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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어부 May 26. 2016

인도를 노래하다.

#10 Re

Re (함피)


모든것은 순간이다

누군가가 남겼던 추억과

누군가가 머문렀던 기억들이

영원 하지도 못 할 영원을 바라는

미련한 생각을 미련히도 하다

당신의 눈물이 생각날때

꿈이길 바라고 깨지 않길 바랬다

영원한 순간이길 바라며




익숙하지 않은 잠자리.

여전히 또 영감처럼 새벽같이 일어난다.

가볍게 옷을 걸친고 나온 밖엔 달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이른 시간이라 여행자들은 거의 보이질 않고 거리도 한산하다.

첫배도 뜨 전이니 짧은 여행자 거리를 지나 현지인 마을로 거닐어 본다.


어제 섬마을을 공포로 몰아넣은 크레인, 불도저들은 보이질 않으나

기둥 하나 남기지 않고 허물어진 집들이며, 널려있는 집기들.

그 옆에 앉아 담배를 물고 있는 할아버지와 울고 있는 아가들.

사연 없는 사람일랑 어디 없겠냐만 하루아침에 집이 없다는 것은.. 아이고. 무슨 말로 위로가 되겠는가.

이방이지만 그들에게 위로란답시고 다가서는 것도 민폐 일 것이다.


그 예전엔..

가슴 한 곳이 먹먹하니 무거운 한숨을 쉰다.


골목과 골목을 지나고 작은 개울도 지나고,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안녕을 고한다.

어제의 공포는 지난 일인 듯,

언제나처럼 미소로 맞아주는 시골 인도 사람들.


굽이치고 울퉁불퉁 바윗길을 따라 올라간다. 길이라 할 것도 없는 온통 바위뿐이지만, 언덕 위에 올라 내려다본 함피는

정말이지 신이 버린 동네가 맞을 정도로 황량하고 삭막하다.

또 다른 건 정말이지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풍경을 가진 곳이 이곳 함피다.

 

이 커다란 바위들이 어떻게 여기에 올라와 있었을까.

세상 여러 곳을 다녀도 돌이 데코레이션이 되다니

분명한 건 사람이 옮기기엔 절대 불가능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들 사이로 풀과 나무가 틈틈이 살아 숨쉬고 있다.


신이 버린 도시


바위 위에 앉아 말없이 내려다본 함피.

얼마나 앉아 있었을까 시원한 바람과 함께 멀리서 미명이 튼다. 기분 좋은 시작을 알리며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간다.

그러던 중 한 청년과 마주쳐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했고 어딜가냐 물어보길래. 어디라 자세히 말하기 뭐해서 보트 선착장하니, 태워주겠단다. 한사코 괜찮다니 무조건 타란다.

2시간이 넘게 걸려 걷고 오르고 했던 길을 오토바이라는 수단으로 단 10분 만에 숙소 앞에 도착을 한다.

고마움에 나지막이 목 인사를 건넸다.


나마스테:당신의 신에 축복이 가득하길.


돌아온 숙소에는 어제의 공포는 사라지고 안정된 평화가 깔려있었다. 짜이 한잔으로 진정 하루를 맞이한다.


모든것이 어울릴 수 없다 하지만 어울린다


아침 샤워를 하고 식사를 할겸 뭍으로 나가 들른 망고트리. 어제만 못한 탈 리. 그래도 유일한 와이파이존이다.


인터넷이 잘 되는 것도 아니 그렇다 아예 안 되는 것도 아니고


기대라는건 언제나 하는 만큼 실망이 따른다는 진실.


장기 배낭여행이라는 변명으로 책도 무거울까 단 한권 가져오질 않았다. 신의 실수였다.


하릴없을땐 걷는 것 만큼 좋은게 없다.


밤사이 발목과 무릎이 쑤시었는데 비가 오지않길 바라며,


세상에 존재 할 수 없는


뭍의 큰 탑을 기준으로 언덕을 올라 길을 따라 걷는다.

수많은 작은 사원들이 있고. 야자수와 바나나 농장들이 있는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점이 풀렸다. 바나나 나무 하나당 큰 한 다발의 바나나만 매달린다는 것. 직접 확인하니 머리가 시원하니 비도 오고 몸도 시원하다.


내 무릎은 알파고.

기상청에 입사 시험이라도 봐야 될 듯 하다.


걷다 보니 사원들의 터라고 해야 하나 그 거대한 것들이 연결 연결되어있다. 그 옛날 함피가 얼마나 건재했을지를 알려준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만큼의 대단한 감동과 감탄은 없지만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은 감동들은 있었다.


1시간쯤 걸었나 보다, 

함피에도 유네스코에 등록이 되어있는 사원이 있다. 허나 인도인은 10루피. 그 외는 250루피. 해도 너무한다. 25배라니.

그만큼 잘 보존되어 있거나 재건되어 있는 것도 아니구만 돈값도 못하는 것 같으니 아쉬움 마음도 없이 길을 돌린다. 25배가 뭐니. 나라자체가 돈독이 오른건지, 자국애가 큰 건지. 이건 시작에 불과했지만.


맨날의 기억


초등학교에서 견학을 왔나 보다. 신기하게 생긴 이방인을 보자 개 때처럼 달려들었다. 선생이 더.. 신기하긴 한지 카메라를 들이 대며 사진찍자니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라오스 므앙응어이의 느낌을 조금 받았는데 그 순박함에 조금의 적극성과  호기심이 커 보인다는 것.


돌에 돌을 더하다


늘 그렇듯 되돌아 오는 길은 짤게 느껴진다. 4시간 정도의 가깝고도 먼 트레킹. 충분히 가벼운 마음으로 투자 없이 큰 이익을 본듯한 기분..


익숙한 길을 피해 다른 길로 들어서니 서점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서점에 들러 책 냄새를 잔뜩 맡았다. 읽을 수가 없었으므로 조금 둘러보고 맞은편 작은 짜이집에서 따뜻한 짜이를 한잔 한다.


많이 걸은 탓에 갈증이나 수박 한통을 사서 섬으로 다시 돌아간다.


어제와는 완연히 다른 함피 섬마을. 활기차다기엔 뭐 하지만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숙소 옆 레스토랑에서 7시 30분에 식사와 함께 영화 상영을 한다고 손님을 끈다. 상영작은 에베레스트.

흔하디 흔한 게 극장이고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는 게 영화지만, 해가 기울고 달이 뜰 때

모르는 외국인들과 어울려서 영화를 본다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비와 땀으로 젖은 옷가지를 빨래도 하고. 샤워도 하고


옆라인 한국 여행객들과 사온 수박을 나눠 먹으며 영화가 한다는 고급 정보를 알려줬다.

PM 7시. 약속하지 않았지만 약속한 듯. 숙소 입구에서 만나.

옆집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영화 상영의 고급 아이템으로 레스토랑은 거의 만석에 가까웠다.

괜찮은 자리에 둥지를 트고 음식 주문을 했다.


주문과 동시에 영화가 상영하는데 한국 자막이 나온다. 이게 무슨 일 이래?

함피는 숙소와 레스토랑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며칠 머물렀던 한국인이

영화를 기부(?)하고 갔다고 했다. 횡재한 느낌이다.


영화 상영 시작. 실화라고. 시작부터 밝지 않은 분위기로 끝까지.. 예상은 한 내용이지만. 조금은 아쉽다.


이번 내 여행의 마무리가 겨울 네팔 안나 푸르네 등정이라. 조금은 더 집중해서 봤다. 비록 최종 베이스캠프 까지지만.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고, 자신의 한계라는 것에 어느 정도는 포기와 협상, 타협도 해야 하지 않냐고.

세상 삶에 교훈을 주는 인도 함피에서의 한편의 영화였다.


며칠 여러 환경적 요인으로 팔지 않던 술이 풀렸고 오래간만에 한국 여행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좋은 시간. 다시없을 거기에.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나눴던 이야기들. 좋은 시간. 좋은 사람. 좋은 함피.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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