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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어부 May 24. 2016

인도를 노래하다.

#8 다시 또다시

다시 또다시 (아람볼)


익숙함과 편안함이 주는 안정감은

사람을 무장해제를 시켜 소중함을 잃게 만든다


새로움과 설레임이 주는 불안함은

사람을 완전무장시켜 소소함을 얻게 만든다


익숙해지면 떠나야 하는 것이 여행자의 소명인 것을

작별에 취약해짐을 단련해야 익숙해지는 만남에

언제나 최선을 다 할 수 있다.


나는 괜찮은 남자고 청춘이기에

익숙함과 편암함을 뒤로 하고

새로움과 설렘임을 앞장세워

다시 떠난다.




습해서 그랬을까, 유독 벌레들이 많이 출몰했다. 작은 지네, 초대왕 바퀴벌레, 도마뱀. 라오스처럼 전갈이 있지는 않았지만, 불안하고 불쾌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밤사이 많이 뒤척이다 처음으로 늦잠을 잤다.

온몸을 만신창이로 만드는 비가 내 비좁은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아주 조금적당히 오면 좋겠다.


익숙해짐을 뒤로하고 다시 떠나기 위해서 배낭을 싼다.

주인아주머니께 감사하게 잘 지내다 간다고 인사를 드리고 숙박비를 지급하려는데, 3일 치의 숙박료만 받으신다. 4일을 묵었는데 잘못 계산된 거 아니냐고 하루치 숙박비를 더 드리니 아니라고 3일 묵었다고 항의 하듯 강력하게 말씀 하신다.

세상에 이런 일이.  4일을 묵었는데 어떻게 3일 치만 내냐며 다시 돈을 드리니 핀잔을 주시며 시간 확인 잘 하라며 달력의 날짜까지 세신다.  21일이니까 3일 잤다고.. 4일 잤다니까..

아람볼은 착하다 모든면에서


이런 건 정확히 해야 한다며 3일 치 숙박비만 받는데. 뭐지. 진짜 3일인가. 4일인데. 내가 더 헛갈린다. 모르겠다. 아닌데. 아! 모르겠다. 계돈 탔다고 생각하지 뭐. 맛있는 거 사 먹어야지. 그래도 찝찝한건 어쩔 수 가 없다.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일방적으로 맞다는 식이여서 그냥  감사하다며 웃음으로 답례했다.


마지막으로 공터에 앉아 내려다보는 아람볼의 해변은 여전히 안정되고 평안해 보였다.


담배연기를 깊이 들어마시며 아람볼도 가슴 깊이 넣어 봉인한다. 언제든 꺼내 볼 수 있 되길 바라며.


수줍게 인사를 하던 숙소 밑 과일가게 소년과 인사를 하고, 한시가 멀다 하고 죽돌이처럼 늘 앉아있던 부다 카페. 매일같이 하얀 이와 예쁜 미소로 반기던 산토스. 떠난다 하니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이다. 네가 그러니 내가 더 그러하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또다시 보지 않겠나.

여행이란 게 늘 익숙한 만남에 취약한 작별이 아녔던가. 그동안 참 신세도 많이 졌고 도움도 많이 받았네.

고맙고 너 말처럼 여자친구 생기면 한국에 놀러와라. 또 보자.


언제나 너의 미소는 너무나 편안했다


사실 다음 여행 행선지를 정하지 못했다.

고아 지방 최남단 때 묻지 않았다는 빨로렘해변을 갈지. 온통 바위뿐이라는 함피를 갈지.

모르겠다. 우선 맙사에서 다시 빠나지로 이동을 해야 되니, 그 뒤엔 답이 나오겠지 뭐.

평소 짐 없이 다니던 길을 첫날처럼 풀장착으로 30분간 걸으니. 또 한번 수양을 하는 것 같다.


물 한 모금을 하고선 버스에 오른다.


버스 차장에게 100루피를 줬는데 거스럼 돈이 많다. 뭐지? 버스비가 얼마니 물어보니 30루피란다. 이런 제기랄. 어제 그놈 외국인세를 받아쳐먹었네. 우물쭈물 할 때 알아봤어야 했거늘  단돈 20루피에 영혼을 팔다니. 생긴대로 산다더니.

아오. 나도 결코 좋은 인상은 아니니. 그놈을 거울삼아서라도 기분 좋 해피하게 자주 웃어야겠다. 사람은 잘생기고 못 생기 고를 떠나서 자기 얼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많이 웃는 사람은 웃으면서 웃음이 얼굴에 자리를 잡고, 인상 쓰는 사람은 인상 쓰면서 인상이 얼굴에 자리를 잡으니, 첫인상이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끝 인상도 중요해야 한다.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


맙소사. 맙사


맙사에 도착해서. 이곳저곳 버스를 알아보는데 공영 버스는 운행이 끝이 났고. 사설 버스는 최소 900루피에서 1000은 거뜬히 넘어간다. 비싸다고 부담스럽다니 빠나지로 가면 버스가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고급 정보를 준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없는 버스를 기다릴 수가 없다. 빠나지 행 버스를 타고 순간이동처럼 도착한 터미널. 함피행 버스가 오늘 밤에 있단다. 사설보다 편의성은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요금이 많이 저렴하다. 급 함피행 티켓팅을 한다.


늙은 동네선 낡은 자동차 조차도 풍경이 된다.


어제 못 한 빠나지 산책을 더 한다. 우선 아는 길인 구 시가지 방향. 어제와는 다른 골목골목으로. 서울의 북촌의 느낌이 많이 난다. 성모 마리아 성당도 보이고 제대로 가고 있는데, 한참을 가고 가도 올드 고아가 나오질 않는다. 음료수 한잔 하면서 올드 고아가 어딨는지 물어보니.

완전 정 반대방향이다.

구 와 올드. 오래됨과 오래됨. 구시가지와 올드 고아가 같은 듯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늙음 들이다.

시간도 없는데 방구짓을 했구나. 시내버스를 2번 환승해서 간 진짜 올드 고아.

구시가지보다 더 확실히 올드하다.


그림의 떡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주위 한번 둘러보고 고민도 없이 발길이 가던 곳. 뮤지엄.

뮤지엄이 있었지, 있었으나 인도의 VIP가 왔으니 1시간 뒤에 오라는 짭새님의 말씀. 그래, 그래야지 1등급 귀족일 텐데 나는 노예보다 낮은 불가촉천민이니 할 말 없소이다.


그러면서 손가락을 가리키면서 여기 성당 많으니 가보라고 한다.

한 4.5백 년은 넘은 성당인데. 안에 시체가 부패하지 않고 자연형태로  미이라로 남아있다.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이곳 사람들은 굉장히 신성시하던데 뮤지엄 덕분에 별생각도 없던 성당 구 잘 했다.

정보지에선 정보도 없고 별 볼 일 없는 동네라 했건만, 나는 그냥 이런 별 볼 일 없는 동네가 좋다. 그냥 올드하고 아무것도 없는 그런 동네 말이다.


올드 고아는 단순 시골 느낌이 아니 젊음 그 자체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고유의 젊음을 지니고 늙어간 그런 자연스러운 동네였다. 

늦은 점심을 먹고. 길가 식당 앞에서 짜이를 한잔하고. 밤거리의 빠나지를 둘러본다. 어디 곳이 든 분주함이 있지만 이곳은 인도만의 느긋함이 엿 보인다.


얼마면 되니


버스터미널로 돌아가는 길. 저녁 겸 야식 바나나 한 다발과 물 한 통. 주스 한통을 구입하고. 함피행 버스 대기 창구로 가니 낮에 티켓팅을 할 때. 어리버리하던 뉴질랜드 친구 잭. 너네는 미리 기다리고 있었구나. 반갑게 다시 인사를 하고 버스를 확인하는데 바나나 어디서 샀냐고 우리는 물 밖에 없는데 한다. 물만 큰 거 4통.. 웃프다. 바나나 4개를 건네니. 어메이징을 외친다. 완전 유쾌 덩어리다.

버스를 탈 때에도 자기들 슬리핑 자리도 못 찾고 어리버리의 연속기와 필살기를 쓴다.


인도의 슬리핑 버스. 동남아보다 훨씬 괜찮아 보인다. 안락해 보이고 단, 베드 버그가 많다는 풍문이..

창문도 크게 하나 있다. 몰래 담배 한 모금도 하고 등에 기대어 앉아 창문을 활짝 열고 밤하늘을 바라보밤하늘이 참 예쁘다. 황홀 그 자체다. 현재도 끝장나게 좋지 내일이면 다가올 함피라는 새로움이 줄 설레임을 상상하니 쉽사리 눈을 부치기가 힘이 들것 같은 밤이다.


부디. 무사히 도착하길 바라며.

굿바이 아람볼. 굿나잇 나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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