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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어부 May 18. 2016

인도를 노래하다.

#3 그대들의 꿈

그대들의 꿈 (뭄바이)


이 못난 세상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수만 가지의 이유가 있겠지

허나 이것만은 생각하라

당신은, 정말 당

흐트러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빛이 나는 멋있는 사람이라고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라

아침이 밝아 오면

당신의 모든 것이 새로울 것이라고


꿈꾸는 그대는 지금도 충분히 아름다울테니







단 하루만에 창밖에 모든것이 바뀌었다

뭄바이에서 이튿날 아침.

와이파이의 부채꼴 장풍을 받지 못한지 3일째. 한국에서 로밍이 조금 늦었는지 오래된 휴대전화를 켜니, 3일간 통화가 안되니 메세지들이 폭탄으로 들어와있다. 메세지의 내용들이 다들 너무나 걱정하는 것 같다. 당최 뭐가 걱정이라는 건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공부 대신 평생을 내 몸 하나 지키려 운동을 했건만, 걱정도 팔자라는 말이 있다. 남의 속도 모르고 정말 너무 즐겁게 여행하고 있는 게 죄송해진다.


겨우 며칠이지만 인도를 말하자면, 인도라는 나라는 말이다. 경험해보지 않고 단 한번 가보지도 않은 사람이 안 좋은 기사나 이야기들을 얹고 얹어 무법의 나라로 만들어버렸다. 전혀 그렇지 않은데, 피부색이 까맣고 눈이 큰데다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서 뚫어져라 쳐다보는 게 겁날 수도 있겠다만, 느낌상 외국인이라 그냥 신기할 뿐이다. 관심 갖고 노골적으로 쳐다보고 도촬도하고 등등 그냥 그걸 즐기면 그뿐이다. 나의 어머니 말씀대로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말씀. 우리도 이쁜 외국인들 보면 사진 찍고 그렇지 않은가.


그래도 집에 만큼은  연락을 해야 할 것 같아서 1분에 3천 원은 간이 작아서 접어두고, 몇백 원 하는 메세지로 살아있음을 알렸다. 시차가 3시간 30분. 10여분 지난 뒤에야 답장이 왔다. 아버지께서 걱정이 많으시다고.

내 나이 33살. 부모님이 보실 땐 33개월 된 애기에 불가할 것이다. 인터넷이 되면 제일 먼저 연락하려 했는데,

IT 강국이라는 인도. 와이파이가 없는걸 어쩌겠나. 그래도 연락이 닿아 그나마 아침이 한결 가볍다.


뭄바이의 살인적인 물가를 피해서. 오늘 밤에 슬리퍼 기차를 타고 고아 지방으로 떠난다.


아람볼로 떠나기 전에 도비가트. 포트 구역 정도만 둘러보고, 어제 보려고 한 인도영화를 보고 떠나가야지.


밤사이 많이 선선하더니 이른 아침부터 덥다.


숙소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피운다. 짜이가 곁들여졌다면 인도 맞는 최고의 아침이었을 것같 다.


씻고 나와서 짐을 싸고. 숙소에 짐을 조금 보관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충분하단다. 어려운 거 아니라고 감사하게, 그렇지만 방심할 수 없다. 인도인들의 도벽에 철벽 수비를 해야 하는 건 지극히도 내 몫이다.


12시에 첫 영화를 상영한 다는걸 어제 미리 알아놓았다.  조금은 이른 시간에 극장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는다.

멜로 영화다. 어울리지 않지만 난 반전 없는 멜로 영화를 좋아한다.

발리우드. 황당했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상영 시작.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광고를 했고, 곧이어 인도의 국가임을 짐작하는 노래가 나왔다. 스크린에 국기가 투영돼 펄럭거렸으므로. 일동 기립. 태국에선 국왕의 찬양가가 나오니 일동 기립해서 묵념을 하더니. 인도에선 일동 국가를 제창한다. 나도 일어섰다. 얼떨결에.

인도 영화는 세계 3대 영화로 인정한다고 한다. 여행 갈 때면 늘 들려서 보던 영화다. 인도영화는 조금의 기대가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열심히 봤다. 내가 좋아하는 멜로였으므로. 처음치곤 거부감이 없었는데, 별로였다.. 신기한 건 영어자막 하나 없었지만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소통이란 마음 대 마음이라 했던가.  

한창 영화를 상영하더니 영화가 황당하게 끝이 났다. 뭐냐 했더니. 중간에 영화를 일시 정지해 쉬는 타임이란다. 이런 큰 배려가 다 있다. 소변이 마려울까, 허기는 지지 않을까, 충분히 흐름 잘 끊어줘서 그 길로 극장에서 나왔다.


점심은 어제오늘 지나다니는 길에 외국인이 많은 식당을 눈여겨봤었다. 외국인이 많은 곳은 별로 꽝이 없다.

요즘 세상이 어수선해서 그런지. 어딜 가나 검문에 검색이 장난이 아니다. 경비원에, 금속 탐지기에, 든든해서 좋긴 한데 무서워서 밥은 먹겠나... 참 맛있게 먹었다. 입에 잘 맞았다. 인도음식. 이거 때문에 조금 더 머무는 거 아닌가 몰라.


밥도 든든하게 먹었겠다. 도비가트에 가봐야지. 버스정류장에서 70번 버스를 타면 한 번에 갈 수 있다고 한다.

버스를 100대는 넘게 보낸 것 같다. 절대 오지 않을 것만 같다. 덥기도 덥거니와 인도인들의 지나친 관심에 진이 조금 빠진다.

대부분 차들은 사이드 미러가 없었다. 그런게 없어도 사고는 나지 않았다. 모두가 난폭운전이니 사고가 날 이유가 없다.

지쳐갈 때쯤. 버스 3대 만에 안 오면 안 가련다 하는데. 붉은색 70 버스가 온다. 기다린 보람이 있네.

40분 기다리고. 40분 달려서 도착한 도비가트.

불가촉천민이란 어둠과도 같은 절망이지만, 부디 버티고 견디시길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지면서, 할 말을 잊게 만들었다. 인도 최대의 손빨래 세탁방이다.

몇백 명 이상의 엄청난 사람이 동시에 빨래를 할 수 있는 최대의 크기란다. 불가촉천민. 인도에서는 아직도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한다. 카스트제도의 가장 아랫 등급. 불가촉천민. 자식도 그 계급과 그 직업을 대물림한다.  세상 사는 게 참 불공평하다지만 사람에 등급을 붙이고 꿈도 꿀 수도 없고, 도약할 수 없는 현실에 얼마나 더 더 억울하겠는가 말이다.

캄보디아 이후로 잠시나마 인도 도비가트에서. 나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걸 감사하고. 내 부모님께 참으로 더 감사드린다.

사는 거야 여느 집과 별반 없다지만, 얼마든지 성공의 여부를 활짝 열어준 평민으로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인도에 온지 고작 3.4일이지만, 오늘따라 부모님이 많이 보고 싶다.

많은 만감의 교차를 뒤로하고. 숙소로 향한다.

지금 이순간 기차는 낭만이다

버스보다 전철을 택했다. 바로 옆에 역에서 종점인 처치 게이트로 5 루피면 간다. 버스보다 빠르다.

외국에서 버스나 전철 한번 타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훨씬 저렴할 뿐만 아니라. 그나라 그지역 사람 냄새를 빨리. 친숙하게 느낄 수 있다.

돌아가는 길. 오토바이의 칼치기도, 택시의 클락션 소리도, 버스의 매연도 거슬리지 않는다.


묵었던 숙소로 돌아와 여권과 짐을 찾는데 친절한 주인아저씨. 짜이도 한잔하고 샤워도 한번 하고 가란다. 말씀만으로 충분히 감사하다. 숙소의 다른 분이 한분 계셨는데. 여행자들을 좋아한단다. 이런저런 대화중에. 자기가 좋아하는 지역들을 몇몇 소개해줬는데, 조용한 곳을 좋아한다니 충분히 좋아하고 남을 거라 장담을 하신다. 속아도 속은 줄 모르면 그만이다. 시간적인 여유도 많고, 책보다도 현지인의 말이니 믿고 살짝 메모를 해둔다.

나마스테 인사를 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c.s.t스테이션

해리포터의 케리어를 밀면 금새 고아로 나올것만 같다

인도가 맞나 할 정도로 눈을 의심 했다. 대박이다. 얼핏 유네스코에 등록되어 있다고 본거 같은데. 인도 안에 작은 유럽이 있다. 해리포터 느낌도 살짝은 났었다. 영국의 식민 생활을 한 인도. 해방 이후 뭄바이의 모든 헤드오피스들은 유럽풍의 건물 속에 귀속되어 있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 않던가. 일본 식민지배하에 도로니 철도니 신문물들을 접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던가. 다시 되풀이되지 않을 그 기억들과 반성만 필요할 뿐.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없다. 과거니.


고아행 슬리퍼 기차가 오기까지 여유로운 시간이 있어. 포트 구역을 찬찬히 걸어본다.

어느덧 시간이 10시를 향하고 있었고. 역으로 가는 횡단보도 앞에 서있는데. 누군가가 빤히 쳐다본다.

한국분이시죠? 어떻게 알았지? 나를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 눈엔 일본 사람으로 보일 텐데.

고아행을 한단다. 야간 슬리퍼 기차를 타고 간다고.

늘 혼자 여행하는 여성분들을 볼 때면 감탄과 감동이 온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멋있음이 있다.

여하튼 몸조심히 여행하시라고 안녕을 고하고. SL등급. 8번 구간. 좌석을 확인하고 의자 밑에 배낭을 집어넣고 와이어로 꽁꽁 봉인을 한다.

그러던 중.. 현지인이 믿음직해 보였는지. (나 말고 와이어가) 자기네 가방도 같이 봉인을 좀 해달란다. 메이드 인 코리아. 튼튼하지.

슬리핑 버스는 많이 타봤지만 슬리핑 기차는 특유의 안정감과 편안함이 있다. 그래도 무한 승차의 인도 기차에서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두 눈을 감고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를 뒤돌아본다.

내일이면 또 다른 새로운 곳으로 무사히 인도해 주길 바라며

어둠이 내린 고요함 속에 덜컹덜컹 기차가 쉼 없이 힘주어 달린다.


그대들의 꿈

누굴 위해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있다는 건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권한인 것을

같은 사람이지만 누릴 수 없고

같은 사람이지만 가질 수 없다

이 세상 내가 제일 불행하다고 느낄 때면

정말 가난한 나라로 여행을 떠나길 바란다

가난하지만 불행하지 않고

아주 약간의 불편만이 존재할 것이

내가 얼마나 많은것을 가졌는지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나는 오늘이 지난 후에야  오롯이 나를 조금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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