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어부 Dec 12. 2016

인도를 노래하다

#27 불안

불안(아람볼)


남들이 모르게

아주 조금 아픕니다

사람들이 많으면 

시야가 좁아지고 땀이 흐릅니다

가슴이 답답해 오고 세상이 아주 조금 흔들립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자리에 주저앉습니다

언제 찾아왔는지도 모르는

그는 아주 깊은 곳에 조금씩 똬리를 틀고 앉았습니다

그로 인해 나뿐만 아니라 모두를 아프게 합니다

이 몹쓸 것을 나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지난날의 사막화를 막기 위하여

빠져 죽어도 좋을 만큼의 물을 뿌려놓고서야 마음을 놓고 몸을 뉘었다


밤사이 마른기침을 하다 

침대 이불 사이로 다리를 빼어 바닥에 물이 있음을 확인했으나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이곳엔 굉장한 하마가 몇 마리쯤 살고 있는 게 분명하다

나의 노력에도 강력한 건조함을 없애긴 역부족이었음을


고로 나의 목은 여전히 사막을 거닐고 있다


밤과 건조함 사이에 정리정돈이 존재하는 고카르나


고카르나의 아침은 물 한 통으로 시작

 

장거리 이동이 될 텐데 물배로 채웠다 

이것 조차 버스를 타기 전에 부담으로 다가온다


밤사이 챙겨놓은 배낭을 다시 한번 더 확인하고

많은 배려를 해주신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안녕을 고했다


마드가오행 버스 8시 15분 


아람볼이라는 옆동네에서 소풍 온 그들은

지극히 간단한 작은 가방과 젬베가 전부

(언젠간 나도 부엌이 딸린 방을 잡아서 오랜 시간 머물러 보고 싶다. 어느 CF처럼 여행은 살아보는 거니까)


34kg에 육박하는 나의 배낭을 보는 샤샤의 눈빛은 안타깝기 그지없어 보인다

괜찮아 샤샤. 내가 지난 생에 karma가 많은가 봐

언제 누군가가 여행자의 배낭은 지난날의 업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래? 라며 곱씹어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과연 그런 듯했다 (나는 죄가 참 많음을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으니 그럴지도 모르겠노라고..)

 

4번의 환승이라는 대장정은 이 곳에서 시작된다


이른 시간 도착한 버스터미널에서 벌써부터 알 수 없는 압박이 온다


사실 나는 아주 약간의 공황을 가지고 있다

정신뿐만 아니라 오랜 운동으로 목과 무릎 등 관절들의 상태가 좋지 못하고

장거리나 잦은 환승에 무리가 생긴 다는걸 진즉이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아주 조금은 두렵다


마음을 담대히 하고 강하게 먹어야 한다


첫 번째 이동 마드가온행 티켓을 끊고 

버스에 오르려는데 입구부터 통로가 너무 좁다 

들어갈 수가 없을 만큼 좁아도 너무 좁다

너무 옛날 버스라 엔진이 앞에 있기도 하고

의자가 양옆으로 6개가 있으니 좁을 수밖에..(욕심이 과하다)


버스 트렁크 조차 큰 배낭 하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협소하다


결국 버스 천정에 배낭을 묵고서야 

(국경을 넘을 때인가 천정에 묶은 배낭은 스콜을 만나 방수 커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걸레가 되어버렸다. 이젠 무슨 상황에도 오버랩이 되고 그 기억들에 몹시도 오랫동안 겹겹이 남았다) 

첫 번째 중장거리 이동을 시작한다



고카르나 - 마드가오 - 빠나지 - 맙사 - 아람볼


인도의 버스는 겉으론 낭만이 있을진 모르겠으나

속으론 충분히 배려 없는 운전과 안락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오래된 고물버스에

모든 진동을 몸으로 받아야 했으며 커다란 배낭은 4번의 환승 동안 집이 아니라 짐이 되어갔다


지랄 같은 액션의 연속


공황을 벗어나 분노를 조절하기에도 불가능한 시점

배고픔까지 더하니 조금만 더 가면 큰 일 나겠다


딜레이 없이 4번의 환승 

출발 AM 8:15 - PM 3:50 도착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인도의 고향 같은 아람볼에 도착을 했건만

웃음기 사라진 지 오래


왜 이리도 큰 이동을 할 때라치면 몸과 마음이 아픈지

그것으로 하여금

왜 주위 사람들도 불편하게 하는 건지

나의 솔직함으로 이기적인 건지 

나의 거짓됨으로 이타적인 건지

모르겠다 모르겠다

나도 모르겠다


아람볼에 도착을 했지만 숙소가 밀집해 있는 곳까지 나의 업보들을 메고 묵묵히 걸어야 한다

불행 중 다행인지 아는 길들이라 곧 나오겠지 라는 막연함은 없다는 것 그것이 다행이라면 다행


 

두통이 동반하고 배도 무지하게 고프고 무지하게 덥다


며칠간과 다른 나의 모습에

리한나가 괜찮냐 물어본다

괜찮지 않다고 했다 너무 솔직함에 놀란듯하더니 why? hungry..



번쩍이는 눈빛으로 응급 처치에 들어간다 

맛있는 모모집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며 어서 가잖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미안하고 고맙고


그들은 나보다 오랫동안 머물렀던 아람볼이라 

골목골목 숏컷들을 잘 알고 숨은 현지 구멍가게들을 잘 알고 있었다


정말 짧네

그동안 삥~~~~ 돌아다녔던 나는 또 다른 허무함이 느껴졌다

(또 한 번 CF가 떠 오른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간판도 없고 3 평 남짓 허름한 모모집

(주인장은 티벳탄이나 네팔리안으로 추정된다)


눈물겹도록 

모모 조금 먹었다고 입꼬리가 올라간다 

헤벌쭉 

정말 정말 정말

나 라는 놈은 간사하다 간사해

(이런 모습을 보는 내 스스로에게 할 말이 없다 조금은 둥글둥글해질 필요가 있고 그릇이 커질 필요가 있다)


지난번에 묵던 숙소로 가려했는데

어디서 소식을 접했는지 홍반장처럼 나타난 타타(여기선 대단한 인물이었다. 동네도 좁기도 좁고) 

진심 다시 올지 몰랐는데 굉장한 반가움을 표했고 나 역시 그러했다

타타가 방을 잡아놨다며 여기서 묵을 만큼 묵고 가란다

(호기롭다보다 배려있다고 느껴졌다 진심으로)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부담이 되지만 여행자는 가난하므로 너무나 감사히 받아 드렸다)


깔끔하다(침대 말곤 아무것도 없었으므로)


아람볼은 12월이 최고 성수기라 그러더니

불과 한 달 전보다 몇 배는 많은 사람들이 보이고

숙소비 또한 배가 넘어가는 듯했다



타타 덕분에 너무도 간편하고 편안하게 숙소를 얻었다

짐을 풀고 마음도 풀었다

그제야 조금은 안정이 된다

신발도 벗지 않고 침대에 누웠다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우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다 이내 사라졌다


참 싼토스

아람볼엔 싼토스가 있었지

벌떡 일어나 그가 일하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멀리서 나를 발견했는지 하얀 이를 들어내며 손을 흔든다

잘 지냈냐 묻는데 별일 없이 똑같았다고

남부는 어딜 갔고 어디가 좋았냐고 꼬치꼬치 물어오는데

이곳과 저곳 그곳과 그곳을 말하니 감탄에 감동을 더 한다

 

인도인도 인도 여행하기가 힘이든가 보다

하긴 뭄바이부터도 그렇고 다른 지역도 그러했지만

어디 어디가 좋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직접 가봤냐 물어보면 풍문으로 들었다고 했다며 머쓱하게 웃고 했었다

에이 뭐야 했지만 

그런 풍문들은 거의 대부분 맞았다


여행 중에 니 짜이가 생각이 많이 나더라 

그 한마디에 또 한 번 감동을 받더니 부리나케 부엌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이곳엔 신의 선물이 있다

이름하야 

와이파이

득템이다

 

내가 처음 인도에 도착한 시간부터 9일 동안 와이파이를 만난 적이 없다

그래서 모두들 우스개 소리로 내가 인도에 도착하고 죽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웃픈 이야기다 그리고 인도가 IT강국이라 했는데 한국을 따라오려면 100년은 멀었다


와이파이랑 같이 나온 짜이는

전혀 맛이 없다 

처음엔 싼토스네 짜이가 최고의 맛인 줄 알았는데

남인도를 돌아다니다 더 나은 더 나은 더 나은 짜이들을 만나고 만났다

지금 와 생각하니 

나는 싼토스네의 짜이를 향수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람볼의 해변 

수평선을 넘어지는 해를 바라보다

그간의 시간들이 스쳐 지났고 다시금 처음으로 되돌아와 있다

제자리로


해가 중천에 있을 땐 몰랐는데 꼭 해 질 녘이 되면 왜 그렇게도 빠르게 져 버리는지

원래의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떠 오르겠지만


꼭 오늘의 나처럼


해 질 녘의 아람볼은 하나도 변한게 없다 다른 모든 것들이 바뀌었을 뿐


침대 딸랑 하나

깔끔할 수밖에 없는 컨디션

그래도 커다란 팬이 있다

화장실 역시도 심플함을 한껏 돋보였다


아무것도 없는 화장실

누군가 쳐다보는 이상한 기분

왜 그런지 그럴수록 더 빨라지는 손길

거품을 없애는 과정에서 알록달록한 게 보인다

오 마이 갓!!

커다란 개구리가 문에 붙어 큰 눈으로 나를 향해 CCTV모드를 하고 있었다

어릴 적엔 잘도 잡고 키우고 했던 개구리

그러나 이젠 잡는 것도 바라보는 것도 힘에 겨운 나는 늙은이

못 봤으면 좋았을 텐데


외국 개구리는 화려함의 극치다

화려할수록 독을 품고 있다는 건 

동물의 세계만은 아닐 것이다


너를  의식하고 눈길조차 피하며

조금은 부담스럽게 씻었다


간단하게라도 식사를 하고 약 먹고 쉬어야겠다 했는데

숙소 입구에 붙어 있는 레스토랑에서 리한나 혼자 차를 마시고 있다

샤샤가 언제 올지 몰라서 문 잠그고 어디로 가기가 뭐해서 여기서 떠날 수가 없다 했다

그래 같이 차 한잔하자


요 며칠 따뜻한 진저티가 자꾸 당긴다 

고카르나 전부 좋았었는데 너무너무 건조했어



친구들을 잔뜩 데리고 나타난 홍반장 타타

스위스 친구 도날드 내 이야기를 많이 들었단다 

단 하루 만에 그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말을 했길래

또 온다 그리고 또 온다 또 온다 또또또

태권도 가르쳐 달라 대련 한번 하자 등등 허허허 그저 웃을 수밖에


간단하게 먹으려 했던 식사는 결단력 없이 질질 끌리다

타타와 그의 친구들과 동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미끼를 물어버렸다

괜찮다던 레스토랑은 말처럼 입에 맞질 않았고 음식은 기호라는 진리를 얻었다

그래도 같은 멤버가 고카르나가 아닌 아람볼에서 또 이렇게 함께하니 좋다


아람볼의 밤이 깊어간다


이것저것 보여주고 싶은 게 많은 타타인 모양이다

오늘은 도저히 컨디션이 따라주질 않아 미안하오

신이 보낸 사람은 약간의 휴식이 필요할 때 같소



하루가 쉼 없이 돌아갔고

나에게 배려가 없었다

그러함에 곪아 터져 흘러나와

모두가 피곤해졌던 

스스로에게 반성이 필요한 날



매거진의 이전글 인도를 노래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