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이사한 지 딱 일주일 됐다. 8년 만의 이사였다. 그것도 겨우 같은 단지 내에서 동, 호수만 바뀌는 이사였다. 그런데도 마음이 바빴다. 준비할 것도 많고, 버려야 할 것도 많고, 사야 할 것도 많았다. 근 몇 년 사이에 이렇게 큰돈을 쓴 일이 없었다.
이번에도 누가 나가라고 한 것도 아니고, 계약이 만료된 것도 아니었다. 겨우 2명뿐이었지만 8년쯤 살고 보니 짐은 점점 늘어났다. 처음에는 여백이 꽤 많았던 우리의 첫 번째 보금자리는 두 사람의 관심사와 취미생활 등으로 생활 반경이 점점 좁아졌다. 방 하나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조금만 큰 집이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집을 알아보러 다니기도 했지만 부동산에만 다녀오면 이사 소리가 쑥 들어갔다. 억 소리 나는 보증금 앞에만 서면 지금 사는 집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 우리가 사는 곳 보다 조금 큰 평수에 입주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확인했다. 8년이 지났어도 고만고만한 살림살이를 유지한 덕분에(?) 우리는 모집 신청서를 낼 수 있었고 예비자로 당첨됐다. 1년쯤 걸릴 줄 알았는데 겨우 3개월 사이에 연락이 왔다. 부랴부랴 이사 준비를 시작했다.
이사 당일 아침 8시도 되기 전에 포장이사를 담당하신 분들이 도착했고 우리는 떠밀리듯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짐이 많았는데 모든 짐을 완전히 비우는데 2시간이면 충분했다. 텅 빈 집으로 들어서는데 역시 마음이 이상했다. 이 집이 족쇄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결국 이 집 덕분에 모든 것이 가능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괜히 구석구석 둘러보고 벽도 한번 만져보고 나왔다.
이사가 결정되고 한 달 동안 상상했던 모습대로 가구를 배치하고 공들여 고른 커튼을 달았다. 화분의 위치를 몇 번씩 바꾸고, 허전한 벽에 고심해서 고른 그림을 걸었다. 일주일을 꼬박 걸려 집을 꾸몄다. 집을 꾸밀 수 있다니. 꾸밀 만큼의 공간이 허락된다니. 겨우 방 하나 늘어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집이 너무 넓었다. 남편은 퇴근하고 들어올 때마다 성공한 기분이라고 했다.
이 시국에, 코로나 19로 전 세계가 불안한 이때에 우리는 기쁨에 대해 얘기했다. 이렇게 웃어도 될까? 싶었지만 우리의 작은 성장이 뿌듯했고, 소박한 변화가 벅찼다. 30,40평대의 넓은 집도 아니었고 내 집도 아니었지만 놀이터 건너 이 집까지도 오는데도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안고 서로의 등을 두드리며 대견해했다. 아직도 아침에 방에서 나오면 집을 한번 쭉 둘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