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사건 속에서 꿈을 꾸는 것이 인생이니까요.
여러 날 감기를 독하게 앓았습니다
조금 살만해지니 사는 게 별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참 어렵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래서 믿을 구석하나쯤 있었으면 바라기도 하고
나만 아는 비밀주머니 하나 만들어두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끓는 속이든 빈 속이든.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모닝페이지를 씁니다
'이렇게 구불구불 의식을 잇는 것, 손과 뇌의 감각이 하나가 되는 순간에 빠지는 일, 몰입과 그 희한한 환함. 갑자기 아침이 열리는 찰나. 희미함이 선명한 빛으로 밝아지는 때같이. 오늘 그런 느낌이다. 이게 모닝페이지와 내가 만나는 만나려는 지점이었나? 환상, 어쩌면 환상같이 그런.'
어릴 때 복주머니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아도 좋았지요. 비단이 주는 촉감이 그랬고 빨간색이어서 더 그랬습니다. 비어있어도 좋았습니다. 그러다 뭐든 넣고 싶어 졌지요. 밖에서 뜯어온 토끼풀꽃, 동전 하나, 머리핀도...
들여다보는 순간, 소소한 사건을 담아두는 공간. 들여다볼 곳, 열어볼 나의 것이 있어서 흐뭇했습니다. 모닝페이지가 제게 그렇습니다.
'지금의 내가 가진 모양, 성질이 어디서 왔는지 보고 있다. 손을 데고 화상을 입기까지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내 손으로 써내고 나를 이해시키고 내 손에 검댕이 깊숙이 느껴져야 제대로 보게 된다.'
손때가 묻고 내 살과 결이 비슷해진다고 느끼는 것
어느 날 풍성해진 나의 것들을 꺼내 보는 만족감.
그걸 알리고 말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애지중지하며 마음을 주고 간직해 온 작은 것들과 오래 묵은 말들을요.
'있음. 그때와 공간을 채운 존재는 마음을 무겁게 내리고 내려둔다. 그냥 증발하거나 말라버리게 내버려 두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물길이 있는 곳을 파는 움직임. 모든 땅을 다 팔 수 없으니 내가, 내게 꼭 필요한 지점을 찾아내는 일. 흙탕물이 나와도 고요히 티끌을 걷어내고 기다리면 새 물이 되는 방법을 터득한 느낌이다.
모닝페이지를 쓰다가 어느 날 그 물길의 이름이 가볍게 정해졌을 때 두 손으로 마실 건지 그릇에 담아 가져올 건지 누구와 같이 마실건지.'
이미 아시다시피 모닝페이지는 [아티스트 웨이]의 저자 줄리아 카메런으로부터 알려진 창조성 회복을 위한 도구입니다. 그녀는 모닝페이지에 대해 '매일 아침. 의식의 흐름을 3페이지 정도 적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왜 모닝페이지를 써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자신이 갖고 있는 두려움과 부정적인 생각의 다른 면에 이르기 위해서라고 대답해 줍니다. '분명히 자신의 것이었던 평온하고 작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닝페이지는 인간의 본성인 창조성의 실현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우리의 에너지는 창조적이고자 하는 역동성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저는 창조성을 꿈을 꾸고 이루고자 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꿈을 찾고 꿈을 밝히고 행운을 기대하는 일. 그 과정에서 모닝페이지가 자신을 깨우는 의식이 되는 거지요. 창조적 실마리를 제공하는 지혜가 우리 몸에 피처럼 흐르고 있다는 신념을 옮기는 일입니다.
"당신이 마지막까지 꼭 붙들고 싶은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
어제 독서모임, 울림나비에서 선배님들과 질문을 나누었습니다
'나는 나를 탐구한다. 나는 매일의 사건들을 애지중지한다.'
제 대답은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의 저자 구본형의 문장이었습니다. 삶은 사건, 느낌, 생각으로 이어진 탐구에서 창조된다는 것입니다. 발견의 순간이 창조라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희로애락에 절절한, 더 인간적이고 더 애지중지하며 살고 싶다는 바람입니다. 매일의 사건 속에서 꿈을 꾸는 것이 인생이니까요. 그래서 모닝페이지 쓰기가 더 의미 있는 거겠지요
어느 때보다 긴장되고 고민이 많았습니다. Morning과 Energizer를 합쳐 Morning panergizer(모닝페너자이저)라는 말을 만들고 생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모닝페이지가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길래 오래가는 건전지처럼 모닝페이지에 에너지를 투입하려는 생각인지 말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습니다.
첫 글을 마무리하는 즈음에야 모닝페이지가 주는 에너지와 380여 일을 계속하면서 알게 된 나에 대해 계속 쓸 수 있겠다는 배짱이 생깁니다.
이제야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해 보면 알게 된다'는 비밀을 알려드립니다.
*모닝페너자이저와 함께 모닝페이지 1일 하기
1. 준비물 - 노트와 펜
2. 아침에 3페이지, 무엇이든 생각나는 대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