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페이지는 특별동사다

모닝페이지를 '쓰는'이 아니라 '하는' 이유

by 편J


가끔 모닝페이지를 쓰는 내 모습이 긴장모드라는 걸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첫째는 속도 때문입니다. 얼른 쓰지 않으면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이 날아가 버릴까 조바심을 내게 됩니다. 갑자기 떠오른 어떤 실마리를 놓칠까 봐 손에 힘이 들어가고 그저 단어를 써내느라 몰입을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다음은 생각입니다. 생각은 마음을 긴장시킵니다. 또 좌절하게 만들기도 하죠. 쓴다는 생각이 살짝 들기만 해도 감전된 듯 불안감이 퍼지고 외형에 신경 쓰게 됩니다. 글씨나 글의 내용이 뭔가 그럴듯해야 한다거나 잘 구성된 글이어야 한다는 초조함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생각에 따라 몸도 마음도 휘둘리고 말죠. 가다가 멈추어도, 정해진 목적지가 없어도 괜찮은데 말입니다. 모닝페이지는 누구도 강요하지 않으니까요. 손이 움직이는 감각에 집중하고 빠져들면 되는 거예요. 그 흐름이 '모닝페이지를 하다'에 이르게 할 것을 아는 까닭입니다


모닝페이지는 움직임입니다. 손이 가는 길, 그저 다음 페이지로 옮겨가는 일이죠. 그래서 모닝페이지는 '쓰다'가 아닌 '하다'라는 행동을 보여주는 특별동사입니다.

줄리아 카메론은 [아티스트웨이]에서 '페이지라는 말은 생각나는 대로 페이지에서 페이지로 써 내려가며 움직이는 손동작을 뜻하는 단어일 뿐이다'라고 설명합니다. 더불어 '모닝페이지에는 어떤 내용이라도 아주 사소하거나 바보 같고 엉뚱한 내용이라도 모두 적을 수 있다'라고 합니다.

영혼이 고요한 순간과 만나는 때 소란이 일정거리만큼 물러나고 감각이 채워집니다. 그러니 테이블에 앉아 그저 느긋할 일인 것이죠.


2페이지를 들어서며 이제야 팔이 조금 자유로워진 느낌이다. 몸이 내 말을 알아듣고 이해하고 받아들였나 보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도 흘러간다. 뭐든지 쓰는 일, 손의 움직임으로 노트 위에 글씨가 적히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 대견하고 기특하다. 하루의 시작에 나를 맞이하는 일, 이렇게 만나고 있는 에너지들. 감각하는 찰나다.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자신이 거울을 보고 있을 때 거기에는 감정이 들어있다고. 거울에 비친 모습은 이미 보는 사람의 감정이 들어 있다는 건데요. 외출할 일이 없어도 매일 옷을 이리저리 매치해서 입고 거울을 보라고 권하는 이의 말이었습니다. 그래야 더 멋스럽게 옷을 입게 되고 패션 감각이 좋아진다는 거였습니다. 한 가지 더 좋은 방법은 꼭 사진을 찍는 거라고 했습니다. 그래야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거였죠. 사진에는 거울과 달리 감정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감정은 이미 피사체가 찍히기 전의 것이니까요.


모닝페이지를 하는 이유를 덧붙인다면 거울과 사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느끼는 차이와 같을 것입니다. 펜이 머물렀던 자리에 있던 감정은 그 자리에 두는 겁니다. 그리고 자신 주변의 감각들을 내면에 새로운 연결로 불러오는 거죠. 글을 쓴다는 건 단지 형식일 뿐 '행동하는' 방식입니다


애초에 옷장에서 옷을 꺼내 입어보고 이리저리 몸과 매무새를 보는 의도, 외출할 일이 없어도 자신을 다듬어보는 일. 변화를 알아채는 일, 그걸 시작하는 것이 삶에서 진실함의 시작이니까요.

모닝페이지는 그냥 혼자서 옷 입어보기와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긴장하거나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평가나 비판의 시선도 없습니다. 오늘, 거울 속 감정이나 사진 속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영혼이 진동했던 순간이 있었음을 자기 자신이 알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죠.


내가 하는 행동이 곧 나다. 모닝페이지를 하고 있을 때 나는 그것을 하는 사람이고 그렇게 나는 모닝페이지를 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스스로 말하고 느끼는 자신이 내부에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오늘도 모닝페이지를 했다.



** 모닝페너자이저와 함께 모닝페이지 하기

1. 준비물 - 노트와 펜

2. '어떤 것이든 그냥 매일 아침에 3페이지를 쓰는 게 중요하다.' - 아티스트웨이/ 줄리아 카메론/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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