 힘들 때 더 잘 해내고자 하는 치열한 마음이 만들어내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메일을 보내기 전에, 보고서를 제출하기 전에, 일을 실행하기 전에 딱 한 번만 멈춰 서서 고도의 집중력과 더 잘 해내고자 하는 치열한 마음을 더해 디테일을 지켜내 보자.


마지막은 골프 명언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친구들과의 라운딩에서 매번 삽질을 하고 좌절하는 나에게 조용히 다가와 친구가 해준 말이다.


“야.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샷이 뭔 줄 아냐? 다음 샷이다”


일을 하다 보면 실수도 하고, 사고도 치고, 고통과 좌절을 경험한다. 이때 여기에 너무 매몰되어 있으면 다음은 없다. 빨리 빠져나오는 것이 좋다. 물론 그 실수에서 의미를 찾고, 개선점을 찾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다. 일단 빠져나와서 다음 일을 처리하고, 다음에는 더 잘해야지라고 마음먹는 것이 중요하다.


골프는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 운동이지만, 일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 나를 대표할 수 있는 나만의 강점,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 폭넓은 경험, 마지막 한 톨까지 놓치지 않는 디테일로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돼보자.




*골프에서 백돌이는 야구로 말하면 타율 2할 정도, 당구로 치면 50, 수영으로 치면 개헤엄 치는 수준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56화:계산대앞에서 '쏘세요' 대신 '쏠게요' 어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