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J Oct 02. 2024

역설의 힘, 눈을 감자

시인과 태양의 대결


연인의 품속에서 잠든 시인의 투정으로 시작되는 시가 있습니다


'분주한 늙은 바보야, 제멋대로 구는 태양아,

너는 왜 이렇게

창문 사이로 커튼 사이로 우리를 찾아오느냐?

...'


그러나 태양은 시인의 불평과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고 계속 이글거렸답니다

화가 난 시인과 태양의 대결은 결국 시인의 승리로 끝났다고 하는데요

태양을 이긴 시인의 비법은 무엇이었을까요?


시인은 눈 한번 깜빡거림으로써 그 일을 해냈다고 으쓱했대요

눈을 감아서 태양을 내쫓았던 거랍니다

그런데 시인은 눈을 감자 곧 다시 눈을 떴대요

연인을 바라보지 않고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말이에요

 시인은 문학적 역설을 하나의 장르로 만든 존 던이라는 인물입니다

존 던은 '문학적 역설은 반대되는 진실에도 우리 마음을 열게 할 만큼만 설득력이 있으며 진실을 뒤집는 대신에 진실을 두 가지로(육신의 눈과 마음의 눈) 확대하도록 유도한다'라고 합니다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의 저자 앵거스 플레처는 존 던이 고안한 역설이라는 문학적 장치가  갈릴레오의 기계들만큼이나 설득력 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저는 무엇으로 존 던의 장르에 도전해 볼까요?

그의 스토리를 생각하면 시작부터 의지가 꺾이는데요

육신의 눈과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두 개의 세계에 항복의 깃발을 내걸어야 할까요?


감자를 길게 채 썰고 단단하게 튀겨서 존 던의 옆구리라도 쿡, 비밀리에 '눈을 감자'를 고릅니다

동일 수법을 쓰는 거죠

어설프게나마 과자이름으로 공격해 봅니다

그리고 저 혼자 허를 찔렀다고 환호합니다


과자 부서지는 소리에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눈을 감고 감상하고 싶게 차별적이죠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거나 수다를 함께 할 음료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존 던의 엉뚱한 문학 발명품에 오늘은 즐거운 파티입니다

그런데 고민이 있습니다

'역설의 힘'은 한 봉지로 끝날 것 같지 않네요

이전 03화 단순하지만 한방이 있는, 소금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