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가 대장이 아니어도 괜찮아
나이가 들수록 기쁨이 줄어드는 이유
영화 인사이드아웃 2에서 주인공 라일리는 사춘기가 되었다
이제 부럽이, 당황이, 따분이와 함께 불안이가 대장으로 등장한다
사춘기와 함께 대대적인 감정 개편 공사가 이루어지고 기쁨이 대신 불안이가 감정 조절키를 도맡았다
그동안 라일리의 감정 콘솔을 주로 담당했던 캐릭터는 기쁨이었다
물론 슬픔이, 화냄이, 까칠이, 소심이, 친구들도 함께였다
그런데 우리가 느끼는 많은 감정 중에 기쁨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뇌과학과 심리학 연구 결과, 인간의 기쁨은 9세에 최고치에 이르렀다가 94세까지 하향한다는 것이다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들지만 삶을 생각해 보면 그런 것 같다
왜 그럴까? 궁금해진다
뭔가 '충분치 않다'라고 느끼는 인간의 취약성을 연구한 심리 전문가 브레네 브라운은 사람이 가장 느끼기 힘든 감정이 기쁨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순수했던 어렸을 때와 달리 성인이 되면서 우리가 감정을 받아들이거나 느끼기 전부터 기쁨은 불안으로 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쁨이 곧 끝날까 봐 걱정하고 기쁨의 양이 부족할까 봐 걱정하고 기쁨이 실망이나 슬픔으로 바뀔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자신이 부족하고 나약하다는 수치심을 감추기 위해 불안을 더 소모하게 된다고 한다
'자신이 가장 취약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입니까?'
한 연구에서는 이 질문에 응답자의 80%가 '벅찬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최고 행복한 순간에 불안을 보는 것이다
그래서 기쁨을 원할수록 기쁨이 부족하다고 느끼게 된다
결국 스스로 기쁨을 차단하기에 이른다는 것인데 완벽주의, 감정 마비시키기로 가면을 쓰고 갑옷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사춘기 소녀 라일리는 감정의 폭풍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다
기쁨이와 불안이 모두 라일리의 성장을 지키고 돕고 싶어 한다
불안이가 스스로 컨트롤 바에서 손을 놓는 모습, 간절한 마음으로 기쁨이가 불안이를 지켜보던 장면을 기억한다
라일리가 안정을 찾은 후 감정들은 서로 부둥켜안았다
그때의 마음은 안도와 감사였을 것이다
이제 불안이에게는 편히 쉴 의자가 생기고 angi tea도 있었다
점점 어른이 되어도 스스로 취약한 존재임을 드러내고 불안에서 자기의 감정을 인정할 용기를 낸다면 기쁨이가 늘 대장이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다
모든 감정이 항상 함께 있어서 응원하는 걸 느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