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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욕의왕 Dec 02. 2015

큐브를 찾아서

전세와 월세와 집과 원룸과 직방

전세방을 구하고 있다. 방과 집의 개념은 때로 혼재하지만, 나에겐 둘을 구분짓는 이미지가 명확하다. 관념적인 온기가 거세된 공간이 방이다. 내가 매일 몸을 뉘이는 8평 가량의 직사각형 큐브가 방이다. 주인집 유학생 아들의 뒷주머니로 매달 월세를 꽂아주는 조건으로 기거할 수 있는 그곳이 방이다. 나는 전화로 "집이니?" 묻는 엄마의 물음을 굳이 "네. 방이에요."라고 정정한다.

유학생 아들이 부러워서 그런 것만이 아니라, 방에 사는 건 성가신 일이다. '실수령액'에서 월세를 제외한 '실실수령액'이 내 소비의 지표가 된다. 대략 계약서에 표기된 연봉에서 500만원 정도를 빼면 계산이 나온다. 가끔 입금을 깜빡하면 어김없이 틀린 맞춤법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한다. '입금일은 14일 임니다'

경험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서울에서 방 구하기는 쉽지 않다. 예산을 정해 패기넘치게 부동산 중개소 문을 열어젖히지만, 나를 반기는 곳은 방공호 같은 반지하방이나, 비행기 바퀴가 잡힐 것 같은 옥탑방이다. 그리고 몇바퀴 빙빙 돌다보면 몸과 마음이 지쳐버려서, 결국 긴가민가한 상태로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그리고 매일 방으로 들어가는 길에 생각한다. '이 길에 언덕이 이렇게 많았나.'

벌써 3주째. 아반떼 하이브리드를 타고 오는 어쩐지 미심쩍은 내 나이 또래의 부동산 중개업자와, 지하철역 근처의 방을 가격대별로 보여주는 부동산 중개 앱과 씨름하고 있다. 괜찮다 싶으면 융자가 말도 안되게 많이 끼어있거나, 창문을 열면 옆 건물 가스관이 코 앞에 가로막혀 있다.

서울에 사람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한다. 그 많은 사람들이 매일 밤 큐브에 누워 티비를 보거나 늦은 저녁을 먹거나 섹스를 한다. 내 전세방은 어디에 있을까. 인내심과 자제력, 부동산 중개앱 속 매물 사진의 왜곡을 구분할 수 있는 제3의 시야, 부동산 중개사의 말을 걸러서 들을 수 있는 판단력. 그리고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일부 표현은 김대중의 노래 '300/30'에서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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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편해졌어요.
방구하는 절대 공식이래요.
'선직방, 후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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