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밥의 전설

[단편소설] -6

by K기노

밤은 깊어가고 있지만 쉽게 잠이 들 것 같지 않았다.

안방도 거실도 그리고 형 방도 모두 불이 꺼져 깜깜한데 내 머릿속은 희한하게 깜깜해지지 않았다. 그저 온몸을 휩쓰는 적막한 기운만이 내 머릿속에 어떤 고요한 소리를 내고 있을 뿐이었다. 자야지 생각할수록 머릿속은 더 환한 빛을 밝히고 나를 어둠의 길로 인도하지 않았다.


깜빡,

한번 불이 꺼지고.

깜빡,

다시 환해졌을 때 나는 한참 동안 나를 찾느라 분주했다. 내 눈은 분명 어딘가를 보고 있는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그곳에서 나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이곳은 사막일까, 초원일까?

사방은 온통 메말라 쩍쩍 소리를 내며 갈라지고 있는데 왠지 모르게 그곳은 푸른 초록빛을 내며 또 다른 생명의 존재를 내재하고 있는 듯 보였다. 내 눈 또한 어디에 있을지 모를 생명의 기운을 찾아 헤매는 중이었다.

얼마나 찾았을까. 결국 내가 찾은 곳에 있는 것은 암사자무리에 둘러싸여 있는 다름 아닌 아기 코끼리 한 마리였다. 암사자들 속을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아기 코끼리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해 낼 도리가 없었다. 아기코끼리에게 죽음은 어쩌면 당연히 예정된 결과 일지도 모른다.

지칠 줄 모르는 암사자들은 아기 코끼리의 다리를 물고, 큰 귀를 물고, 아직 다 여물지 못해 여리디 여린 약한 피부를 물고 늘어졌다. 완강히 버티던 아기 코끼리는 마지막 힘을 짜내며 울음소리를 내뱉었고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암사자들은 아기 코끼리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고 있었다. 더는 버티지 못하고 죽어가던 아기 코끼리의 피부에서는 빨간 피가 흐르고 감겨가던 두 눈에서도 눈물을 담은 빨간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덩치 큰 코끼리 한 마리가 벼락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달려오기 시작했고 아기 코끼리에게서 암사자들을 떼어놓기 시작했다. 암사자 한 마리는 코끼리의 기둥 같은 다리에 깔려 뭉개졌고 또 한 마리는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그러자 겁에 질린 남은 암사자들은 더는 어쩌지 못하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결국 그곳에는 아기 코끼리와 덩치 큰 코끼리 만이 남았다. 피투성이가 된 아기 코끼리를 보며 덩치 큰 코끼리는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른 누군가에게 간절히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 곁에서 지켜주지 못한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는 울부짖음 같기도 했다.

낮고 깊게 울리는 소리.

아빠의 소리.

글쎄,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죽어가는 아기 코끼리의 곁을 지키던 덩치 큰 코끼리의 모습은 까만 어둠 속에서 아련하게 아른거렸다.

"미안해..."

작지만 아주 또렷하게 그 소리는 내가 누워있는 자리 너머에서 들려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형의 침대가 놓인 곳에서 들리는 듯했다.

사방이 온통 깜깜한데 오직 창문 커튼 사이로 옅게나마 새어 나오는 아주 작은 빛 속에서 누군가 형의 침대 옆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침대 안으로 머리를 파묻고 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그제야 스르륵 눈이 감겼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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