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정권 출범 후 1년 만에 ‘트리플 악재’의 위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국정운영 지지율의 하락세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두 명의 외교안보관련 비서관 낙마 사태로 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장외’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전혀 백업해주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정권을 인수한 이후 7월 초부터 국정운영 긍정과 부정 평가의 역전 현상이 일어나며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30%대 근방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부정 평가는 60%대에 근접하며 불안한 흐름을 계속 보였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말 화물연대 파업 강력 대응 등으로 지지율이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에도 자신감을 가졌다는 전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강제징용 해법 난맥상과 한일 정상회담 후폭풍 등으로 다시 지지율이 하락 추세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한일관계만큼은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국가 이익을 위해 소신껏 추진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용산 정무라인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어느 정도 감수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윤 대통령이 일본에 가서 쏟아냈던 여러 가지 ‘발언’들이 양국 관계를 흔들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둘러싸고 ‘과학적 데이터를 제시하면 한국인들을 설득하는 데 더 좋을 것’이라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이 알려지자 용산 대통령실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은 없을 것’이라며 즉각 부인하면서 살얼음을 걷고 있는 양국 관계에도 다시 적신호가 켜지고 있습니다.
일본으로서는 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고 한 데 대해 부담 없이 받아준 것일 뿐 자국의 ‘한일 관계 개선’ 분위기가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윤 대통령처럼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이는 기시다 총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립 서비스’ 외에 윤 대통령에게 던져줄 선물꾸러미가 아예 없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말해줍니다.
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이후 일본 언론에서 터져 나오는 여러 가지 한일 정상회담 ‘비화’는 윤 대통령을 ‘어리숙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과 사소한 ‘발언’까지 일본 언론이 시시콜콜히 보도하는 것은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정보제공 없이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렇듯 일본 외교라인이 윤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접근’을 ‘혼자만의 자가발전’으로 규정하고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면 기시다 총리가 한국을 방문해도 대통령의 지지율이 극적으로 반전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용산 대통령실은 기시다 총리가 서울에 오기만 하면 지지율 반전이 있을 것으로 착각하고 한일 외교관계의 대전환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소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용산의 지지율 관리 전략이 이렇게 아마추어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긍정 평가 30% 유지보다 부정 평가가 60%대에 진입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열혈 보수층 30% 정도는 윤 대통령에게 ‘묻지마 지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30%선이 무너지는 것이 크게 의미는 없지만 부정 평가가 60%대로 상승했다는 것은 그동안 관망하던 중도층이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접고 부정 평가 대열에 합류해 고착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흐름을 대통령실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부정 평가 60%가 장기간 지속되면 노동 연금 교육 등의 각종 개혁정책 추진 동력도 떨어져 각계각층의 저항과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윤 대통령이 높아지는 부정 평가를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방치할 경우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윤 대통령부터 대 국민 적극 소통 등의 선제적인 전략으로 분위기 반전을 이뤄야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치권에서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라인 두 비서관의 잇단 낙마 사태를 두고 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외교라인 내의 유화파와 강경파의 알력과 갈등이 주장하면서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 내의 ‘김건희 여사 라인’도 이번 사태에 연루돼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한미정상회담 기념 공연 추진 과정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보고 누락이 김 전 실장의 퇴진까지 불러온 것이라고 알려집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대통령에게 보고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될 만한 속사정이 있었음을 내포합니다.
한미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건너뛰고 참모가 독자적으로 판단해 보고를 생략하거나 자기 선에서 해결하려 했다면 이는 엄연한 ‘기강 해이’에 해당됩니다. 평소 참모들을 엄하게 대하기로 소문난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자업자득’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윤 대통령이 평소 외교 등의 전문 분야에 대해 완벽하게 업무 파악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참모에게 의존하는 편이 심화될 때 아랫사람들도 ‘알아서’ 업무를 처리하려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는 윤 대통령에게 세세하게 보고를 해도 그것을 대충 흘려 듣거나 피드백을 해주지 않을 경우 참모들도 ‘적당히’ 업무를 처리하거나 대통령을 ‘패싱’하려는 편의주의적인 업무 태도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이번 김성한 전 실장 낙마 사태는 블랙핑크의 공연비를 손님인 윤 대통령이 부담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자기 선에서 거절했다가 ‘잘렸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관례와 과정을 중시하는 외교가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을 한달 여 앞두고 실무 및 최종 책임자가 차례로 낙마한 것은 그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비상식적인 일로 받아들입니다. 이런 총체적 외교 난맥상의 최종 책임자는 윤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떨어진 징후가 외교라인 잇단 경질 참사로 나타난 것입니다.
집권여당 국민의힘의 우왕좌왕 행보도 윤 대통령에게 악재입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윤 대통령의 강력한 비호 아래 탄생한 ‘친윤계’ 일색의 김기현 대표 체제는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 후폭풍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함에도 전혀 ‘장외’에서 백업을 못해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김재원 최고위원이 5.18 정신 폄훼와 전광훈 목사 추앙 논란 등으로 연이어 사고를 치며 집권여당 새 지도부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습니다.
역대 정권을 보면 집권여당은 대통령실의 강력한 방패이자 대통령의 아젠다를 측면 지원해주며 국정 최고 책임자가 받는 하중과 부담을 줄여주는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 정국에서도 김기현 대표 체제에서 중도층을 대변하는 ‘스피커’가 있었다면 윤 대통령에게만 쏠리는 비판을 일부 흡수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부 ‘친윤계’입니다. 윤 대통령이 무너지면 같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해버렸습니다. 지금 국민의힘 지도부는 대학생 ‘천원 아침밥’ 먹이기 등의 곁가지에만 매달려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정치 신인’이기 때문에 대 일본 외교에서 전략적인 판단 미스로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외교전문가들이 수두룩하게 포진해 있는 집권여당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며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데 지금은 여당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이 윤 대통령은 고립돼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만성적인 지지율 침체, 국정 장악력 이상신호, 집권여당의 대통령실 종속화 심화 등으로 취임 1년 만에 제대로 된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탈출의 첫 번째 문은 현재의 국정 난맥상을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알리고 국민의 ‘힘’을 빌려야 열립니다. 숨기고, 우기고, 모른 척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총선 전에 제대로 된 ‘트리플 악재’가 다시 닥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