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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어부 May 16. 2016

인도를 노래하다.

#1 떠나다

하늘을 날고 있다는건 어디론가 갈 곳이 있다는것이겠지


출국 (대한민국)


떠나다

어디론가로

갈 곳은 정해져 있다

그곳이 어디인지 뚜렷하지는 않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 아래

점점 멀어지더니

점이 되어버린다

선을 그으며 나는 비행기는

단면의 파아란 하늘과

입체의 하이얀 구름을 지나

가본 적 없는 비밀의 도시로 

나를 인도만 같




오랜 배낭여행을 돌아온지 불과 3개월이 되지 않는 시간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결국 다시 도망치듯 떠난다

비자도 인도 출국 전날 신청하여 받고 부랴부랴 제대로 된 계획하나 없이 지도 하나를 사진에 담았다.

급한 마음의 불이라도 꺼주려 하는지 하늘에선 무척이나 차가운 비를 억수같이 뿌린다.

그런 것쯤이야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계획된 도망은 아니었지만 일단 후퇴라는 일종의 도피는 맞는 것 같다.

어릴 적 소풍 전날처럼 잠은 이룰 수가 없었고 잠들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았고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얼마나 그렇게 뜬눈으로 있었는지 켜져 있는 TV와 부둥켜안은 배낭은 말없이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공항 가는 길.

연이틀 잠겨 죽을 지도 모를 정도의 비로 오늘의 아침은 무진기행을 하는 것만 같다.

혹여나 연착이 되거나 결항이 되면 어찌하나 기대치가 컸던 만큼 실망도 더 할 테지..

언제나 불길한 생각은 적중하기 마련이다. 겨우 40분의 대기였지 시작부터 매끄럽지가 못하다.


베이징을 경유해 뭄바이로 인을 하는 항공편을 준비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괜한 짓을 했다.


낮인데 분명 중천에 떠있어야 할 해는 최소한도 달같이 도 보이지 않았고, 텁텁한 시야, 한 치 앞의 사리 구별도 불가능했다. 나는 지금 세계 미세먼지의 중심에 서 있었다. 괜한 기침이 나온다.

 

5시간의 대기 시간은 너무나 지루 했고 또 지루했고 또 지루했다. 국방의 시계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만 같았는데. 타의적인 금연과 전쟁도 계속되고 있었다. 5년 같은 5시간을 보냈다. 

시작은 반이었고, 고비는 또 있었다. 강력한 체취에 정신이 혼미했고 언제나 민폐의 중심인 중궈들에 영혼이 털렸다.

지도상 거기서 거기인 거리인 것 같았는데 시차도 2시간 30분이며,  비행시간이 7시간이라는 것.

무릎도 펴지지 않는 의자와 의자 사이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7년 같은 7시간을 보냈다.


여행 이틀 전 임플란트라는 거대한 시술을 2개나 한 덕에 한결 더 높은 불안 심리도 한 몫했다. 높은 기압차만큼. 중국산 비행기라 시작도 전에 떨어지면 어떡하나 걱정도 조금은 했다.


감사하게도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무사 도착과 실밥도 무사하다를 알리는 경종과도 같은 것이다. 본의 아니게 하루의 금연. 충분히 금단현상으로 후덜 거리고 있지만 새벽인지라 나갈 수도 없고 나가면 다시 들어 올 수도 없고, 인도에 왔건만 인도를 볼 수 없다. 모든 것은 계획된 듯 설계가 되어있었다. 노숙을 해야 한다. 양지바른 곳은 벌써 임자가 있다. 조용하게 구석진 곳으로 자리를 트고 인도의 꿈을 꿀 준비를 한다. 하루가 정말 길었다. 똑같은 하루지만 24년 같은 하루였다. 내일 날이 밝으면 밖으로 나가서 담배도 태우고 진짜 인도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내 집처럼 침낭 속으로 들어가 인도 속으로 들어가련다. 계획대로 되지 않아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계획되지 않은 다른 여행의 의미가 생겼으니 이것이 나의 인도라는 첫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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