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의 품속에서 잠든 시인의 투정으로 시작되는 시가 있습니다
'분주한 늙은 바보야, 제멋대로 구는 태양아,
너는 왜 이렇게
창문 사이로 커튼 사이로 우리를 찾아오느냐?
...'
그러나 태양은 시인의 불평과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고 계속 이글거렸답니다
화가 난 시인과 태양의 대결은 결국 시인의 승리로 끝났다고 하는데요
태양을 이긴 시인의 비법은 무엇이었을까요?
시인은 눈 한번 깜빡거림으로써 그 일을 해냈다고 으쓱했대요
눈을 감아서 태양을 내쫓았던 거랍니다
그런데 시인은 눈을 감자 곧 다시 눈을 떴대요
연인을 바라보지 않고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말이에요
이 시인은 문학적 역설을 하나의 장르로 만든 존 던이라는 인물입니다
존 던은 '문학적 역설은 반대되는 진실에도 우리 마음을 열게 할 만큼만 설득력이 있으며 진실을 뒤집는 대신에 진실을 두 가지로(육신의 눈과 마음의 눈) 확대하도록 유도한다'라고 합니다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의 저자 앵거스 플레처는 존 던이 고안한 역설이라는 문학적 장치가 갈릴레오의 기계들만큼이나 설득력 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저는 무엇으로 존 던의 장르에 도전해 볼까요?
그의 스토리를 생각하면 시작부터 의지가 꺾이는데요
육신의 눈과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두 개의 세계에 항복의 깃발을 내걸어야 할까요?
감자를 길게 채 썰고 단단하게 튀겨서 존 던의 옆구리라도 쿡, 비밀리에 '눈을 감자'를 고릅니다
동일 수법을 쓰는 거죠
어설프게나마 과자이름으로 공격해 봅니다
그리고 저 혼자 허를 찔렀다고 환호합니다
과자 부서지는 소리에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눈을 감고 감상하고 싶게 차별적이죠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거나 수다를 함께 할 음료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존 던의 엉뚱한 문학 발명품에 오늘은 즐거운 파티입니다
그런데 고민이 있습니다
'역설의 힘'은 한 봉지로 끝날 것 같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