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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어부 May 13. 2016

여행을 닮고, 시를 담다.

매력을 노래하다.

바라나시 (인도)


무엇이 너를 이리도 열광하게 하는가

너의 매력이 무엇이 간데

사람을 홀리는가

떠났던 마음도 돌리고

떠나지도 못하게 하는가

아무런 대답도 없는 너는

오늘도 말이 없이

그저 웃기만 하네






무엇이 그렇게도 바라나시에 열광하는가.

바라나시로 향하는 기차는 그 기차역시도 바라나시인 줄 아는지 연착의 연착을 반복하고

조용했지만 10시간이 훌쩍 넘는 이동은 가볍지만은 않았다.

바라나시. 바라나시를 보았다면 인도의 모든 것을 보았다고 할 만큼의 작은 인도라고 했는가?

내가 볼 땐 델리와 뭄바이를 후려치고 남을 정도의 소음과 공해, 너저분함과 지저분함. 사기가 난무했고, 인도의 작은 인도가 아니라 그냥 인도 그 자체였다. 바라나시의 첫 느낌은 싫었다.

내려놓음으로 바라보시길

괜찮은 숙소보다는 그나마 덜 더럽고 강이 보이면 좋겠다 해서 묵은 비슈뉴 게스트하우스. 전생의 업이라는 무거운 배낭을 내리고 내 몸에 땀구멍이 그렇게도 많았나 할 만큼의 폭포 같은 땀을 닦고 내려다본 갠지스강엔 무엇인지 모를 안정감이 있었고 겨울의 시간이지만 가을이 분다. 마음이라는게 안정이 되니 뒤따르는 육체의 허기짐이 말을 한다. 정말이지 한식이라는 게 너무 먹고 싶다고. 너무나 아꼈다 한식을 자주 먹으면 입 버릴 것 같아서였다. 정신을 차리고 한식당을 찾아 나서는데 여기가 어딘지 구분이 안 갈 만큼의 한국사람이 많다.

셀 수 없을 만큼. 정말 많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인도 속의 작은 인도가 아니다. 인도 속의 작은 한국이다.

또 한 번의 갈림길에 선다. 바라나시의 첫인상도 별로 였거니와 너무 많은 한국사람으로 인해서 진정의 의미가 퇴색이 될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식당에서 두 그릇의 밥을 먹어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맛있게. 나라는 놈은 이렇다. 나의 여행은 매일같이 하릴없이 걷는게 전부이다. 골목골목. 그러다 낯이 익은 얼굴이 보인다. 이 넓은 인도에서 낯익은 얼굴을 마주 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두 달 전에 함피라는 따뜻한 남인도에서 잠시 마주했던 형님과 동생을 만났다는 것. 날 보고 곤니찌와라고 인사했지만 전혀 기분 나쁨이란게 없었다. 신기하고 신선했다. 인연이란 게.

탁한 하늘에 별빛을 대신 강위에 빨간 촛불들이 대신 반짝 였다


수많은 연들 이 해 질 녘 하늘을 수놓는다. 희뿌연 하늘엔 별들이 없는 대신 탁한 갠지스 위로 빨간 촛불들이 강을 수놓는다.  그렇게 바라나시의 첫날이 저물어 갔다.


바라나시의 아침은 은은하다

바라나시의 이튿날은 반짝반짝 빛이 나는 갠지스를 바라보며 시작을 한다. 이른 아침부터 가트로 모여드는 사람들 모두가 약속이나 한듯 말없이 갠지스를 바라보며 짜이를 마신다.


인도 여행이 길어질수록 점점 말라가고 있다. 인도는 대부분이 채식 위주다. 타의적으로 채식주의자가 되어가고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이어가고 있다. 또다시 삼겹살 생각이 간절하다.


이생과 후생을 이어주는 마지막 선물

하릴없이 걷고 거닐다. 마주한 바라나시의 화장터. 뭔지 모를 두통과 찌잉하는 미명이 스쳐 지난다.

인도 전통방식의 장례. 장작더미에 고인이 된 이의 몸을 올려 그대로 화장을 한다. 생전에 많이 가진이는 많은 장작더미로 모조리 태우고 많이 가지지 못했던 이는 적은 양 장작으로 전부를 태우지 못하고 끝이 난다. 인도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불공평한 계급뿐만 아니라 죽음마저도 불공평해 보인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 옆으로 소가 똥을 싼다. 윤회를 믿는 인도인들. 현생을 지옥으로 생각을 하며 죽은 후에 갠지스에 뿌려지면. 더 이상의 지옥 같은 삶이 끝이 나고 그들만의 천국으로 간다고 그것이 그들의 소원이라고. 모든 것은 갠지스에서 시작하며. 갠지스에서 끝이 난다. 누군가는 갠지스에 뿌려지며 또 누군가는 또 머리를 감는다.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이제는 무색해져 버린 그대들의 따뜻한 두 손과 두발로 다시 어디론가 가겠지. 그대들이 원하는 곳으로 편히 가시길 기도해본다.

갠지스는 인도의 시작이자 끝이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죽음과 삶에 짧은 생각에 잠긴다. 많은 생각에 또 한 겹의 두통이 더한다.

숙소 앞 가트엔 함피에서 만난 사진작가 형님이 계신다. 조용히 옆자리에 나란히 앉는다. 갠지스를 바라보며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대화를 나눈다.

그냥 멍하니 있었는데. 금세 어둠이 내린다. 뭐지. 바라나시. 시계가 빠르게 돌아간다. 형님과 동생에게 사진과 그림을 선물로 받았다.

뭐지. 바라나시. 무엇이 간데 나에게 베풂을 주시는가.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받는 것뿐만 아니라 주는 것도 잘해야 한다. 장담할 순 없지만 조금씩. 바라나시의 참맛을 알아 가는듯하다. 그나저나 두통이 너무 심하다. 오래간만에 타이레놀을 처방할 때다.


첫인상에 이틀 정도만 머무르려고 한 것이 이주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아무런 것도, 아무것도, 한 것이 없건만 바라나시는 그러했다. 말할 순 있지만 설명할 수 가 없다. 그게 바라나시였다.


내마음처럼 엉망진창


마지막 밤임을 몸도 마음도 아는지. 한 것도 없으면서 아쉬움만 짙은 밤을 보냈다. 이른 아침에 맡겼던 사진을 찾으러 간다. 밤사이 많은 비가 내렸나 보다. 바라나시의 뒷골목은 소똥과 진흙. 모든 것이 뒤엉킨 물웅덩이들. 말 그대로 엉망이다. 흔들흔들 달리는 오토바이. 넘어져 우는 아이. 처음 바라나시를 와서 느낀 감정과 비슷하다.


이제는 모든것이 추억이다

굳게 닫친 사진관. 몇 번의 두드림으로 지난 몇 달간의 추억을 건네받았다. 숙소로 돌아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인도에서 즐겁고 짜증 나고 화나고 좋았던 모든 감정들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지금 바라나시는 많은 비를 머금고 있고 그와 동시에 뿌리고 있다. 보이지도 않는 구름인데 하늘도 아쉬운지

그대 가시는 길 부디 진흙 똥밭이길 간절히 바라나 보다.

아무것도,

어떤 것도, 한 것이 없는데 이주가 훌쩍 넘는 시간이 지났다. 타임머신을 탄 것만 같다. 도저히 알아낼 수 가 없다. 유일하게 인도에서 정신줄을 내려놓은 곳.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바라나시. 이해는 되지만. 설명할 수는 없다. 멈춘듯한 장면. 무심하게도 비는 계속 내린다. 내뿜은 담배연기도 그 자리에서 머물 뿐. 멀리 날아가지 못한다. 몇 시간의 함께할 시간도 찰나처럼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바라나시니까.


                           

배낭을 짊어지고 길을 나선다. 엉망이 된 골목을 헤치고 말없이 배웅하는 나의 절친 좋은 친구들 조금만 더 길었으면 하던 골목도 끝이 나고 릭샤꾼들이 붙는다. 곧 헤어짐을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안녕 안녕 안녕.

뒤돌아 보지 않았다. 비가 얼굴을 적셨고 내 몸도 적시고. 내 배낭도 적신다. 무거운 몸을 릭샤에 맡긴다. 그리고. 더러운 오물을 헤치고 나아간다. 시끄러운 경적 사이로 나도 모르는 사이 잠이 들었다. 꿈을 꾸었다. 기억은 나질 않았다. 그렇게 커다란 기차역에 도착을 했다. 무갈사라이역.

수많은 사람들 틈으로 들어간다. 플랫폼 2번. 4시 50분에 와야 할 콜카타행 기차가 오질 않는다. 그렇게 나는 멈췄고 나머지의 모든 것이 흘러 지난다. 빠르게. 연착의 연착을 거듭하던 4 시간의 지겨운 시간은 멈춘 듯. 빠르게 흘렀다. 내가 뭘 하는지도, 뭘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아주 짧은 순간적인 생각에 모든 것이 바뀌어 버렸다. 많은 인도인들 사이에서 커다랗고 노란 기차표를 8조각으로 찢어 버렸다. 무슨 일이냐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뭔지 모를 감정과 한결 가벼워진 몸과 마음을 이끌고 다시 한번 릭샤에 몸을 맡겼다. 돌아가는 길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이 있었다.

많은 결혼식 행진이 있었고. 다시금 시끄럽고 빨라진 시간 속으로 들어왔다. 머물던 숙소로 향하는 길. 나를 기억하던 인도인들의 환영인사 welcome back. 기분 좋은 인사를 받으니. 금의환향이란 게 이럴 때 쓰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어딘가에 갈 곳이 있다는 것과 나를 기억하고 좋아하는 사람들 품으로 간다는 건. 분명하진 않지만 행복이다. 좋은 친구들. 숙소엔 없다. 허나 머지않은 곳에 있었다. 늘 함께 있던 그 곳. 신발이 보인다.

입구에 서서. 아이고 평안하십니까~. 모두가, 아니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난 느낄 수 있었다. 그. 이. 감정들.

나에게도. 나의 절친 좋은 친구들에게도 오늘은 이벤트다.

몰랐다. 있을 땐. 하지만. 알았다. 없을 땐.

고맙습니다. 나의 절친 좋은 친구들. 최고입니다. 바라나시.

내일의 바라나시는  전혀 다른 해가 떠 오를 것만 같은 밤이다.

안녕. 안녕. 안녕.


바라나시의 매력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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