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증법적 삶의 기술, 밥심
쿠쿠가 밥 짓기를 시작합니다
"현미, 고화력, 쿠쿠가 밥 짓기를 시작합니다"
밥을 안치고 글을 시작합니다
마샤 리네한의 책,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를 읽었습니다
마샤 리네한 박사는 변증법적 행동치료(DBT, Dialectical Behavior Therapy)의 창시자인데요
변증법적 행동치료는 고통스러운 정신장애를 겪는 환자를 위한 인지행동 치료 기술이기도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한 삶의 기술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샤 리네한은 변증법이 '반대되는 것들 사이의 긴장 혹은 통합'이라고 생각하길 좋아한다고 썼는데요
변증법은 대립적인 것들을 포용하는 방식으로 답을 구하는 것이고, 공존을 가능케 하며, 통합을 통해 그 순간의 진실을 구하는 과정이라고 하네요
그러므로 변증법적 세계관은 절대적, 상대적 진실도 없이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태에 있다는 겁니다
저는 여기서 '변증법적 이해는 기본적으로 시간을 이해하는 것이고 변화를 수용하는 거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압력밥솥에 열이 오르기 시작하네요
칙칙 거리며 소리가 커집니다
곧이어 뿜어져 나오는 김
구수한 냄새
거기에 마음을 기울이다가 압력밥솥의 내부도 변증법을 품은 존재방식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처음 쌀알이 휘둘리며 씻길 때 물을 만났고 온도가 오르면서 변신의 주체가 바뀐다는 걸 알 수 있죠
압력밥솥 내부의 구도가 달라지고 쌀이 공존을 수용하게 되는 과정을 지나, 마침내 시간과 온도와 압력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철저한 수용의 세계
밥에 이르는 것이죠
'철저한 수용'이라는 말은 변증법적 행동치료의 최종 목표입니다
대견하게 잘 견뎌낸 쌀알들과 타인들에게 나누어지는 밥의 가치에 감사하게 됩니다
잘 지은 밥 한 그릇.
마샤 리네한에게서 영감을 받은 압력밥솥이 전하는 삶의 기술이죠
변증법적 가치를 꼭꼭 씹어 삼키고, 그 힘으로 일상에서 대립하는 것들과 잘 포옹하시길 바랄게요