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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정운영 1년 평가’ 성적표는?

by 성기노
215164_157832_490.jpg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1년을 맞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글로벌리서치가 4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 1년 평가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난 1년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에서 긍정이 36.1%, 부정이 59.3%로 집계됐다. 특히 ‘매우 못 했다’는 응답이 39.9%로 ‘다소 잘 못했다’(19.3%)와 ‘매우 잘 했다’(16%)는 응답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국민들 10명 가운데 6명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연령별로는 60대와 7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긍정평가가 20%대에 머물렀다. 60대와 70세 이상의 긍정평가는 각각 53.7%, 70.1%로 나타나 윤 대통령의 지지연령층이 갈수록 고령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18~29세의 긍정평가가 20.2%로 윤 대통령이 대선 당시 18~29세로부터 받았던 지지율(45.5%)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윤 대통령이 공을 들이고 있는 MZ 세대도 빠르게 지지층에서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의 특이한 점은 극단적인 부정평가가 이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에서 ‘매우 못 했다’는 응답이 39.9%에 이르는데 이는 대통령 임기 초반 극단적 부정평가보다 온건한 부정평가가 높게 나타나는 현상과 다르다. 통상 국민들은 대통령 임기 1년 시점에서는 극단적 평가를 유보하고 일정기간 더 국정운영 추이를 지켜보는 편인데 윤 대통령 경우 극단적 부정평가가 대두되는 시점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야당 대표와 한 번도 만나지 않은 데다 대통령 지지층만을 위한 편협한 소통과 검찰 출신 인사 편중 등의 문제가 지지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결과다. 더구나 역대 보수 출신 대통령 가운데 ‘팬덤’ 기반이 가장 약해 지지율을 떠받치는 중심축이 허약한 편이다. 그래서 지지층들의 이탈 속도도 빠르고 극단적 부정평가 비율도 더 높게 나온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의 두 번째 특징은 중도층 또는 무당층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도층은 윤 대통령의 지난 1년 국정 운영에 대해 42.4%가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반대 세력과도 소통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에 대해서도 48.6%가 “매우 잘 못하였다”고 답했다. 두 가지 항목 모두 전체 응답자의 같은 답변(39.9%, 44.7%)보다 높은 수치다.


중도층이 윤 대통령의 일방독주 통치 방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부정대열에 빠르게 합류하고 있는 점이 수치로도 확인된 셈이다. 중도층은 진보와 보수의 가치 이념에 매달리기보다 국정 현안을 실용적 관점에서 판단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 기조를 탈이념의 실용주의 노선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중도층은 대통령의 그런 지향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2305032110199126_l.jpg 윤석열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5월 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이렇게 국정운영 평가에서 중도층의 ‘중립’ 의견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정치의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윤 대통령이 대구 서문시장을 의도적으로 방문하는 등 노골적으로 자신에 우호적인 지지층만을 바라보며 국정운영을 하다 보니 반대진영의 대통령 혐오 정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간극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중도성향의 온건층은 설 자리가 없어지면서 여야의 협치 공간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중도층은 그동안 보수와 진보를 오가는 실리적인 스윙보터 역할을 했지만 점점 윤 대통령을 혐오하고 반대하는 부정평가 대열에 합류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각종 정책 추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높다. ‘고물가, 고금리 대처’에 관한 질문에 부정평가가 63.5%로 긍정평가(33.7%)를 크게 앞섰다. 한미일 외교강화에 관해서는 긍정평가 43.5%, 부정평가 53.4%였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가장 높았던 부분은 ‘소통과 포용능력’(69.4%)이었다. ‘합리적 인사’에 관한 부정평가가 64.2%로 긍정평가(32%)의 2배 이상 많았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민주주의 지표도 낮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0.2%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은 38.5%였다(이번 조사는 글로벌리서치가 한겨레 의뢰로 4월29일과 30일 전국 성인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석열 대통령 집권 1년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대통령이 정치 신인이기 때문에 더 기다려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드라마틱하게 상승하는 추세는 앞으로 나타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지지율 하락과 침체가 만성적으로 고착되면서 대통령과 민심 사이의 심리적 정서적 공감대는 더 멀어지고 그런 ‘이반 현상’이 임기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매사 자신감에 차 있다. ‘언젠가는 국민들이 자신의 진정성과 노력을 알아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같다. 하지만 국가통치의 과정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대통령의 자만과 자기만족으로만 채워져 흘러가고 있다면 그 결과도 불행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의 ‘롤 모델’처럼 여겨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불도저 리더십’ 시작과 끝이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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