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액세서리 대신에 몸에 예술을 새겨요.
타투를 하고 싶다 하고 싶다 말을 하지만 실제로 하고 싶지는 않았나 보다. 여전히 내 몸뚱어리는 허옇고 때로는 누렇고 그냥 그렇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은 이유 불문하고 결국 하게 된다는 내 지론에 따르면 나는 '아직'까지는 타투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냥 타투한 사람을 멋있다고 생각하고 용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타투를 특별히 용감한 사람이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또 그건 아니라고 대답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집 주변에 느닷없이 타투 가게가 생겼는데 이래서 장사가 되겠냐는 내 생각과는 달리 타투를 받으러 오는 사람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위 층에 바가 하나 있는데 술을 먹고 자연스럽게 반지하층 타투 가게로 향하는 사람을 보았다. 타투를 할 생각을 하고 먼저 술을 먹은 것인지 술을 먹다 보니 갑자기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 지 알 길은 없지만 뭐가 어찌되었건 인생의 기로에 선다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전쟁 중에 월급 받아서 술 먹고 여자 만나고 복귀하는 길에 다시 살아서 돌아온다는 결의를 몸에 새기는 그런 시대는 아니니까, 지금의 타투는 긴박한 생의 결의와 지루한 일상 그 어딘가에 있다.
나는 아직 용기가 없다. 용기가 특별히 없다. 셔츠 소맷단에 언뜻 보이는 은밀함이, 종아리를 감싸는 명쾌함이, 목 언저리를 스치는 야릇함이 아직은 무섭고 두렵기 때문에, 늙어서 피부가 처지면 타투도 못생겨질 텐데 못생김에 못생김을 더할 수 없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면서 타투를 (말로는 하고 싶어 하지만) 못하고 있는 친구들과 그냥 말만 몸에 새기듯 하고 있다.
여전히 문신을 하고 싶다. 누군가 물어본다면 내일 할 것처럼 대답하지는 않겠지만, 아마도 '글쎄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하겠지만 그렇기에 아직은 정말 문신을 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겠지만 내 몸에 새기면 멋질 것들을 머리에 그린다.
내 몸과 하나가 될 센스와 위트와 의미와 형식과 예술을 찾는다. 레터링은 아무래도 최악이고 이레즈미가 뜻밖에 괜찮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도 타투 가게를 지나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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