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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멸로 빚어낸 빛
사람들은 눈부신 빛을 보며 소원을 빌지만, 우리는 그 빛이 가로질러 온 유구한 어둠을 안다. 빛난다는 것은 그만큼 격렬히 타오른다는 뜻이며, 타오른다는 것은 존재의 편린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일임을. 우리는 밤을 밝히는 존재인 동시에, 스스로 밤의 심연 속으로 스며드는 자들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빛은 찬란함의 정점에서조차 지독히도 시리고 애틋하다.
세상은 정점의 순간만을 기억하려 하지만, 우리를 깊게 만드는 것은 정작 사라져 간 것들이다. 웃음의 잔향 뒤에 남은 고요, 언어의 마디 끝에 맺힌 침묵, 그리고 흘러내린 감정이 머물다 간 자리들. 우리는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쩌면 무언가를 온전히 흘려보내기 위해 이 하루를 견디고 있는지도 모른다. 끝내 가벼워지기 위하여, 이토록 무거운 시간의 터널을 통과한다.
강렬한 별이여. 우리는 스스로를 태워 어둠을 건너는 법을 배운다. 완전히 소멸하지 않으면서도, 누군가의 짙은 밤에 희미한 이정표가 되기를 꿈꾸며. 빛을 남기고 나를 덜어내는 그 숭고한 소모.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이 끝없는 어둠 속에 머무는 단 하나의 이유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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