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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욕의왕 Dec 03. 2015

안 예뻐

redecker의 파리채

안 예뻐요, 세상. 인간은 때로 지독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위대해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본능 때문일거예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많은 것들은 자연스럽게 경탄을 이끌어내요. DNA에 새겨진 미를 향한 본능 때문이죠. 의식하지 않고 있을지라도 우리 모두는 완전한 균형, 정밀한 대칭, 기품있는 직선과 곡선을 꿈꿔요. 그게 우리를 위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고요.

서울은 인간의 위대함을 의심하게 되는 장소로 부족함이 없을 거예요. 피곤이 퀘퀘한 사호선의 퇴근길, 욕망이 선연한 홍대 길바닥의 전단종이, 동대문 평화시장의 눈 아린 네온사인들은 아름다움, 우아함, 고상한 취향에 대해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댑니다.

우리는 사호선을, 홍대 길바닥을, 동대문 평화시장의 네온사인을 눈알에 얻어맞으며 살아가죠. 깜빡깜빡, 질끈. 아휴, 차라리 눈 감고 살면 안돼요?

그래서 우리가 능동적일 수 있는 순간들은요. 예를 들면 돈을 쓰거나 물건을 사거나 카드를 긁거나 할 때 있잖아요. 이렇게나 비대칭한 삶에 조금이라도 수려한 것을 채우고자 노력하는 과정인지도 몰라요.

이것은 독일 브랜드 redecker의 fly swatter, 파리채죠. 교양있는 가죽의 색감과 군더더기 없는 선을 보세요. 가죽은 사용할수록 체액을 머금어 더 아름다운 색으로 숙성된다고 해요. 세련된 삶, 품격 있는 살충. 멀리 있지 않아요.




사진 출처

1. 좋은 일용품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생활용품 브랜드 @twl_shop의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p/7SiQolkOOo/

2. 벌레 옆에 널부러져 있어도 멋있는 fly swatter

3-5. redecker의 다른 제품들도 참 기품있어요. 출처는 redecker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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