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화분 하나가 내게 왔다
오렌지 자스민이라는 팻말이 꽂혀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화분의 호흡은 차분했다
그 숨이 나를 이끌었다
첫눈에 서로 통하는 느낌이었다
화초의 아래쪽 잎들은 진하고 늠름했다
손톱만 하게 새로 피어난 잎들은 아직 여렸다
잎들을 만져보았다
보들보들한 생기였다
기대와 활력의 뉘앙스를 보여주는 초록은
또 다른 세상에 대한 예감이었다
꽃의 천성은 공들이는 일이다
두려움 대신 지금 바로, 시작을 선택하는 것은 꽃의 지혜일 거다
가지는 길이가 자라고 부피가 풍성해지면서 꽃을 피운다
아주 천천히 그 자리가 향기로워지는 것이다
제일 먼저 향을 즐기는 것은 자신이다
전하는 기쁨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 화분이 만들어 주는 감각은 특별했다
아마도 괴테의 말처럼 '우리 영혼에 심은 아름다운 감각'이 깨어난 까닭일까?
꽃에서 향기가 날아오를 때 창조성이라는 말이 함께 떠오른다
밤사이 잎이 짱짱해지고 꽃봉오리가 늘었다
식물의 자람이 기특해서 코를 갖다 댄다
얼굴을 흔들면 향이 더 진해진다
2주에 한 번 흠뻑 물을 주라고 했다
날짜를 달력에 표시해 두었다
내 화분, 내 오렌지 자스민, 내 꽃, 내 향기...
모든 말에 나의 소유를 붙이고 있다
누군가의 무엇이 된다는 것은 닮고 싶다는 뜻일 거다
어느 날 '내 화분'처럼 좋은 향기를 나누게 될 거라는 느낌이 든다
깊은 호흡으로 향기를 가슴에 들인다
오렌지 자스민의 꽃말은 사랑스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