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타구니 사이에 끼우고 싶은 바지
고등학생 때 친구 싸이월드 다이어리에서 충격적인 문장을 발견한 기억이 있습니다. 친구는 구찌였나 D&G 청바지 사진을 올려놓고는, "너를 내 사타구니 사이에 꼭 끼우고 말겠다."라고 적었는데요. 바지를 '입는다'는 표현치고 지나치게 기발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저 문장을 통해 물욕의 민낯을 본 느낌을 받았습니다. 남자 고등학생은 좋게 표현해 맹목적인 데가 있으니까요.
친구는 그 청바지에 다리를 집어넣는 데 성공했을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문득 궁금해집니다. 제가 요즘 사타구니에 끼우고 싶은 바지는 #LVC 의 47501입니다. 이왕이면 뻣뻣한 생지였으면 좋겠습니다. 원단과 샅이 닿는 횟수만큼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테니까요.
LVC는 리바이스의 빈티지 라인입니다. 1947 501은 1947년에 생산된 501 청바지를 복각한 모델인데요. 2차대전 이후 원단 수급률이 높아지고, 물자가 풍부해지면서 변화한 공정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약을 팔고 있습니다.
특유의 뒷주머니 아치에 페인트가 아닌 실이 쓰였다는 것(전쟁 중엔 아치를 실 대신 페인트로 프린트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허핑턴의 말대로라면 작은 주머니에 시계를 넣어놓고 확인하던 그 시절 감성의 연장선에 있는 이 제품은 서스펜더 버튼이나 신치백이 없는 단순함이라든지 다양한 특징이 있지만 가장 큰 특징은 존나 비싸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랜만에 말해봅니다.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할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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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i's Vintage 1947 501 Rigid Jean
가격 : 289달러
http://levisvintagecloth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