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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욕의왕 Nov 24. 2015

다이어리 탓

스타벅스의 것들

잠이 안 와서 글을 쓰기로 했어요.

왜 잠이 안 오냐면 여섯시도 넘어서 토피넛라떼를 마셨거든요. 내일 출근도 안 해도 되니까, 늦게 자면 피곤하다고 잔소리 할 애인도 없으니까, 여섯시 넘은 시간에라도 스타벅스에 가지 않으면 스타벅스에 함께 갈 애인이 있는 사람들 때문에 스타벅스 하얀 다이어리가 금방 동나 버릴 것 같으니까.

작년 겨울에는 열 몇장짜리 스티커를 금방 모았어요. 애인이 맛있는 걸 사주면 저는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두 잔, 때로는 한 잔을 샀고 꿀꺽꿀꺽 마시거나 호록호록 나누어 마시거나 했어요. 애인과 아주 여러 번 봤으니까 스티커도 꽤나 빨리 모였죠. 스타벅스 계산대 앞에는 하트 쿠키가 있는데, 저는 그 앞에 설 때마다 쿠키를 제 왼쪽 가슴 앞에다 두고 애인을 불렀어요. 애인은 그걸 볼 때마다 낯간지럽다는 듯 웃으면서 시선을 돌리곤 했죠.

저는 사실 하트 쿠키를 집어들때마다 애인이 저를 기억해주기를 바랐어요. 나 없이 스타벅스에 올 때마다 하트 쿠키를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아련하거나 싸하거나 찌릿찌릿 아프기를 바랐어요. 탐앤탐스 캬라멜이나 스타벅스 초콜렛을 볼 때, 노래방에서 '비와 당신'을 부를 때 제가 그러는 것처럼 애인이 아주 오랫동안 그 기억을 못 잊기를 바랐어요.

나 없이 스타벅스에 간 애인이 하트 쿠키 앞에서 하트가 부서지는지 떨리는지는 아무래도 알 수가 없어요. 하트 쿠키 앞에서 애인 생각이 자꾸 나는 건 똑똑히 알수 있죠. 이래서 마음을 곱게 먹어야 하나봐요. 올 해 시월 다이어리에는 "미친 짓을 그만 하자" 라고 적었는데, 독살스러운 빨간 다이어리에 걸맞는 표어였죠. 내년 일월에는... 아니, 스타벅스의 순결한 하얀색 다이어리는 십이월부터 있으니까, 올 십이월에는 "착한 짓만 하도록 노력해보자"하고 적을래요. 다이어리도 하얀 색 저도 하얀 마음 깨끗한 마음으로 시작해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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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바이 몰스킨 다이어리

빨간 색과 까만 색은 돈 주고 살 수 있어요.
이만칠천오백 원

제가 노리고 있는 호방하고 순결한 흰색, 앙증맞은 민트색은 돈 줘도 살 수 없고요, 크리스마스 음료 세 잔을 포함해 열일곱 잔을 마시면 받을 수 있어요. 한... 팔만원어치 먹는다고 보면 될 거 같네요.

스타벅스 하트 파이(쿠키 아니고 파이네요)

사실 사 먹어 본 적은 없어요.
드셔 보신 분 맛있는지 알려주세요.
삼천이백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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