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어부 May 25. 2016

인도를 노래하다.

#9 존재의 이유

존재할 수 없는 (함피)


신이 버린 도시

그곳에는 산 위에 옮길 수도 없는 큰 바위가 있고

거리엔 작은 돌, 큰 돌, 돌뿐이 없지만

그 틈들 사이로 풀이 자라고 그 풀 위에 또 돌이 있고. 모래바람이 불고

어울리지 않을 듯 어울리는 비밀스러운 관계가

세상에 어디에서도 존재할 수 없는 풍경을 지니게 되었다.





에어콘도 없는 로컬 슬리핑 버스. 밤사이 추워서 얼마나 잠에서 깼는지 모르겠다. 침낭이며 간이 담요는 큰 배낭에 있는지라. 정말 개 떨듯이 떨면서 자다 깨다를 무한 반복했다.

그러길 몇 번의 정차와 함께 라스트 스탑을 외치는 차장 아저씨. 리얼 보이스 알람이다.


소친구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두 컴컴한 함피의 아침은

주위를 둘러봐도 건물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온통 바위들과 굶주린 하이에나들처럼 몰려드는 오토릭샤들의 호객행위들 뿐. 길을 몰라도 릭샤는 선호하지 않는다. 속고 속는 세상 이 한 몸 속히 지 않으리.

모든 걸 뿌려 치고선 현지인들이 많이 앉아 마시는 짜이 행렬에 가담한다.

멀지 않은 곳에 어제 어리버리하던 뉴질랜드인 잭. 오토릭샤에 끌려가듯 울상을 하며 절대 자기처럼 되지 말라며 웃으면서 안녕을 외친다. 아침부터 즐거운 장면을 선물하고선 이내 사라졌고 같은 버스를 탔던 모든 외국 친구들마저 하나 둘 그리고 전 릭샤의 꾐에 넘어가 점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짜이를 마시며 현지인들에서 보트 선착장이 어디니 물어보니 5분만 걸으면 된다는 고급 정보를 얻는다.

조금씩 미명이 트기 시작하고 이 몸도 릭샤처럼 흙먼지를 날리며 신나게 걷는다.


누군가는 누군가를 기다린다


정말이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 가까운 곳에 보트 선착장이 있었고, 릭샤를 타고 홀연 듯 사라졌던 외국인들이 다시 하나 둘 그리고 전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곤 하나같이 헤매이고 있다.


모두 호갱님들이 였다. 말도 안되는곳에 내려주고선 먼지처럼 사라진 릭샤들. 헤매이는 여행자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리고, 아는 만큼 생각한다고 했다. 공부해야 된다. 책이 아니면 몸으로. 인도는 별의 별놈들이 지천으로 깔려있다.


함피는 작은 마을이다. 강안 쪽과 강 바깥쪽.

강안 쪽은 조용하고 정말 쑛컷이지만 여행자 거리라는 구색이 어느 정도는 있고

강 바깥쪽은 현지인들이 거의 대부분이며 유적이 있어 볼거리가 있다는 것. 저녁 7시 즈음이면. 배가 끊어진다는 것. 내가 얻은 정도는 그뿐.


코코넛은 100루피, 보트는 10루피


함피 보트 선착장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보트라고 하기에도 무색할 만큼.


8시에 첫배가 있단다.

한두 명씩 보여 들기 시작하는 외국인 호갱님들 사이에 한국 여행객도 한분 있었다.

여자분 혼자인데 인도 여행을 6개월을 계획하고 오늘이 10일 째라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발을 한듯하다.

코친으로 인을 해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들렀다고

함피는 인도 지도상 남부라기보다 중앙에서 조금 밑에 있는 지역이다.

(여행이 끝난 지금에서 말하지만 인도의 북부 몇 지역을 제외하곤 함피를 마지막으로 한국인 여행객이 거의 없었다.)

함피가 마지막 남부 정도라는 것. 그러니 여기선 한국인들이 몇 분 계실 거라는 것.

그리고 예상대로 몇 분 계셨다는 것.


강남에서 바라본 강북


첫배를 타고 넘어온 강남. 얉고 좁은 강이지만 유일한 필수 교통이다.


배를 타고 내리자마자 인도인들이 하는 이야기가 아마도 숙소가 없을 거라는 것.. 왜??

정부에서 사람들이 나온다고.. 일요일인데도 인도는 정부에서 일을 해? 대단한데. 그래도 설마하는 생각이 조금은 불안하고 불편하게 느껴졌고, 정말 숙소가 없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챈걸음으로 걷는다.

숙소가 없을 거라고 말하던 총각. 깨알같이 자기네 숙소에는 방이 있다고 호갱 행위다. 역시 인도 스타일.

가격이 무려 700루피. 엥? 진짜 강남이가 왜 이렇게 비싸노. 뭄바이도 아니고


우선 방을 보자니 10시에 체크인이 된다며 10시에 보여줄 거라고. 배짱 좋은데. 다른 숙소 보고 온다니. 그럴 필요 없이 여기서 밥 먹고 기다리면 된다는 철면피의 총각. 사람을 호구로 개호 구로 본다.

영업 비즈니스 마인드가 최고다.  그래도 나는 방갈로에서 700을 주고는 죽어도 못 자겠다.

다음 숙소를 체킹 하니. 200부터 방들이 넘쳐난다. 근데 조금 미답다.

또다시 옮겨 체킹 한 곳. 그나마 여기가 제일 낫다. 300. 인도는 좋은 곳보다는 덜 더러운 곳을 찾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체크아웃 타임이 9시 30분. 왜 이렇게 일찍 체크아웃을 하니. 부담스럽게.

레스토랑을 겸하니 여기서 아침도 먹고 체크인 타임을 기다리면 딱이겠다 했는데.

여기저기서 한국인들이 엄청나게 모여든다. 대략 7분 정도. 여기가 핫스팟인가 보다. 한인 게스트하우스 느낌. 말하지 않아도 한국사람이라 뭔가 안정이 된다.



잠시 후

뭐가 이렇게도 산만하고 분주한지 입구란 입구는 모조리 봉인을 한다. 더 이상 손님도 안 받을 요량이다. 왜 그렇냐니 경찰이 많아서 그렇단다. 근데 그게 왜?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지 쓰레기가 아니잖냐. 이 시간 이후 오늘은 음식도 안된다고. 방에 다 들어가라고. 내가 내 돈 주고 자고 먹는다는데 들어가라 마란지.


뭐지 뭐지 뭐지. 궁금해 죽겠네.


샤워를 하고 멍하니 벽만 보고 담배만 태운다. 3시간째가 넘어가는 시각. 도저히 배고파서 안 되겠다.


나간다. 섬 안쪽으로 가니. 중장비들이 집을 철거 중이다. 강제 철거 같은 느낌. 이곳저곳. 흰색 종이가 붙어 있는데. 현지어를 알 수는 없다만 법적 고지서 같다는 건 알겠다. 철거 예정일인지. 뭔지 모르지만

오늘 강남의 모든 상점들은 off다.


불편한것은 불행한것이 아니다


먹어야 살지. 뭐하러 살겠는가. 철거가 일어나도 나는 강북으로 간다.


그 작은 동네에 유독 사람이 많은 한 곳의 식당이 있다. 맛집임에 분명 분명하다.

역시나 만석이였다. 음식도 금방 나오고 나름 깨끗했고 맛있었고 저렴하고 인도 최상의 조합이다. 행복한 식사를 마치고. 근처 유적을 러보는데


온통 바위뿐인 산에 대형 석탑들이 많았 현지인들도 볕을 피해서 시원한 그늘에 한 자리씩 하고 있었다.


태양을 피하는 방법


유원지엔 늘 거지와 호객행위. 무시하고 무시를 해도 끝이 없다. 템플이라고는 하나 대형 석탑 이외엔 파손된 흔적들 뿐. 소와 개. 원숭이가 지배한 지 오래다. 나 역시도 태양을 피해서 그늘에 앉아 열을 식힌다. 간질간질 한 바람도 불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어울리듯 어울리지 않는


배 시간에 늦지 않게 과일가게에 들러 수박. 바나나. 파파야를 사고 뭍에서 섬으로 다시 들어간다.


철거 중인 크레인이 2대가 있고 주위로 사람들이 둘러 싸져있다.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잃는다는 건 참 슬프고 삶이 얼마나 허무하겠는가. 무슨 큰 죄를 지었길래.

간디여 당신이 주장하던 비폭력주의. 인도주의는 어디 갔는가. 함피의 섬안은 폭력으로 가득했다.


숙소로 돌아와 과일을 자르고 먹으려는데 같은 슬리퍼 버스를 탔고 오토릭샤의 꾐에 넘어가 어리버리를 타던 프랜치 커플. 그간 잤는가. 날 보고 첫마디가 배가 고프다고 하는데 어찌 모른척하겠는가. 이리와 같이 한점 하게. 이게 한국의 정서 아니겠는가.

앨리스. 매튜.

앨리스는 델리에서 1년째 고전 미술 공부 중이고.

매튜는 여행 중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엘리스가 시험을 눈앞에 두고 델리서 함피까지 날아왔다는 것.

대단한 놈들 일세.

나 프랑스 정말 가보고 싶었는데 너네 과일도 먹었으니 밥값 하라고 프랑스 가면 재워달라고 폰넘버. 페이스북 아이디를 대라고 웃으니. 친절하게 알려주면서. 아마도 자기는 프랑스에 없을 거란다.

언제나 유머러스함이 많이 깔려있는 외국 친구들 함께 있으면 웃느라 정신이 없다.

왜 웃고 왜 정신이 없는지 모르겠다. 나는 영어를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으며 논다.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시간 참 빠르다. 곧 저녁시간인데 숙소 레스토랑에서 같이 저녁 하기로 선약을 했다.


오늘 정부에서 사람들이 많이 나온 탓에 맥주는 없다고 아마도 내일은 될지도 모르겠다고. 앨리스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나 역시 술을 선호하진 않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때는 술만 한 게 없지.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TV에 007이 했고 매튜 보고 레골라스 닮았다니 좋아 죽는다. 미소가 귀에까지 걸린다. 고맙다고 했다. 할리우드 스타랑 밥도 같이해줘서. 죽는다 죽어.


같은 시간인데도. 어떻게 보냈냐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도 흘렀다. 느리게도 흘렀다 한다.

늘 잡을 수 없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늦지는 않은 시간이지만 다들 장거리 버스행에 피곤함에 내일을 기약한다.

고단하지만 무언가의 안정감이 좋다. 함피.

매거진의 이전글 인도를 노래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