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아닌 내 팬티.
어쩌면 이럴 수가 있는지
벌써 몇 년째 몸무게가 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나잇살일까 하고 핑계를 대고 싶지만
심각하게 굳어버린 몸이 증명하듯 나는 운동을 안 하고 있다.
스트레칭? 언제 해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러면서 늦은 밤 티브이를 보다가 입이 심심하면 떡볶이와 맥주는 거의 매일 먹게 된다.
요즘에는 그 식감 때문일까? 하루에 누룽지를 한 봉지씩 먹는 것 같다.
까득까득 씹어먹는 그 식감이 중독성이 있어서 침을 흘려대는 우리 강아지들을 애써 무시하고
한 조각만 먹어야지 하고 시작한 그 누룽지는 어제도 바닥을 보이고 나서야 내 손에서 해방됐다.
그렇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을 보내니...
살이 쪘다가 힘들면 빠졌다가 이렇게 반복을 했고
큰 격차는 아니지만 내 몸은 퍼졌다가 줄어들었다가 하면서 어떤 공식을 만들어냈다.
바로 팬티의 법칙.
귀신같은 나의 팬티는
늘 같은 사이즈 이기에...
내가 살이 조금이라도 찌기 시작하면
바로.. 엉덩이 사이로 모습을 숨겼다.
삼각 모양의 내 팬티들은
내가 적정 몸무게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엉덩이를 잘 가려주다가
살이 조금이라도 찌기 시작할라치면
조금씩 엉덩이 계곡 사이로 자꾸 들어가기 시작하고
조금 더 살이 찌면 짝짝이 모양으로 엉덩이 골에 걸쳐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제대로 살이 오르면 티팬티의 모양으로 날 불편하게 했다.
엉덩이에 팬티가 말 그대로 끼기 시작하고
한쪽씩 번갈아가며 엉덩이 골에 걸쳐지기 시작한 팬티를
화장실에 가서 빼내는 횟수가 늘어나면
얼굴에도 살이 붙기 시작했고
양쪽의 엉덩이가 맨 모습을 다 내민, 티 팬티의 형태가 되면
아주 정확하게 바지가 불편해지고
누가 봐도 나는 살이 쪄있었다.
귀신같은... 팬티.
너는 정말 정확하구나.
오늘 아침에도 분명 나는 삼각팬티를 입었는데
지금 바지 안,
내 팬티는 티팬티의 모양을 하고 있다.
살을 좀... 빼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