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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기노 May 04. 2023

윤석열 ‘국정운영 1년 평가’ 성적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1년을 맞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글로벌리서치가 4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 1년 평가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난 1년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에서 긍정이 36.1%, 부정이 59.3%로 집계됐다. 특히 ‘매우 못 했다’는 응답이 39.9%로 ‘다소 잘 못했다’(19.3%)와 ‘매우 잘 했다’(16%)는 응답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국민들 10명 가운데 6명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연령별로는 60대와 7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긍정평가가 20%대에 머물렀다. 60대와 70세 이상의 긍정평가는 각각 53.7%, 70.1%로 나타나 윤 대통령의 지지연령층이 갈수록 고령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18~29세의 긍정평가가 20.2%로 윤 대통령이 대선 당시 18~29세로부터 받았던 지지율(45.5%)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윤 대통령이 공을 들이고 있는 MZ 세대도 빠르게 지지층에서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의 특이한 점은 극단적인 부정평가가 이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에서 ‘매우 못 했다’는 응답이 39.9%에 이르는데 이는 대통령 임기 초반 극단적 부정평가보다 온건한 부정평가가 높게 나타나는 현상과 다르다. 통상 국민들은 대통령 임기 1년 시점에서는 극단적 평가를 유보하고 일정기간 더 국정운영 추이를 지켜보는 편인데 윤 대통령 경우 극단적 부정평가가 대두되는 시점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야당 대표와 한 번도 만나지 않은 데다 대통령 지지층만을 위한 편협한 소통과 검찰 출신 인사 편중 등의 문제가 지지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결과다. 더구나 역대 보수 출신 대통령 가운데 ‘팬덤’ 기반이 가장 약해 지지율을 떠받치는 중심축이 허약한 편이다. 그래서 지지층들의 이탈 속도도 빠르고 극단적 부정평가 비율도 더 높게 나온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의 두 번째 특징은 중도층 또는 무당층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도층은 윤 대통령의 지난 1년 국정 운영에 대해 42.4%가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반대 세력과도 소통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에 대해서도 48.6%가 “매우 잘 못하였다”고 답했다. 두 가지 항목 모두 전체 응답자의 같은 답변(39.9%, 44.7%)보다 높은 수치다.


중도층이 윤 대통령의 일방독주 통치 방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부정대열에 빠르게 합류하고 있는 점이 수치로도 확인된 셈이다. 중도층은 진보와 보수의 가치 이념에 매달리기보다 국정 현안을 실용적 관점에서 판단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 기조를 탈이념의 실용주의 노선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중도층은 대통령의 그런 지향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5월 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이렇게 국정운영 평가에서 중도층의 ‘중립’ 의견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정치의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윤 대통령이 대구 서문시장을 의도적으로 방문하는 등 노골적으로 자신에 우호적인 지지층만을 바라보며 국정운영을 하다 보니 반대진영의 대통령 혐오 정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간극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중도성향의 온건층은 설 자리가 없어지면서 여야의 협치 공간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중도층은 그동안 보수와 진보를 오가는 실리적인 스윙보터 역할을 했지만 점점 윤 대통령을 혐오하고 반대하는 부정평가 대열에 합류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각종 정책 추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높다. ‘고물가, 고금리 대처’에 관한 질문에 부정평가가 63.5%로 긍정평가(33.7%)를 크게 앞섰다. 한미일 외교강화에 관해서는 긍정평가 43.5%, 부정평가 53.4%였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가장 높았던 부분은 ‘소통과 포용능력’(69.4%)이었다. ‘합리적 인사’에 관한 부정평가가 64.2%로 긍정평가(32%)의 2배 이상 많았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민주주의 지표도 낮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0.2%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은 38.5%였다(이번 조사는 글로벌리서치가 한겨레 의뢰로 4월29일과 30일 전국 성인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석열 대통령 집권 1년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대통령이 정치 신인이기 때문에 더 기다려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드라마틱하게 상승하는 추세는 앞으로 나타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지지율 하락과 침체가 만성적으로 고착되면서 대통령과 민심 사이의 심리적 정서적 공감대는 더 멀어지고 그런 ‘이반 현상’이 임기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매사 자신감에 차 있다. ‘언젠가는 국민들이 자신의 진정성과 노력을 알아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같다. 하지만 국가통치의 과정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대통령의 자만과 자기만족으로만 채워져 흘러가고 있다면 그 결과도 불행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의 ‘롤 모델’처럼 여겨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불도저 리더십’ 시작과 끝이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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