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구멍

by 김나윤


매니저 M-21이 끝까지 단추를 채우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작은 구멍이라도 눈 깜짝할 사이에 커질 수 있으니 주의하게.” 다행히 유니폼을 반납하고 호텔 밖으로 나가란 말은 없었다. 나는 관뚜껑 초입에서 돌아왔다. 숨구멍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문이 쿵 닫혔다. 나지막하게 울리는 웅웅 소리가 살갗을 태운다. 며칠 전 화장장에서 들었던 소리였다. 나무관은 흔치 않은 것이 되었다. 누군가 세상이 말세라고 불평했지만 다행히 유족은 아니었다. 고인의 마지막 침대였을 중고 관엔 벌레가 좀먹은 듯 작은 구멍이 나있었다. 환풍구가 있었으면 그런 일은 없었을텐데, 최신식 건물의 엘리베이터는 계속 올라만 갔다. 환풍구 소리도 쉽게 들리지 않았다.



스위트룸 침대 위에 노인이 자고있었다. 직원은 고객의 잠을 깨워선 안된다. 소리를 죽여가며 청소하는데, 정작 노인은 숨구멍은 말라있었다. M-21이 검은 봉지를 건냈다. 화장실 휴지통을 비우기엔 너무 큰 모양새였다. “손님들이 보기전에 빨리 치우게.” 오염된 시트를 벗겨내듯 노인을 끌어내 검은 봉지에 집어넣었다. 유니폼이 없었다면 봉지에 들어간 이는 노인이 아니었다. 봉지를 질끈 묶을수록 내 숨구멍도 막혀들었다. 봉지를 끌고 복도로 향했다. 뒤통수에서 서늘한 시선이 느껴진다. 봉지는 한 때 사람이었던 것은 의당 그래야한다는 듯 쉬이 움직이질 않았다.



하강 버튼을 눌렀다. 이제 나는 관에서 운구차로 바뀐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매장은 토양을 오염시킨다며 불법이 된 지 오래였다. 장지로 갈 수 없는 운구차는 끽해야 화장장 앞까지만 가는데, 며칠 전 장례식에선 수레로 끌고 갔었다. 호텔 뒷문에 있는 쓰레기장에 갔다. 5성호텔이라고 꼭 쓰레기장까지 같은 수준일 필요는 없었다. 환경오염으로 엄격해진 법도 소용없었다. 재활용이 불가한 검은 비닐봉지는 장례식장에 봤던 중고관들처럼 높이 쌓여있었다. 끌고온 비닐봉지를 봉지들 옆에 뒀다. 그것은 안에 들어있는 게 뭐가 중요하냐는 듯 하찮아보였다. 순간 뚫린 구멍에 시선이 끌렸다. 벌레가 파먹은 듯, 검지 손가락 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다. 다른 봉지들에도 같은 구멍이 있었다. 수많은 숨구멍들 탓에 공기중에 옅은 악취가 섞여났다.



물컹, 무른 작은 팔이 밟혔다. 숨구멍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튀어나온 것이었다. 그대로 냅두면 부패하며 썩어문드러질 터였다. 유족이 고인을 보내기 전 손을 잡아보듯 살며시 집어넣어 봉지를 질끈 묶었다. 관 없이 화장장에 들어간 이보단 훨 나아보였다. 쓰레기장을 나오려는데 검은 비닐봉지에 갇힌 듯 발이 쉬이 움직이질 않았다. 윗단추는 내 숨통을 끊겠다는 듯 더 단단히 조였다.



겨우 로비로 돌아와보니 M-21이 있었다. 나는 여전히 비닐봉지 안에 갇혀있었다. 그는 그까짓 쉬운 일도 느려터지게 해도 되겠냐며 벨보이를 시켰다. 비닐봉지를 뚫듯 안간힘을 다해 상승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엔 벌레가 파먹은 것보다 더 커다란 숨구멍이 생겼다. M-21에게 느껴진 두려움도 이젠 쓰레기장을 맴도는 파리였다. 나는 유니폼의 맨 윗단추를 풀었다. 검은 비닐봉지가 찢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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