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룸메이트

by 김나윤

찢어지는 신음이 들린다. 반대편 침대에서 나는 소리였다. 지금 보건실은 안 하는데. 떨어져있던 핸드폰을 찾아 119를 불렀다. 급히 비상약을 찾는데 경보음이 방안을 메웠다. 뒤를 돌아보니 그는 쥐어짜는 얼굴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이곳에 처음 입소하던 날, 나에게 먼저 환하게 인사해줬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나는 늘 동떨어져 있었다. 아무리 다가가도 사람들은 차가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통학 거리 탓에 기숙사에 머물기로 했지만, 과연 괜찮을까 걱정이 들었다. 그 생각은 그를 만나고 누그러들었다. 이 방에서 나는 그와 처음 만났다. 그는 친한 동네 친구를 만난 듯 반갑게 인사해줬다. 먼저 밝게 다가와 준 사람은 처음이었다. 반년이 지났지만, 그 순간만큼은 생생하다. 그 이후 이런 태도로 나를 대해준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계속 지내면서 알게 된 건 우리 둘 다 활동적이지 않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과제, 게임 등 방에서 많은 것을 함께 했다. 하루는 생활 쓰레기를 같이 비우러 나갔다. 다 버리고 돌아가는데도 그는 쓰레기장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추모하는 사람의 눈빛이었다. 그의 시선 끝엔 망가진 청소 로봇들의 잔해가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강의실과 복도에서 자주 보였던 것들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잔해 속에 내가 파묻혀있는 듯했다. 사람들에겐 조금이라도 고장 나서 수리비를 쓰는 것보다 신형으로 교체하는 것이 흔한 일이었다. 모든 일이든 조그마한 실수라도 하면 바로 배제되는 것은 사람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이들을 동정하던 이는 그가 유일했다. 그때는 꽤 감성적이라는 느낌만 받았었다.



창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그가 교체되어선 안 된다. 서둘러 그를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 라면 냄비에 손을 덴 느낌이 든다. 이를 꽉 물고 두꺼운 철문을 열어젖혔다. 곧바로 우리는 비좁고 어두운 복도를 뛰어갔다. 머릿속에서 망가진 인공지능이란 게 밝혀져 처참히 부서지는 모습이 재생된다. 불안한 상상을 떨치려 더 빠르게 달리는데 복도 반대편에서 의료장비를 가득 든 구급대원들과 눈이 마주쳤다. 최근 군대에 도입되었다던 전투 로봇보다 더 살벌해 보였다. 바로 뒤돌아 도망쳐도 노란 센서 등마저 우리를 집요히 따라온다. 계단을 네 개씩 밟아 뒷문으로 뛰어나갔다. 시내 방향으로 가는데 툭, 그가 튀어나온 보도블록에 걸렸다. 낚싯대의 미끼를 문 듯 나도 함께 넘어졌다. 순식간에 구급대원들이 우리를 에워쌌다. 잘못 신고한 거라고 말할 새도 없이 바로 구겨 넣어졌다. 전원이 꺼진 채 함부로 굴러다니는 로봇이 된 듯했다. 구급차는 서킷이라도 하듯 질주했다. 슬쩍 그를 쳐다봤다. 인제 와서 보니 매장에 널린 서비스용 인공지능과 닮아 보인다. 하지만 그들과는 달랐다. 주위 사람들보다도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는지 구급차가 방지턱에 걸렸다. 덜컹. 창문을 닦는 청소 로봇처럼 팔을 쭉 뻗어 문을 열었다. 찬 밤공기가 폐에 훅 들어온다. 아까보다 더 뜨거워진 그를 밀쳤다.



검은 아스팔트 바닥에 그가 굴러떨어졌다. 다행히 박살은 안 났지만 뼈가 부러진 듯 실금이 잔뜩 생겼다.

“교체되지 마!”

뒤늦게 차를 멈추려는 구급대원들을 붙잡고 목청껏 외쳤다. 그는 알겠다는 듯 힘겹게 손을 흔들었다. 작별 인사를 해준 것도 그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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