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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브리나 Feb 18. 2020

내 몸에 살이 찌는 걸 가장 먼저 눈치채는 건,

다름 아닌 내 팬티.


어쩌면 이럴 수가 있는지

벌써 몇 년째 몸무게가 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나잇살일까 하고 핑계를 대고 싶지만 

심각하게 굳어버린 몸이 증명하듯 나는 운동을 안 하고 있다.


스트레칭? 언제 해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러면서 늦은 밤 티브이를 보다가 입이 심심하면 떡볶이와 맥주는 거의 매일 먹게 된다.

요즘에는 그 식감 때문일까? 하루에 누룽지를 한 봉지씩 먹는 것 같다.

까득까득 씹어먹는 그 식감이 중독성이 있어서 침을 흘려대는 우리 강아지들을 애써 무시하고 

한 조각만 먹어야지 하고 시작한 그 누룽지는 어제도 바닥을 보이고 나서야 내 손에서 해방됐다.


그렇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을 보내니...

살이 쪘다가 힘들면 빠졌다가 이렇게 반복을 했고

큰 격차는 아니지만 내 몸은 퍼졌다가 줄어들었다가 하면서 어떤 공식을 만들어냈다.

바로 팬티의 법칙.


귀신같은 나의 팬티는

늘 같은 사이즈 이기에...

내가 살이 조금이라도 찌기 시작하면

바로.. 엉덩이 사이로 모습을 숨겼다.


삼각 모양의 내 팬티들은

내가 적정 몸무게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엉덩이를 잘 가려주다가

살이 조금이라도 찌기 시작할라치면

조금씩 엉덩이 계곡 사이로 자꾸 들어가기 시작하고

조금 더 살이 찌면 짝짝이 모양으로 엉덩이 골에 걸쳐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제대로 살이 오르면 티팬티의 모양으로 날 불편하게 했다.


엉덩이에 팬티가 말 그대로 끼기 시작하고

한쪽씩 번갈아가며 엉덩이 골에 걸쳐지기 시작한 팬티를 

화장실에 가서 빼내는 횟수가 늘어나면

얼굴에도 살이 붙기 시작했고

양쪽의 엉덩이가 맨 모습을 다 내민, 티 팬티의 형태가 되면

아주 정확하게 바지가 불편해지고

누가 봐도 나는 살이 쪄있었다.


귀신같은... 팬티.

너는 정말 정확하구나.

오늘 아침에도 분명 나는 삼각팬티를 입었는데

지금 바지 안,

내 팬티는 티팬티의 모양을 하고 있다.

살을 좀... 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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