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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어부 May 29. 2016

인도를 노래하다.

#11 데쟈뷰

데쟈뷰 (함피)


하루하루

꿈속을 헤메인다


데쟈뷰처럼

연속되는 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그 달콤함의 익숙함이

영영 피워있길

그리고 함께 하길


어제도 내일도

전혀 같은 시작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데쟈뷰가





점점 아침잠이 없어진다.

닭과 함께 눈을 뜬 아침. 가벼운 양치만 하고선 짜이집으로 향한다.

인도의 아침은 짜이와 함께

작은 여유로움을 마시고 있다.

나처럼 눈곱만 떼고선 나타나는 한국 친구들.

가이드북을 들고 내 테이블로 모여 앉는데, 직감적으로 떠날 때가 되어가나 보다 했다.

직감은 초능력이라고 했던가. 머잖은 작별 시간.

모두들 어디가 좋은지 서로서로 정보 교환을 신나게 해댄다.

누군가는 북쪽으로 향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남쪽으로 향할 것이고

같은 동음의 여행은 전혀 다른 의미들을 부여한다. 스타일이나 방식 또한 다르겠지.

여행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하는 것 외에도 그냥 하릴없이 잠만 자도 여행이 된다는 것.


익숙한 만남과 취약한 작별의 연속.


단 하루 이틀의 짧은 스침이지만 헤어짐이란 네버 에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어쩌면 가장 조화로울지도

가벼운 아침을 함께 나누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함피 숙소의 특이점인 이른 체크아웃과 체크인 타임을 기준으로 반갑던 얼굴들도 이제는 안녕이다. 오랜 여행을 준비하던 사람들. 나 역시도 그러하고 인연의 줄이 닿는다면 이 넓은 인도에서도 다시 만나 지지 않겠는가.


부디 아무쪼록 별일 없이, 별일 많길.


그렇게 친구들은 무거운 배낭들을 짊어지고 섬 밖으로 나갔고, 나는 섬에 남아 반대방향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내가 향하고 있는 길엔 돌과 바위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호수가 있다고 했다.

돌과 물이라. 오묘한 조합이다.


오늘도 여전히 뚜벅이다.


볕이 강해서 조금은 버걸 울 수도 있겠으나 천천히 걷다 걷다 보면

그 속도에 비례해 내가 평소에 놓치고 살았던 것들이

아주 아주 늦은 속도로 천천히 눈에 담기고, 머리에 담기고, 가슴에 담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가들은 뭘 하고 노는지. 개나 소들 염소들은 어떻게 자고. 어떻게 풀을 뜯는지. 남자들과 여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삭 터는 여인들


라오스 오지마을 므앙응어이의 느낌이 많이 났다. 소박하지만 가난하지만은 않은 행복한 마을 말이다.


관광객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몇 명이 살지 않는 작은 마을이라 그런지.

표지판이 없어 한참을 애를 먹는다.


인생 또한 무엇에 있어서 얼마나 빠르게 가느냐보다 얼마나 정확하게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시계보다 나침반이길


물어 물어 간다. 큰길에서 골목으로 언덕으로 언덕으로.


수영금지

처음으로 맞이하는 간판이. 여기 호수에 악어가 산다고 조심하라고 살벌하구먼.

온통 돌뿐인 함피에. 엄청나게 큰 호수라.


우리는 친구가 되었네


신이 버린 도시라지만. 세상 어느 곳에도 존재할 수 없는 풍경임엔 틀림이 없다.

돌과 푸른 물이라. 어울리지 않는 듯 오묘하게 어울린다.

황량한 돌뿐인 마을에 파랑의 물만으로 충분히 더위가 식히는 청량감이 있다.


코코넛 보트를 만드는 노부부. 낚시는 즐기는 가족. 호수를 바라보며 과자를 나눠먹는 아빠와 아들.


가난하지만 절대 불행하지 않고, 소박하지만 미소가 넘치는 밝고 행복한 마을.


돌아오는 길은 늘 짧게 느껴진다.


날이 너무 뜨거워 윗옷을 벗고 다녔는데. 뜨겁다 못해 덴 것만 같다. 피로감도 많이 느껴지고, 작년이 좋았어. 조금은 더 싱싱할 때가..

그래도 식사는 거를 수가 없다. 이럴수록 잘 먹어야 한다. 조금은 지친듯한 기운에 식사까지 하니 나른한 것이 피곤이 몰려온다. 샤워를 하고 누웠다. 아마도. 나 또한 오늘이 함피의 마지막 날이 아닐까 생각을 하 다음 행선지에 대해 고민을 해봤다.

여행의 목적지가 없다. 노을이 이쁜 곳! 사람 냄새가 나는 곳?

고민거리도 아닌 고민. 결론 없는 처음. 피곤이 몰려왔지만 잠들지 않는 그 불편함. 그럼에도 잠들 것 같지는 않은 불안함.


병처럼, 습관처럼. 방문을 나서는 이 몹쓸 몸뚱이.


몇 번을 거닐다 지나쳤던 몹시 조용한 카페.

섬에서 육지가 전부 내다 보인다. 참 예쁘다. 꼭 이런 괜찮은 곳은 항상 마지막에 발견이 되는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최고의 뷰임에 틀림없지만. 함피에서 정말 아쉬운 건. 일몰을 못 봤다는 것. 섬안에서는 일몰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일몰을 보려면 뭍으로 가야 한다는 것. 뭍에서 본다면 섬으로 못 돌아 온다는것.

아쉽지만 섬에서 큰 탑을 거울 삼아 붉게 비치는 석양만 봐 반은 본듯하 나름 위안이 된다.


아쉬움이 남는 여행 언젠가 다시 한번 더의 기약이지 않을까. 음료값이 너무 싼데. 뷰 값도 못주고. 잘 보고 갑니다.


숙소로 돌아오니. 같은 라인에 머물고 있던 한국 친구들. 과일을 먹고 있다. 어제 같이 잘 먹었다고 같이 먹자 한다. 멜론. 수박. 바나나. 귤. 풍년이다. 과일도 정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 금세 해가 어 있었고 먼발치에 달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사람은 먹으면서 대화하면 더 정든다 하지 않던가.

호수를 보며 돌아올 때 봐 둔 레스토랑. 사위가 어두워 위험할지도 모르지 여럿이기에 가능할 테지. 사실 혼자도 그렇게 두렵거나 겁나는 건 없지만.. 인적이 드문 곳에 레스토랑이.. 크다. 구역 구역 나눠져 있고. 예쁜 숙소도 겸하고 있다.

늘 이런 식이다. 이쁘고 좋은 건 항상 마지막에 온다는 거.

하나 둘 아쉬움이 묻어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오래간만에 많은 사람. 많은 음식. 한국의 밥상머리는 뭐니 뭐니 해도 나누는 정 아니겠는가.

내일이면 모두들 안녕을 고하는데. 아쉬움음 감출 수가 없어. 피곤한 사람은 미안할 것 없이 들어가서 쉬시고, 괜찮은 친구들은 숙소 가서 맥주 한 병 더 하자고. 뭉치면 사는 한국. 한 명의 열외도 없다. 대한민국. 살아있네. 남은 과일로 맥주와 함께. 마음 대 마음으로 밤이 깊어 가고 있다


그렇게

헤어짐의 시간도 어김없이 짧아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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