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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어부 Jun 01. 2016

인도를 노래하다.

#13 향기

향수 (스나바나벨라골라)


스치듯 안녕했던 것이

바람결에 묻은 진한 향

일상과 이상을 교차한다


아름답던 모습

달콤한 사귐

따뜻했던 목소리

사랑으로 감싸던 품


그 모든 것은 순간이고

모든 것은 영원이다


아무것도 어떤 것도


바람결에 묻은 진한 향기가

여전히 일상과 이상의 흐름을 멈춘다





처음으로 호텔이라는 이름의 숙소에서 맞는 아침.

이름은 호텔이지만 더럽고 깨끗함의 기준은 종이 한 장 차이다.


하루아침에 개와 새소리의 자연음 모닝콜에서 버스나 오토바이의 기계음 모닝콜로 바뀌우니

조금은 어색한 하루다.


베개에 잔뜩 묻은 잠을 떼어 내기가 모처럼 아쉬웁다.


찾아 올 사람 하나 없건만 초인종이 울린다.

벨보이다. 아침인사를 건네면서 커피나 차 마실련지를 물어본다. 이름만 호텔이라도 구색은 다 갖췄군.

짜이 한잔 부탁하니 20루피란다. 뭐지 내려가서 먹으면 6루피 하는걸. 3배 뛰기 라니..

No thank you.


가벼운 세안과 모닝 짜이로 시모가의 아침을 시작한다.


배울때가 가장 해복했다 조금은 늦었지만


확연히 다른 시모가의 낮과 밤.


시모가 타운의 밝음은 교육이다.

걷는 이의 90% 이상이 학생이다.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릭샤가 스쿨버스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설계되고 계획된 교육의 도시의 느낌이랄까.


릭샤들도 다른 지역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잡으려 하지 않는 한 승차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

세상에 이런 일이.


택시 승강장


택시 승강장처럼.

릭샤 승강장에서 차례대로 대기 중이다.

뭔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정돈되어 있고 질서 있는, 누군가들에 의해 만들어져 가는 도시

인도지만 인도 같지 않은 인도. 단 한 명의 이방인도 없는. 숨겨져 있던 미지의 인도다.

특이하고도 특별해 보이는 시모가 타운.


느낌적인 느낌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봐도 학교뿐이고 돌아다녀도 종교시설과 학생들뿐.

점점 허기가 진다. 레스토랑처럼 보이는 곳들은 모두 오픈전이다.

멀리 작은 로컬 식당이 보여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들어서는데. 모두의 시선을 한 목에 집중받는다.

메뉴판은 없었으며, 흔한 영어도 없고, 앉은자리에서 머리 회전을 빨리빨리 시켜 밀을 생각 했으나 아직 안된다는 말 같은 제스처다. 어떡하나. 넉살 좋으신 여사장님 오셔서 뿌리와 도사를 먹으라 한다.

인도 사람들이 아침대용으로 간단하게 먹는 인도식인데 아침부터 그름 진걸 어떻게 먹나 했지만

배가 고프니 벌써 주문을 한 뒤이다.

손으로 찢고 찍고 말아서 먹는다. 외계인이 먹는 게 신기한지 지나는 이들도 멈춰 서서 구경을 한다.

휴지도 없어 신문지로 입과 손을 닦는다. 싫다. 싫은데 싫지 않다. 점점 익숙해지는 게 무섭다.


배도 채웠으니 숙소로 돌아가서 짐을 챙겨서 나와야 한다.

함피는 AM 9:30 에 체크아웃인데, 조금 더 내려온 이곳은 24시간제를 한다. 같은 인도인데.. 뭔가 좀 통일을 하면 좋겠구만 적응하려 하면 바뀌고, 적응하려 하면 또 바뀌고 화가 나려 하다가도 이해되고, 이해되려 하다가도 화가 나고 점점 멘탈도 나도 모르는 사이 인도화가 되어 가고 있나 보다.


여전히 갈 곳을 정하지 못해 늘 방랑자처럼 구름처럼 강물처럼 흘러 다녔는데

어제 검문당할 때 경찰 아저씨 말로는 핫싼도 좋지만 자기는 스나바나벨라골라가 좋다고 기회가 되면 가보라고 추천을 해줬다.


그래 거기로 가자. 스나바나벨라골라.

 

배낭을 짊어지고 길을 나선다.

이방인도 신기한데 자기 몸 만한 배낭을 앞뒤로 매고 다니니 얼마나 신기하겠는가. 사실 나도 내 몸무게랑 별반 차이 없는 배낭을 멜 때마다 신기하다.


스나바나벨라골라 버스터미널.

차장 아저씨들의 말이 스나바나벨라골라행 직행은 없고 CT 뭐라 뭐라 하는 동네에서 환승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에이 모르겠다. 가고보자.

3.4시간 걸린다는 말과 함께. 어제처럼 기사님 뒤에 자리를 한다.


여전히 불안하게 흔들거리고 자리는 불편하고 알 수 없는 위태함이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하듯 조금은 다른 운전습관이다. 추월하고 추월당하고 차선을 넘고 소를 피하고 급정지에, 더 신기한 건 그렇게 미친 운전을 해도 놀라울 정도로 사고가 안 난다는 것. 정말 정말 신통방통하다. 심신이 약한 사람은 그냥 멀미약 붙이고 잠드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


몇몇 작은 버스터미널에 설 때면 거지들이 창문을 두드리며 돈이나 먹을걸 달라고 아우성이다. 친절한 아저씨 창문을 꼭 닫고 물건 조심하라는 당부를 해줬다.  버스가 정차했을 때 부족한 니코틴 파워를 충전해야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충분하다. 콜라도 하나 샀는데 2루피의 차지가 붙는 게 뭐냐니. 시원한 값이라고..

어이가 없지만, 어쩌겠나 너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그 런 거 지. 그  런  거  지.


차 보다 소 먼저


자다 깨다, 졸다 깨다, 해드뱅잉과 어깨춤을 한참을 추다 보니 어느새 곧 도착할 거라는 친절하신 기사님

슬슬 준비해야지. 동네가 조금은 어수선해지는 게 정말 도착할 분위기다.

친절한 기사 아저씨 도착했다며 다시 환승지점을 알려준다. 그래도 모르니. 확인은 필수다.

스나바나?? okok!!  만석이다. 좁은 통로를 헤집고 으쌰 으쌰 이동.

제일 뒷자리에 가방을 멘 채로 앉은 듯 만 듯 착석을 했다. 15루피.

이젠 로컬버스의 가격만 봐도 거리가 보인다. 대략 1루피당 1분 정도가 될랑가.


물든다는것은


습지를 지나는데 물에 비치는 하늘이 너무 예쁘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인지. 물은 투명한데 하늘을 닮고 싶어서 그대로를 담고 있는 듯하다. 누군가를 흠모하고 사랑한다는 건 나를 모두 투명하게 버리고 그의 색을 오롯이 입는다는 것. 물든다는 것. 이 습지의 흰구름 파란 하늘. 꼭. 닮았다.


꿈꾸듯 도착한 스나바나벨라골라.

정말 작다. 정보지에도 한 바닥뿐인. 볼 것이, 즐길 것이, 먹을 것이 전혀 없는 도시라고.

빠나지처럼 색이 없다는 스나바나벨라골라.


첫 발자국을 찍자마자 첫 느낌이 너무 좋다. 이유는 단순하다. 인기 없고 너무나 작고 조용해서다.


그 작은 마을에 숙소를 못 찾아 헤이다 헤였다.

홍반장처럼 나타난 영어를 너무나 잘하는 꽃할배. 숙소 단지가 있다며 친절히도 알려주었다.

정말 감사하게.


자인교라는 종교단체에서 운영한다는 게스트하우스 수십 체. 뽑기식으로 랜덤으로 준다는 방식.

덩치가 어마 무지하게 큰 숙소인데, 혼자 덩그러니 사이드에 단독으로 입주. 들어서자 첫 느낌이

교도소나 정신병원 요양원 같다. 흰색 벽에 높은 천정 가운데 덩그러니 침대 하나. 저렴해서 좋긴 한데 조금은 을씨년스럽다.


어릴적 그 모습 그대로


땀으로 덤벅이 된 옷을 갈아입고 물건들을 정리하고 한숨 고른다.


그리고 거닌다.


한 명 한 명 웃으며 인사를 하고 이쁜 풍경들 사이로 소중한 기억들을 뷰파인더에 담는다.


메인 골목에서 신문지로 도배가 되어있는 2평 남짓 짜이집.


짜이는 시모가 타운 이상은 없다고 생각했거늘.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로소이다.


이방인인 나에게 무한 관심을 많이 가지던 할아버지들 담배를 하나 주신다. 피디라는 나뭇잎 담배.

낙엽을 태우는 맛이다. 불맛이다. 그래도 성의가 있으니 감사히 받아 핀다. 고마움의 답례로 입안 가득 연기를 모아 도너츠를 하나 날려주니 누런 이를 보이며 깔깔 넘어가신다.


소담히 쌓인 정성


동네 모든 이의 관심 움직일 때마다 따라다니고 인사하고 좋긴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지나친 건 독이 되는 것 같다.


그러던 중

신기한 관경을 목격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도의 샤머니즘을. 무당도 있는 것 같고 엄마로 보이는 사람은 접신된 듯 통통 뛰더니 쓰러졌다 깼다 울다 웃다 정신을 차린 듯, 다시 접신된 듯 이상한 행동들. 무섭긴 하던데. 계속 눈이 갔다.


나는 태생이 크리스천이지만 종교라는 것은 어떤 게 맞고 어떤 게 틀렸고 가 아니라 자기가 믿는 것에 신앙심이 충만하고 믿음만 가득하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식충이처럼 또 배가 고픈데 레스토랑은 불허하고 작은 로컬 식당들도 보이질 않는다.


무엇을 찾기라도 하듯 이곳저곳을 헤매인다.


지나는 길길마다 애기들이 크게 부르고 손을 흔든다. 귀엽다. 길이 없어 되돌아 가는데.

코코넛 코코넛 하면서 따라온 아저씨. 따라오란다. 코코넛 준다며 어디선가 나타나서는 코코넛을 낫으로 찍어서 3개나 준다.하나면 충분한데, 성의가 있으니 한 번에 원샷을 해버렸는데, 또 준다.

먹진 않았지만 먹는 시늉을 한다. 그러면서 대뜸 돈을 조금 달랐는데... 황당함에 경악을 머금고 있는데 같이 일하는듯한 총각이 주지 말란다. 같은 편인 줄 알았을 텐데. 미안.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코코넛 잘 마셨어. 이렇듯 관심이 많아지다 보니 별의 별게 다 있다.


숙소로 돌아가던 길중에. 낮에 숙소를 찾는데 도움을 주신 영어를 참 잘하신 할아버지를 또 만났다.

밥 먹고 가란다. 공장인 줄 알고 지나쳤던 곳이.. 식당이었다니

얼떨결에 시킨 밀즈와 짜파티가  30루피.. 뭐지 뭐야. 점점 가격이 다운된다. 거저먹는 기분.


소박함에 행복함을 느끼는 하루. 어색함이 익숙함이 되는 하루.


흐르다

식사를 마친 뒤 친절한 할아버지. 어둠 속에 손가락을 가리키며 내일 아침은 저기 언덕에 올라서 선라이즈를 보러 가란다. 이곳에 최고는 그것이니 꼭 해야 된다고. 오케이. 접수 완료.


짜이를 마무리로 숙소로 돌아왔다.


천정이 높고 서늘하고 으스스하고 을씨년스럽다. 으하하하. 겁이 나는구만.

따뜻한 물에 샤워도 하고 주윌 살피니

물도 없고 담배도 없다.


시간이 지나 어둠이 조금 더 짙게 내려 않은 지금은

풀벌레 소리가 가득하고 개들의 짖음이 메아리치는 그저 그런 시골일 뿐인 동네다.


창밖으로 커다랗고 밝은 보름달이 낮게 떠 있다.


무언가 그리움이라는 것이 가득 차있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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