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는 스토리의 중력을 밀고 올라간다
엘리베이터 단상
인간의 뇌에 주름이 많은 이유는 우리가 다른 사람을 살피며 관계를 중요시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필라테스 스튜디오는 건물 9층에 있다
3층은 정형외과 접수와 진료, 5층은 물리치료, 도수치료실이라고 쓰여 있다
2층은 중식당, 다른 층은 스터디카페, 법률사무소랑 심리상담실도 있다
각층마다 방문자들이 다르고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릴 때마다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내부에 모인다
나는 9층으로 운동을 하러 가는 사람이다
유독 휠체어를 탄 어르신을 보면서 동정의 말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날이었다
"세월이 야속하다"
중년의 여자는 한마디를 던지고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말은 누구를 향한 공감도 위로도 아니었다
엘리베이터 내부의 시선이 휠체어로 모였다
할머니의 오른쪽 발목에 붕대가 감겨있다
어쩌면 말의 주인은 자신의 말에 반응을 더하길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는 것인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은 몇 층에 가는 걸까?
정형외과가 있는 3층으로 올라가는 속도가 더디게 느껴졌다
2층에서 올라탄 짜장면 냄새에 침을 꼴깍 삼켰다
당사자들은 무엇도 탓하지 않는다
병원에 도착하기만 기다린다
그저 과거에 살아온 가치를 지니고 지금 자신의 삶에 책임을 다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할머니에게는 휠체어를 밀어주는 동행이 있고 말없이 열림 버튼을 눌러주고 마음을 내서 기다리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법의 힘을 빌리러 가는 사람들
마음의 힘듦을 해소하러 가는 사람들
몸을 진찰하고 치료받으러 가는 사람들
공부하러 가는 학생들
식당에 가는 사람들
운동을 하러 가는 사람들
엘리베이터는 스토리가 엮이면서 엄청난 중력을 밀고 올라간다
오늘은 층층마다 빨간 버튼이다
주름이 많은 인간의 뇌를 가진 우리는 각자 원하는 층에서 내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