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어부 Sep 04. 2016

인도를 노래하다.

#16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마이솔)



나와 너 사이에 흐르는 강이 있다면

어제의 나는 한 달음에 날라 가겠지만


이제와

나와 너 사이에 흐르는 강이 있기에

오늘의 나는 멀리서 바라만 본다


지남에 따뜻함이 있겠고 설레임이 있겠지만

바라봄에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이 더 가득할 테지


나와 너 사이에

흐르는 강 사이에

쉬이 갈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이 존재하겠지만

여기서 나는 이제 너를 바라만 볼테다


그리고 꿈꿀 테다

나와 너 사이에 흐르는 강을 지나지 않음에도

만날 수 있음을


그리고

그리워할 수 있음을







밤사이 미친 듯 고성방가와 취객들의 구토 소리와 싸우는듯한 소리.

알 수 없는 방언들. 릭샤와 오토바이들의 미친 클락션 소리가 내 귓가에 끝없이 맴돌았고

두터운 콘크리트 벽 역시 강력한 방음을 자랑할 듯 위용을 뽐냈으나,

옆방 인도 총각의 코골이 소리로 충분히 명곡도 작곡할 수 있을 정도로 얄팍하였음을.


허기진 뱃속에 들어간 5%의 알코올이 어쩌면 너무나도 감사하게 나의 모든 감각을 마비시켜 잠시나마 나를 죽은 듯 잠이 들게 했던 것 같다.


어제는 과거가 되어버렸다


어김없이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고 담배 한 개비를 물고 밖을 쳐다보니 모든 흔적들은 그대로다.

다만 오토바이와 릭샤, 사람만 없을 뿐 길만이 오롯이 서 있다.


이른 아침의 모닝 담배는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

허나 이곳 마이솔에선 이것조차도 허락되지 않는다.

어제부터 친한 척 치근덕 대던 키 작은 인도 총각. 이것저것 말 시키고 만지고 구걸하고.. 귀찮다.

꼭두새벽부터.

방해받고 싶지 않으니. 나의 이성이 시키는 대로. 그냥 가라고 미간에 힘을 주어 손짓으로 훼이 훼이하니.

알아들을 수 없을 듯 읊조리더니 급기야 큰소리로 뭐라 뭐라고 하며 간다.

알아들을 순 없지만 분명한 건

욕이다.


전투본능을 자극한다.


마이솔.

정이 안 가는 것인지. 나의 고질적인 약간의 공황장애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나는 대도시가 싫다.


굳이 싫은 곳에서 낭비하고 싶지 않은 나의 귀한 시간과 정력.



이곳을 떠나려 어느 곳이던 버스시간 좀 알아보러 시외버스터미널로 나간다.

정확히 간디 스퀘어를 지나서 정확히 잘못 찾은 버스터미널.

시내버스 터미널이다.


이곳이 정말 싫지만 급할 것도 하나도 없다.

넘어진 김에 쉬어가라고 마이솔에 유명한 사원이 있다고 해서 마실 겸 버스에 올라탄다.


만석이다.


역시 가는 날이 장날이다.


공기중에도 많은 신들이 존재한다는 인도는 신앙심으로 가득했다


차문디 힐.


무슨 이른 아침부터 사원들에 가는지. 30분 정도 꼬불꼬불한 길을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선 도착.

그냥 작은 유원지 정도인데.. 너무나도 많은 사람. 차고도 넘친다. 너도 가고, 나도 가니. 그냥 한번 갔다 왔다는 거에만으로도 충분히 만족.


차문디 힐 보다도 차문디 힐을 오르고 내리던 힐 로드뷰가 훨씬 예쁘다. 마이솔의 전경도 보이는데 높은 건물 하나 없어 시야가 탁 트이게 바람까지 시원하다.


다시 돌아온 시내버스터미널에서 센트럴 버스터미널로 가야 하는데, 가는 길은 내가 정확히 알고 있다. 다시 정확히 틀릴지도 모르지만, 내 여행 특성상 새로운 도시에 도착할때면 우선 배낭을 메고 미친 듯이 직진을 한다. 그러다 스치는 건물들이랑 대략의 위치를 읽혀 둔다. 그렇게 개고생을 하고날 때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편한 릭샤 한 번을 안 타는지.. 뭐 각각의 여행 스타일이 있지만 나는 좀 미련하게 한다. 인정한다. 그러면서 길을 익힌다는 게


어렵지 않게 찾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코친으로 가려했는데 막차는 이미 만석이다.

6시 30분 버스가 있긴 한데. 고민된다.

이유인 즉, 마이솔엔 왕궁이 하나 있는데 매주 일요일. 7 - 8시. 1시간 동안 왕궁 입장료가 무료에 엄청난 점등쇼를 한다고 그 거보로 옆 도시에서 원정도 올 정도라.

귀와 마음이 얇아진다.


고민된다. 그리고 고민한다.

마이솔엔 오래 머물고 싶지가 않은데.

큰 고민을 한다. 그점등쑈 뭐라고 안 하는 척 기대를 잔뜩 하고 있는 내가 우습다.


지도를 펴서 대략의 그림을 그려봤다. 루트를 변경하고 마두라이행.

PM 9시 버스표 티켓팅.


점심 먹어야지. 저기 멀리. 와이파이 마크가 보인다. 메뉴보다 와이파이 마크를 보고 들어간 호텔 레스토랑.

2시간이라는 와이파이 시간을 준다. 황금 같은 귀한 시간. 최근 일주일 정도 구경도 못해본 와이파이 마크.


꽃보다 와이파이.


탄두리와 볶음밥. 5%의 알콜. 맛은 로컬 식당만 못한 것 같다.

남인도 여행 중에 귀하디 귀한 외국인 여행자들. 언제 들어찼는지 없어진 자리들.

너희들도 같은 마음으로 왔겠지? 살아 있음을 알리는 간단한 안부와 몇몇의 메시지를 남기고 체크아웃이 늦지 않게 숙소로 향한다.


친절만 하셨던 숙소 할배께 인사를 하고. 다시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해 짐을 보관한다. 풀이라 안된다는데. 아저씨. 내 불쌍한 표정을 본다. 자기 자리를 선 듯 내주시어. 성은을 받았다.


그나저나. 점등까지 4시간이나 남았는데. 영화를 하나 볼까 해도 시간이 어준간하고.


다른 건 할 게 없다. 남인도엔 그 흔한 카페도 찾기가 힘이 들고 마냥 걷는데 구경거리도 없고 딱히 앉아 쉴 곳도 없다. 몇백만 명이 살고 있다는 대도시에 있는 건 없고 없는 것도 없다.


참 마이솔에 오래된 제레 시장이 있다는 걸 스치듯 들은 것 같다. 하릴없이 시간 보내기엔 시장이 딱이다.

스치듯 지났던 곳인데. 가려 저서 못 봤구나.

사람이든 물건이든 겉만 보고 판단한 내가 근시안적이었다.

바보스럽게도.


요새처럼 시장 안에 다시 사각형으로 또 다른 시장이 있다. 200년이 넘게 전통을 이어왔단다. 부단한 노력이 존재했겠지. 대박 중에 왕대박 제레 시장. 보물 찾은 것 마냥 신이 났다.


형형색색, 가지각색, 질서정연, 아름다움, 보물찾기, 제레시장, 너나우리


형형색색의 향신료들. 꽃장식들. 진열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과일들. 구역 구역 판매처가 잘 나눠져 있다.


모두들 정신없이 손과 입을 놀리며 땀을 흘리는데 얼굴 가득 웃음꽃이 활짝 펴 있다.


언젠가 어머니께서

아들아 사는 게 힘들고 지칠 때면 새벽시장을 한번 가보라고 하셨는데


여기저기에서 흥정을 하고.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생동감이 넘치니 사람이 굼틈이 있을 리 없고, 무언가 알 수 없는 따뜻한 공기가 살아있음을.. 나태한 생각을 조금이라도 가졌다는 게 부끄러울 정도.

대형마트의 편리와 편의. 적당히 저렴하고 오픈된 가격을 보고 구입해도 그만 구입하지 않아도 그만

기계적이다.

시장에서 말과 말. 표정과 표정. 판매자의 입놀림으로 충동구매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인간적이지 않는가.


너의 여행이 힘들고 지치겠지만, 다들 이렇게 살고 있다고 누군가가 여기로 이끈듯한 기분.

감사합니다.


자그마한 시장이었지만 정신없이 구경하다. 점등의 시간을 놓칠뻔했다.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향하는데


신호에 대기하는 나는 바보인가.


교통경찰과 신호는 왜 존재하는지 알 수가 없다.


외국을 나오면 애국자라고 스스로 문화시민임을 보여준다. 홀로 기다리더라도. 언젠간 초록불이 들어오지 않겠는가. 그때 가면 된다.

근데 참 짧다. 신호가. 달리듯 걸어도 모자랄 판. 에효. 인도야.


그렇게 20여분 정도를 남기고 도착한 마이솔 왕궁.


어딜 가나 친절한 사람들이 있다.

태국에도 그랬었고. 캄보디아서도 그랬다.

다들 하나같이 사기꾼들이었지만. 여기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혹여나 아닐지 몰라도. 상관없다.


왕궁.

아무것도 없는 곳에 덩그러니 외로이 서 있었다

인도의 독립의 반역자라고 했다. 우리 한국의 친일파처럼 어디든 호의호식하는 건 잘 빌붙어야 돼.

화려할 듯 화려하지 않은,  왕궁 같지 않은 왕궁.


나름 왕궁이라는 곳에서 짜이를 한다. 한 모금하는 순간. 환호성이 들리며 주위가 환해졌다.

기대를 안 했다고는 했지만 기대가 컸나 보다.

엄청난 실망감과 조금 더 더라는 아쉬움이 넘실 넘실 거린다.

아무런 감동과 감흥이 없다.

이걸 보려 마이솔에서 하룻밤을 더 묵었다면 아마 난 병이 생겼을 것 같다.


잘했다.


일정이 틀어진 것에.

마두라이행 버스 1시간 전. 간단한 요기와 화장실도 들르고 간식을 샀다.

공영버스 역시도 언제나처럼 기대감이 없다.

기대감이 없어야 실망감이 없으니. 기대감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버스다.

슬리핑이라며 몇 번을 말하더니. 근데 내가 보는 건 전부 의자 잖니.



의자가 덜렁거린다.

고정이 안된다.

나사가 조금씩 풀리고 있는것만 같은

분해되기 바로 직전의 버스.


아~ 할 말이 없다.


부디. 다음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만 하길.

기도하고 조심스레 눈을 감아보려 하지만

쉬이 잠이 오질 않는 밤.


부디. 눈을 떴을 때. 살아있길.


매거진의 이전글 인도를 노래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