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야 어디 가?' 를 읽고

'모모야 어디 가?'를 읽고 나의 첫 여행의 도전을 떠올리다

by 김나윤

몇년 전에 ‘모모야 어디 가?’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해외 사이트 헬프엑스를 통해 숙소와 음식을 제공해줄 사람을 찾고 대가로 일을 하면서, 유럽여행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온 한 사람의 일기였다.


일을 해주면서 여행을 다닌다는 것은 생소한 이야기였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자신이 속하지 않은 사회에서 해야 할 일이 없다는 이방인의 특권을 갖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행을 갔을 때는 자유롭게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음식을 먹고, 공연 등을 보면서 경험과 추억들을 쌓거나 휴식목적으로 쉬고 오는 것 이외에는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도 쌓아가는 이야기를 하니 여행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여행 이야기를 읽었더니 내 여행 경험들도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내가 기억하는 선에서 처음으로 간 해외여행은 여섯 살 때 간 프랑스였다. 비행기에서 오랫동안 앉아가면서 하늘도 구경하고 자리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자면서 가는 것이 처음으로 겪는 일이었지만 정말 재밌었다.


베르사이유 궁전은 거대하고 멋진 공간이었지만 밖의 바닥은 울퉁불퉁한 돌이 깔려있어서 오랜 시간 돌아다닐 때 발바닥이 아팠다. 내부 공간에서 가장 멋졌던 곳은 거울의 방이었다. 사방이 번쩍번쩍 거리고 천장엔 유화들이 그려져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루브르 박물관이 근처에 있었는데, 바깥이 피라미드 형태의 유리로 덮여 있어서 독특한 디자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너무 오래전이라 전시품들은 기억이 안 나지만 입구의 팔 없는 비너스가 불쌍했던 것은 기억난다.


파리 에펠탑은 처음 앞에 섰을 때, 올라가는 방법을 철근을 잡고 올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너무 무서워서 엉엉 울었다. 겨우 가까이 갔더니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어떻게 설치한 건지 궁금했고 부모님께서 철근을 잡고 올라가는 게 아니라고 미리 말해주셨으면 좋았을 것 같다. 원래 어린 아이는 2층까지 밖에 못 올라갔는데 부모님 덕분에 3층까지 올라가서 파리야경을 보았다. 건물 스카이라인이 에펠탑보다 낮은 덕분에 파리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는데, 스카이라인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우후죽순으로 지어진 빌딩숲보다는 정말 좋았다.


너무 10년 전 여행이라 남들은 기억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창 국기와 나라들을 배우고 세계지도를 벽에 붙여두고 살았을 시절, 직접 서울이란 도시를 떠나 시간대와 문화가 전혀 다른 신세계를 경험한 기억을 나는 아직도 있을 수가 없었다. 여행을 통해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정말 확실하게 배웠다. 나이를 좀 더 먹은 후에는 유럽여행을 비행기 값과 물가가 비싸서 오랜 시간 동안 못 간다는 것을 느낀 후 통일이 되고 얼른 철로를 연결해서 지방에 KTX를 타고 가는 것처럼 유럽을 기차타고 가는 것도 꿈꿨었다.


중1때 갔던 여행지는 일본 오키나와이다. 한국은 한창 추울 때인데 오키나와는 위도가 낮은 곳에 위치한 덕분에 따뜻하고 온화한 날씨라서 마음에 들었다.


기억에 남는 곳은 과거 류큐 왕국의 왕성인 수리성이었다. 아버지께서 자주 하던 2차 세계대전 전쟁게임 중에 등장하던 공간 중 하나였는데, 게임 속에서만 보던 공간을 실제로 보니 느낌이 새로웠다.

내부 구경은 돈을 내야해서 들어가지 못했지만 침략과 전쟁 속에서 살아남은 성의 모습들을 둘러보았다. 식물들이 가득한 궁궐의 정원, 열대지역에서나 볼법한 특이한 형태의 나무들, 붉은 색의 궁궐, 석회암으로 지어진 벽 등 확실히 조선의 궁궐과 이색적인 느낌이 강했다.


오키나와는 역사적으로도 특이했다. 먼 과거엔 독립국이었다가 일본 세력의 침략에 의해 지배당하다가 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 전쟁 때 많은 피해를 보았다. 일본이 패배한 후엔 마치 영국과의 전쟁에서 패전해 빼앗긴 홍콩처럼, 미국의 지배하에 아메리카의 문화가 물들었다. 통 치기간이 끝난 후엔 독립국이 되려다가 실패하여 다시 일본의 지역 중 하나로 귀속된 곳이다. 그래서 미국의 흔적인 아메리카 빌리지가 남아있다.


아메리칸 빌리지에는 커다란 공중회전차와 외국적인 건물들이 있었다.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맞춰 알록달록하게 꾸며져 있었고 해외 상품들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즐비했다. 딱히 사지는 않았지만 미국이란 나라를 TV로만 접해본 나에겐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색적인 동굴도 탐방하고 사자탈을 쓰고 춤추는 공연도 봤다. 문득 이 짧은 여행이 끝난 후에 돌아오는 일상의 피곤함, 곧 공지될 학교 과제들에 대한 걱정이 들었다. 왜냐하면 여행은 짧지만 일상에서는 그 기억이 오래 가기 때문에 자칫하면 일상 중에도 일년에 한 두번 갈까말까하는 여행에 대한 그리움을 남기고, 코앞에 닥친 일들에 적응을 못하게 하는 무서운 존재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2 겨울방학 때 갔던 곳은 코타키나발루였다. 할머니를 중심으로 친가쪽 식구들 모두가 간 덕분에 온가족이 겨울에 동남아로 떠나 추위도 피하고 해외여행 추억도 만들 수 있었다.


보르네오섬에서 가장 높은 산 키나발루산에 올라 사진을 찍고, 해수욕장에서 고글과 구명조끼, 오리발을 끼고 할머니를 따라 스쿠버다이빙을 하면서 물속에서 정말 거대한 산호들과 물고기들을 볼 수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산호들이 워낙 많았기에 산호공화국이란 이름도 지어줬다.


이 여행을 하면서 일상에서는 접할 수 없는 풍경, 경험을 쌓으면서 안해본 것을 줄여나가는 것이 여행의 궁극적인 목표일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당연히 아름다움과 멋짐, 새로움을 추구할 수 있는 여행은 꼭 해외로 한정되지 않는다.


코로나 시기와는 아주 먼 2년 전, 고입 2차면접이 끝난 뒤 주말에 같은 모임을 하는 친구들과 순천만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을 읽고 가상의 마을 무진이 작가가 살았던 곳인 순천만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된 계기로 가게 된 것이다.


첫째날에는 갈대밭을 평화롭게 거닐며 산책을 하고 용산을 등반한 끝에 전망대에 도착해 세계에서 만여마리 밖에 살지않는 흑두루미 떼를 망원경으로 관찰하고, 습지에 인공적으로 심어진 갈대들의 아름다운 형태를 봤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때는 해가 산 너머로 넘어가면서 하늘이 온통 불을 지른 것처럼 붉게 물들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파랗게 어두워지는 모습이었다.


도시에서는 숨막힐듯이 빽빽히 가득찬 건물들과 퇴근시간 때문에 북적이는 사람들 때문에 제대로 하늘을 보지 못했다. 이우학교에서조차 노을의 모습은 송전탑 전선들과 함께 같이 보여서 마치 하늘에 금이 간 것처럼 갈라져서 보였으나 흑두루미들을 위해 전봇대를 모조리 뽑은 순천만에서만큼은 넓은 하늘의 여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둘째날에는 순천왜성을 다녀왔다. 과거 정유재란 때 일본 장수 고니시가 방어목적으로 삼개월 만에 세운 곳인데, 이곳 또한 언덕 위에 있어서 올라가면서 산책을 할 수 있었다. 돌들은 모양과 크기는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신기하게도 마치 퍼즐처럼 딱딱 쌓여있고 가장자리 부분은 사다리꼴처럼 생겼다. 균형지탱을 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만들어져있는 것을 보고 전쟁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그것도 남의 나라에서 견고한 요새를 지은 것에 대해 대단함을 느꼈다.


꼭대기 요새까지 가보니 사방이 탁 트여있고 저멀리로 현대제철 공장과 갈대밭, 순천만의 바다를 보았다. 올해는 여름에도 딱히 피서를 간 적이 없어 바다를 못봤는데 여기서 이렇게 만나보니 반가웠다.

순천왜성은 사실 과거 일본 기록을 바탕으로 한국정부에서 복원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면서 우리나라는 참 친절한 나라라는 건을 느꼈다. 왜냐하면 과거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불국사를 고쳐준다는 명목하에 모두 해체해버리고 시멘트를 발라 망가뜨렸다는 역사적 사실을 본다면 높은 완성도로 복원해야한다는 강력한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순천만 여행을 하면서 파괴되지 않은 자연과 맑은 공기를 느끼고, 안개낀 마을 무진을 직접 느껴볼 수 있어서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여행은 국내 여행을 비롯해부모님을 비롯한 보호자와 동반한 덕에 길을 잃거나 여행계획 짜기의 어려움 등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졸업여행은 팀원들과 함께 갈 곳과 할 일들을 정하면서 높은 난이도의 도전들을 할 것 같다.


지금까지 여행을 되돌아켜보며 여행의 추억은은 절대 일상을 피할 수 있는 피난처가 아닌 잠시 멈춰서 기억들을 되돌아보고 여유롭게 감정을 느끼는 반점과 같은 것이라고 느꼈다. 또한 주제가 공간이든 모모 작가처럼 사람이든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가 끝난 후 여행을 떠난다면 어떤 것들을 보고 즐길 수 있을까? 정말 기다려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