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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욕의왕 Dec 04. 2015

새벽 네 시에 잠을 잔다.

무라카미 하루키, 잠, 무인양품의 이불.

어떤 책에 재미있는 얘기가 있었다.

인간의 사고와 행동은 기본적으로 개인적인 경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인간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행동과 사고의 패턴을 만들어나가는 존재이며, 한 번 만들어진 경향은 어지간한 일이 없는 한 바뀌지 않는다고도 했다.

결국, 인간은 경향의 감옥에 갇힌 채 살아가는 셈이다. 괜히 구두의 뒤축이 한쪽만 닳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잠이야말로 한쪽으로 쏠린 인간의 경향을 되돌리는 구원의 시간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인간은 잠 속에서 중화되고 쿨-다운 된다.

왼손잡이가 꿈속에서는 오른손잡이가 된다. 냉담자는 광신도의 방언을 쏟아내는 신실한 밤을 보내며 보수의 혁명과 진보의 반동은 무의식에서 가능하다. 모든 '주의자'들이 하나 되는 세상이 모두가 잠든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경향의 약화가 잠의 핵심이라면 나는 중립적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우리나라를 숙면의 나라라고 감히 부를 수 있다. 잠 속에서 중화되고 쿨-다운된 나라, 그런 의미에서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은 정치적인 중립을 지켰던 자들의 공간이라고 말한 단테는 뭘 아는 사람이다. 우리는 헬조선에 산다.

잠 못 드는 밤, 눅눅한 이불과 높고 낮은 베개에 고통 받으며 힘들게 잠이 드는 시간이 새벽 네 시라서 하는 얘기는 아니라고 하기 어렵다.

숙면의 맛을 아는 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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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잠' 일러스트는 독일 일러스트레이터 '카트 앤쉬크'의 작품.

잠을 잘 자게 도와줄 이불과 베개를 사야겠다. 그 동안 너무 아팠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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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 이불 커버 ECRU, BROWN CHECK

58,000원

무라카미 하루키, 잠, 문학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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