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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어부 May 17. 2016

인도를 노래하다.

#2 입국, 인도를 만나다.

입국 (뭄바이)

 

시작이라는 걸 했더니

끝이라는 게 있더라

그런데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 이더라




괜한 짓을 했어. 베이징 트렌스퍼. 시작부터 연착에 무한 대기에 무기한 비행. 미련하게 미련한 짓을 했다.

출발 단 하루 만에 인도도 보지도 못하고 너덜너덜해진 몸과 영혼이 털려 버렸다.

풍문으로 들어 충분히 인도가 쉽지 않으리란 걸 인지한 나로서, 공항 노숙 땐 불침번을 서는지 잠을 잤지만 자지 않았고, 졸았지만 졸지 않았다. 어둡던 공항 밖에 조금씩 빛이 들어서고 어둠이 조금씩 멀어간다.


문득, 내가 왜  인도 배낭여행을 하는지 생각을 해봤다. 결론은 지극히 단순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영혼의 안식을 얻으러, 요가를 배우러, 문화를 배우러, 등등 많지만 나는 그저 "싸 니 까" 였다. 그래서 어디 어디를 가겠다 라는건 처음부터 없었다. 그냥 조용한 곳이면 다 괜찮을 것만 같았다. 도망이라도 치듯이 말이다.


새로운 해가 뜬것 같은 기분의 공항에서의 아침. 따깔이라는 급행 기차표를 구하기 위해서 대기를 하는데. 오전 8시에 접수를 한다고 했건만.. 안 온다.


30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 출근한 아저씨는 인도 특유의 미안함이 없다. 신기할 정도로 느긋하고 첫날부터 예사롭지가 않다. 8시 티켓팅이 늦어서 표가 없다며, 11시에 티켓팅을 하자고 말을 한다. 아주 아주 자상하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니가 조금만 일찍 출근했다면 표가 존재했을지도 몰랐잖아. 아. 웃는 얼굴에 침 뱉고 싶다. 

그렇게 또다시 3시간의 대기를 공항에서 자는 듯 자지 못하고 조는 듯 졸지 못하며 철벽 수비를 하고 있다.

인도인들 외국인들에게 과할 정도로 관심이 지나치다. 나를 좋아하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남을 정도로. 아주 잠시지만 그런 생각 후엔 자동으로 두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남자가 남자인 나를 좋아한다니.. 


11시 정각 10분 전. 재빨리 뛰어가 1등으로 대기를 했고, 고아행 슬리퍼 기차를 예약했다. 다시금 장거리지만 기차는 뭔가 낭만이 있을 것만 같구먼.


영화 터미널처럼 하루를 비행기와 공항에서만 보냈다. 지루함의 연속이었지만 기다리는 것이 있으니 그래도 조금의 위안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또 막상 공항을 떠날려니 아쉽기도 하다. 

이제 정말 공항을 나서고, 진짜 인도를 만난다.

공항을 나서자 인도의 환상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뭄바이의 첫 냄새는 암담했다. 메쾌하고 비릿하고 먼지에 텁텁하고 덥기까지 총체적 난국이었다.

하루를 참은 담배의 깊은 한숨은 맛이고 멋이 아니라, 그냥 어이없는 한숨이 맞았다.


내 몸무게 54kg. 앞뒤 배낭으로 33kg. 내 평생의 소원인 몸무게 100kg이 눈앞이다.  

버스를 타야 하는데 행색이 불쌍해 보였는지 아주 친절하게도 현지인들이 도와준다.

나마스테.

버스에 오르지 마자. 또다시 큰 눈으로 신기한 듯 쳐다본다. 눈웃음으로 나마스테 화답했고. 빈자리에 앉으니 레이디 자리라며 비키라는 한마디에 얼굴이 시뻘게 졌다. 그것도 모자라 짐이 크다고 짐 값까지 부여해 주셨다. 감사합니다.

버스 타기 전부터 일일이 도움 주신 현지인 아저씨가 목적지를 물어보시며 기차 티켓팅도 도와준다.

티켓팅 하는 순간부터 움직이는 전부를  그 큰 눈들로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살아있는 CCTV들.


뭄바이 안데리 역. 어마 무지하다. 기차에 매달려 타는 건 기본이고. 달리던 기차역에서 뛰어내리기도 한다.

칸칸이 시스템이 있었다. 남자 칸. 여자 칸. 핸디캡 칸 등등.

첫 번째 기차는 허둥지둥 어리버리하는 탓에 지나쳐버렸다. 33kg의 배낭들을 메고 인도인들처럼 뛰어 탈 순 없었다. 이다음 기차는 기필코 승차를 하리. 10여분 후, 다시 기차가 들어왔고 새처럼 가벼웁게 뛰어올랐다.

핸디캡 칸으로..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 노인들. 애기를 안은 여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신기하게 쳐다보는 건 당연하고, 멀쩡한 게 왜 여기에 타느냐는 몇몇 노인들의 원망스러운 눈빛.. 

외국인이 여기 칸이 핸디캡 칸인걸 어떻게 알고 탔겠냐. 그냥 내 앞에 정차된 칸이 그 칸이었는데.

조금만 더 움직였다면. 여성전용칸으로 탔을 테지..

인도에선 외국인은 등급의 가장 아래 보다도 낮은 계급은 선사받는다. 불가촉천민이라는 이등병 계급. 


타큐멘터리에나 나올만한 무한 승차의 인도 기차. 신선하고 신기하고 인도 여행에서는 빼놓을 순 없을 것 같다.


안데리 역에서 종점인 처치게이트역 하차. 숙소가 많은 게이트 오브 인디아로 가기 위해 택시의 가격을 물어봤는데.. 외국인이라 세게 부르고 본다. 어딜 가나 등 처먹으려는 택시기사들로 마음이 많이 상한다.

옆에 아저씨가 버스 타란다. 여기가 버스정류장이라고. 차비는 10루피라고.. 택시비 15배.. 개놈..


로컬버스는 언제나 배낭 때문에 고충이 더한다. 그런 와중에 인도 현지 남자 사람 두 명이 사진 찍잖다. 그래. 내가 여기서 먹히나 보다. 남자가 남자랑 웃으며 사진 찍는다는 게 참 그러하다. 웃는데 눈물이 나는 기분이다. 버스 사진 이후로 난 계속 모르는 인도 사람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진을 찍었다. 아니 찍힌 게 맞다. 도촬도 많이 찍혔고, 초상권 같은 건 애초에 인도에서 존재하지 않는가 보다. 이등병 계급이니 할 말이 없다.


여기가 정말 싼 인도가 맞나 할 정도로 뭄바이의 물가가 여건과 전혀 맞지 않게 더럽게 높다. 

그간 여행들 중에 정말 말도 안 되는 곳에서 많이 잠을 자 봤지만 인도의 숙소는 할 말이 없다. 웃음이 난다. 헛웃음이.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잠들 수가 없는 곳. 적당한 숙소를 찾느라 옮기고 옮겼다. 싸고 좋은 곳이 없다는 건 이미 많은 여행으로 터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덜 더러운 곳으로.


뭄바이의 물가를 감안해서 나름의 마지노선으로 괜찮고 적당한 곳이라 생각을 하고 숙소를 잡았는데.. 합판으로 된 가벽과 천정이 옆방과 그 옆방의 옆방과 다 뚫려 있다는 것. 아하하하하. 그렇게 쉽지 않을 것만 같은 여행은 시작되고 있었다.


별것 아닌 것들이 별것이 된 인도 마실.

극장도 있고 브랜드 커피집, 브랜드샵들도 몇몇 보이나 대부분이 좌판 행상이다. 인도 특유의 색과 향이 있다.

게이트 오브 인디아

게이트 오브 인디아. 라오스의 전승기념탑과 싱크율이 높다. 한마디로 인도인이 아닌 이상 그렇게 상징성을 못 느낀다는 것.

타지마할 호텔

맞은편의 타지마할 호텔. 인도 최고의 호텔이라고. 올해 초 라오스에서 TV로 봤었다. 이 호텔에서 IS테러집단이 자동소총 테러가 있었다고.. 그래서 였을까 아직도 경비가 산 엄했다. 장갑차까지 대기하고 있으니


맥도날드도 있다. 헌데 불고기버거는 없다. 소고기를 안 먹는 인도엔 아무리 세계적인 프랜차이즈지만 인도엔 소고기 버거가 없다. 평소 즐겨먹진 않았지만 뭔가 익숙한 이름 맥스파이시. 그 맛은.. 인도 맛이다. 향신료 맛이 많이 났다. 그래도 몇 안되게 에어컨이 나오니 몸도 마음도 조금은 시원하니 차분해졌다.


뭄바이의 하루가 참 길게 느껴진다. 갑자기 늘어난 3시간 30분의 시차와 갑자기 달라진 날씨를 무시할 만큼의 젊음은 없어 숙소로 돌아가는 길. 엄청난 경적소리와 사람이 죽고 싶어 차도로 뛰어드는 건지, 차가 사람을 치고 싶어 무자비하게 달리는 건지. 더 아이러니 한건, 신기할 정도로 사고가 안 난다는 것. 그리고 나의 숨겨졌던 형제들은 전부 인도에 있었나 보다. 보는 이 마다 브로. 브라더를 외친다. 헤이 브로 하이파이브를 한다

눈물겹게 포옹을 해야 하나. 혈액형이라도 맞춰봐야 하나..


숙소에 들어오니. 군 복무를 열심히 해서 포상휴가를 받은 것만 같다.

조용한 듯 조용하지 않고, 시원한 듯 시원하지 않다.


IT강국이라던 인도.

다 뻥이다. 

나는 미래에서 과거로 왔고,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넘어왔다.


인도의 첫날은 멈춘듯 빠르게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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